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소리··산사에 봄이 기웃거린다

입력 2007년03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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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 소나무
후두둑 빗방울이 차창을 때렸다. 텅 빈 바다가 길동무처럼 함께 달리는 국도 7번 길에서였다. 떠나는 겨울의 심술이구나, 여겼거늘 보경사 주차장에서 만난 빗방울 머금은 홍매화! 봄이 오는 소리였다.



그 때문일까. 빗속의 보경사는 맑고 그윽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를 읊조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보경사 불이문을 들어서자 청정한 기운으로 맞아주는 소나무숲은 이수복의 시 <봄비>를 저도 몰래 흥얼거리게 만든다.

불이문


보경사는 절 자체보다 주변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다. 수령 800년이 넘는 소나무와 고목들이 울림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12폭포를 거느린 내연산 연봉의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절을 감싸 흐른다. 풍경소리조차 끊긴 고즈넉한 날이면 절 주위를 에워싼 잔잔한 물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



봄비 머금은 홍매화
주변 풍광에서 알 수 있듯이 보경사는 연륜이 오랜 고찰이다. 신라 진평왕 25년(602)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온 지명법사가 왕에게 "동해안의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소인이 진나라 어떤 도인에게 받은 팔면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략을 막고 장차 삼국을 통일하게 되리라"고 아뢰었다. 이에 왕이 그와 함께 동해안 북쪽 해안을 타고 올라가다가 오색 구름이 덮힌 걸 보고 찾은 곳이 내연산이었다. 그 곳의 큰 연못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대웅전)을 짓고 절을 창건해 이름을 보경사(寶鏡寺)라 했다. 이런 전설 때문인지 아무리 심한 가뭄 때라도 대웅전 앞에서 귀를 기울이면 지금도 물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보경사는 불이문(不二門)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본당에 들어서기 전 세워진 불이문은 이 곳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불이’(不二)는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라는 뜻이다. 이 뜻을 알게 되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데…. 불이문을 지나면서도 나는 여전히 어리석은 중생의 모습으로 절집을 기웃거린다.

보기 좋은 노송숲


천왕문 너머로 5층 석탑이 보이는 풍경. 이 단정한 정경은 보경사를 대표하는 모습이다. 일명 금당탑이라고 불리는 5층 석탑은 적광전 앞에 세워져 있다. 적광전은 삼존불을 모신 곳으로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수 없고 숙종 3년(1677)에 중건, 몇차례 중수가 있었으나 보경사 경내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역사가 깊다. 조선 중기 사찰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원진국사비
이 밖에도 대웅전·영산전·팔상전·명부전·산신각 등의 건물이 앞뒤로 나란히 자리한 보경사에는 절집 마당 곳곳에 오래된 나무들이 있어 정원같은 분위기다. 수령을 가늠키 어려운 소나무와 탱자나무는 특히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보물로 지정된 원진국사비와 부도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게 있다. 조용한 걸음새로 사람들을 피해 경내를 다니는 진돗개 한 마리. 소나무 아래 흰 몸을 접고 앉았다가 사뿐사뿐 걸음을 옮겨 대웅전 처마 밑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 때 대웅전에서 나오던 보살이 개를 보더니 말한다. “진돌아? 너 커피 마시고 싶으냐?” 그 말에 개는 순한 눈빛으로 뒷다리를 접고 그 앞에 앉는다. 잠시 후 보살이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내밀자 혓바닥으로 "후루룩 후루룩" 달게 커피를 마신다. 주변으로 가득 번지는 커피향…. 진돌이는 전생에 커피를 좋아했던 인간이었을까. 절집을 나오면서 내내 그 생각이 따라붙는다.

천왕문과 5층석탑


*가는 요령

포항에서 영덕방면으로 7번 국도를 따라 30㎞ 정도 달리면 송라면사무소 소재지인 광천리에 이른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 서쪽으로 4㎞ 정도 가면 내연산 보경사 주차장이다.

4천명분의 밥을 담았던 구시


*맛집

주차장에서 절집에 이르는 길목에 칼국수, 산채정식, 도토리묵, 동동주 등을 파는 토속음식촌이 형성돼 있다. 춘원식당(054-262-5252), 동백식당 등은 TV 맛집에 소개된 곳들. 보경사 바로 앞에는 2003년 개장한 연산온천파크(054-262-5200)가 자리하고 있다. 온천 사우나와 숙소, 음식점을 갖췄다.

보경사의 진돌이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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