푸조 307이 한국에서 발빠르게 가지치기에 나섰다. 307SW HDi로 바람을 일으킨 데 이어 해치백 뉴 307을 새로 선보인 것. 307을 푸조 라인업의 볼륨모델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307SW HDi의 경우 물량공급이 관건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여기에다 뉴 307이 가세하면 푸조는 당분간 한국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단, 조건이 있다. 뉴 307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수입차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거기에 비례해 현명해지고 있다. 상품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는 게 시장이다. 뉴 307을 시승했다.
▲디자인
전형적인 해치백 스타일이다. 덩치가 작은 차는 사실 노치백보다 해치백이 멋있을 때가 많다. 괜히 폼잡는 게 노치백이라면, 작은 덩치에 맞게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헤드 램프는 여전히 도발적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구별할 수 있는 눈이다. 보닛 아래로 마치 짐승의 아가리처럼 배치한 에어 인테이크 역시 푸조의 디자인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 옆에 내장된 안개등 그리고 보디에 통합된 리어 램프가 새로운 멋을 풍긴다.
실내는 종전에 만났던 307SW와 특별히 다를 게 없다. 307SW의 시원한 유리지붕이 뉴 307에는 없다는 게 아쉽다. DMB를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위에 윈드실드 안쪽으로 깊숙히 자리잡았다. 운전하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위치여서 좋다. 멀어서 눈이 안좋다면 지도를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터치 스크린과 리모컨으로 동작하는데 조작에 큰 어려움은 없다.
블랙과 실버 그리고 화이트가 어우러진 인테리어 컬러는 한결 젊은 느낌을 준다. 307SW를 평할 때도 언급했듯이 시트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다. 사랑하는 연인과 으스러지도록 껴안는 맛이 이 시트에 앉으면 느껴진다. 엉덩이부터 허리, 옆구리에 이르기까지 꽉 잡아주는 게 차와의 일체감이 한결 더 살아난다. 차와 사람의 스킨십이 이렇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능
이제 푸조하면 디젤엔진이 당연하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전체 판매의 90% 이상이 디젤엔진이다. 요즘엔 디젤 세단들이 하도 많이 나오는 추세여서 타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특별하게 생각지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운전대에 앉으면 휘발유차인지 디젤차인지 구분이 안갈 때도 있다. 특히 중·저속에서 푸조 407을 탈 때 이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307은 확실히 디젤임을 알 수 있다. 굵고 낮은, 조금 거친 듯한 엔진소리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도로까지 나서는 잠깐 동안 스티어링이 무겁다. 속도를 어느 정도 올리면 이 같은 감각이 사라지지만 중·저속에서는 확실히 무겁다. 편평비 55시리즈인 광폭타이어를 끼운 탓이 커 보인다. 그래도 대단한 건 이 같은 광폭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연비가 14.4km/ℓ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광폭타이어의 단단한 접지력은 강한 구동력과 정확한 제동력의 밑받침이 된다. 이 같은 성능에 더해 ℓ당 15km를 넘보는 연비를 확보했다면 그야말로 꿩과 알을 모두 먹는 셈이다. 좀 더 논의를 확장하면 타이어 편평비를 60 혹은 70시리즈로 바꾸면 훨씬 더 높은 연비를 얻을 수도 있겠다.
2.0ℓ 디젤엔진의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38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6kg·m이다. 이 수치로 보면 순발력보다 은근과 끈기있는 파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 0→100km/h 도달시간이 10초를 넘긴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킥다운했을 때 차체가 반응하는 느낌은 그리 더디지 않다. 일반 운전자들이 실제로 많이 주행하는 영역인 80km/h 전후의 속도에서 힘, 순발력, 탄력 부족을 호소할 일은 없을 듯 하다. 시속 100km를 넘기며 고속으로 진입하면서 차는 팽팽한 긴장상태의 탄력을 이어가다 200km/h를 앞두고 지루한 가속이 이어진다.
변속기는 6단 팁트로닉이 올라가 있어 엔진힘을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변속충격도 크게 줄였다.
디젤의 친환경 성능도 갈수록 높아져 ‘매연 뿜는 디젤’ 이미지는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동을 켜고 차 뒤로 가서 머플러 곁에 서면 배기가스 냄새가 예전과는 다르다. 시커먼 연기에 유황냄새가 섞인 매케한 경유 배기가스 냄새는 추억 속에서나 있을 뿐 시금털털한 독특한 냄새로 변했다. 미세먼지필터(DPF)가 달려 있어 아주 미세한 먼지까지 걸러내고, 걸러낸 먼지는 배기가스 열을 이용해 스스로 태워 없앤다. 과거의 디젤이 아닌 것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디젤엔진의 점유비중이 60%를 넘기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디젤엔진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
판매가격 3,350만원. 수입차의 경계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이 차는 보여주고 있다. 수입차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월급쟁이들도 이제 “어디 한 번”하고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주변 친구들에게서 “요즘 수입차 탈만한 게 뭐냐”는 질문을 받는 횟수도 점점 늘어간다. 뉴 307이나 307SW 등이 그들에게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당연히 국산차 중에서 차를 골라야 한다고 알았던 사람들의 눈에 점점 수입차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욕하면 잡아가던 ‘막거리 보안법’이 서슬 퍼렇던 나라에서 숨죽여 살면서 국산품 애용을 소리 높여 외쳤던 시대가 언제였나 싶게, 이제 우리 도로 위에는 많은 수입차들이 달리고 있다. 비싼 차는 비싼 차대로, 중저가 수입차는 또 그대로 부지런히 시장을 넓히고 있다.
경유값 인상으로 디젤차의 경제성 혹은 잇점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는 있으나 그래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지지 않는 이상 훨씬 더 경제적이란 사실은 당분간 진실일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