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새해를 맞으며 XC90 새 모델을 선보였다. 크롬도금과 언더커버 등 세부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한 연식변경모델로 보면 된다.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연초 벽두부터 부지런을 떨면서 새 차를 출시하는 모습에서 새해 새 각오를 다지는 볼보의 자세를 읽는다. 새로워진 XC90 D5를 탔다.
▲디자인
볼보에 대한 이미지는 세대에 따라 뚜렷히 구분된다. "각그랜저"를 연상시키는 각진 모습의 볼보에서 좀 더 세련되고 유연한 모습으로 변한 오늘날의 볼보는 확실히 다르다. 과연 같은 회사가 만든 차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과거의 볼보가 안전하지만 무겁고 권위적인, 딱딱한 이미지였다면 요즘의 볼보는 확실히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게다가 옛날에는 없던 SUV까지 나왔다. 그런 면에서 XC90은 존재 자체로 볼보의 변화를 웅변하는 모델이다.
보디는 군살없이 적당히 근육이 붙은 보기 좋은 볼륨으로 디자인했다. 알루미늄 루프 캐리어와 세로로 길게 배치된 리어 램프가 익스테리어 디자인의 강조점이다. 이 밖에도 범퍼 아랫 부분의 언더커버와 범퍼가드 등도 신경써서 만든 티가 난다.
실내에선 센터페시아를 객실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수직면이 주는 답답함 대신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배치가 훨씬 여유롭다. 계기판과 스위치 등이 보기 쉽고 조작하기 편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사이드미러를 조절하는 버튼 두 개가 서로 동떨어져 있어 당황스럽다. 사이드미러를 조절하는 스위치는 도어패널에, 미러를 접는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자리잡고 있다. 운전석에도 머리 위 왼쪽에 손잡이가 달렸다. 보통 조수석에는 손잡이가 달리지만 운전석에는 운전대가 있어 손잡이는 생략한다. 세심한 배려라 할 것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걸 만들어 놓은 것인가.
새로 적용한 다인 오디오는 호평을 받을 만하다. 감각 무디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자의 귀지만 소리의 질감이 다름을 알아챈다.
▲성능
디젤엔진의 굵은 소리는 이 차에서도 예외없다. 신경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낮은 곳에서의 울림이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정도. 5기통 터보차저 디젤엔진은 185마력. XC90 휘발유엔진에 비해 힘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0→100km/h 가속시간도 11.5초에 달한다. XC90에서 순발력, 폭발적으로 터지는 힘을 기대한다면 D5보다는 V8이 답이다. D5는 실제 주행영역에서의 알찬 성능과 여기에 걸맞는 경제성을 갖췄다.
처음 출발할 때 다소 굼뜨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아도 된다. 사실 차와의 첫 만남에서는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며 몸에 안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차와 몸은 서로에게 적응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가도 적응 안되고, 불편하고, 거슬리는 게 진짜 문제다.
60~80km/h 구간에서는 차도, 사람도 아주 편하다. 손에 쏙 들어오는 변속레버를 "툭툭" 치며 팁트로닉을 만끽하며 편안하게 운전하면 아쉬울 게 없다.
속도를 높이면 소리도 커진다. 엔진소리도 그렇고, 바람소리도 그렇다. 시속 160km를 넘기면 속도감도 높아진다. 최고속도인 시속 190km까지도 어렵지 않게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디젤엔진이 고속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 차는 200km/h 가까이 속도를 내는 만큼 흠잡을 일은 아니다.
V8 엔진까지 올라가는 차체여서 고속주행에서 차체의 안정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풀타임 4륜구동 아닌가. 약간의 소음만 빼면 쾌적한 주행환경을 갖췄다고 할 만 하다. 이 차의 4륜구동은 도심주행용, 즉 온로드용 4륜구동으로 봐야 한다. 변속기의 저속 모드가 없어서다.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이 차의 4륜구동 진가는 빛을 발한다.
4륜구동 장치에 더해 DSTC(미끄럼방지 시스템), RSC(능동적 주행안전 시스템) 등이 어우러져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심하게 차를 몰아부쳐도 미끌림이나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일이 없다. 심한 코너에서 균형이 무너질 순간에 엔진 출력, 브레이크의 제동력, 서스펜션의 반발력 등이 함께 제어되면서 균형을 되찾는다. 같은 조건에서 DSTC 스위치를 꺼놓고 달려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게 된다.
▲경제성
XC90 중 가장 싼 모델이다. 판매가격 6,630만원. 휘발유엔진에 비해 힘이 약한 대신 가격은 저렴하다. 게다가 디젤엔진이 주는 장점도 많다. 연료비가 싼 데다 연비도 좋다는 점. 메이커 발표 연비는 11.1km/ℓ 수준이다. 엔진 배기량 2,400cc에 비하면 우수하다. 휘발유엔진이라면 어림없는 경제성이다.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과 거리가 많은 사람이라면 디젤차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만만치 않다. 결국 대부분의 디젤차들이 그렇듯이 XC90 D5의 타깃 역시 이런 류의 계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럭셔리시장으로만 보여지던 수입차시장이 이 처럼 구체적이고 세세한 요구까지 맞출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