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짜릿 드라이빙 엑스터시 RS4

입력 2007년03월1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튄다. 불타는 것 같은 빨간색 차체에 바닥에 달라붙은 자세. 아우디 RS4의 첫 인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튄다는 것. 원색의 미니스커트를 차려입은 볼륨감있는 미녀를 만난 기분이다. TV에 나오는 멋진 연예인이 보기는 좋지만 내 여자일 수 없는 것처럼 RS4도 그랬다. 멋있지만 ‘내 것’이라는 기분은 안든다. 멋있는 이 차를 보면서 ‘바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이 차의 판매타깃이다. RS는 "레이싱 스포츠"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디자인
단단해 보이는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빨간 보디에 은색 사이드 미러. 강렬한 색을 써서 차를 처음 볼 때는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를 옆에서 보면 살짝 앞으로 쏠리는 자세다. 이른바 웨지 스타일로, 차의 동적인 느낌을 살리는 디자인이다. 휠하우스에 꽉 들어찬 19인치 타이어를 보면 차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255/35ZR 19 사이즈의 타이어는 타이어라기보다 휠에 고무껍질을 붙여 놓은 것같다. 뒷타이어는 살짝 마이너스 옵셋을 적용했다. 타이어가 보디를 벗어나 있지만 리어 휠하우스에 볼륨을 줘 너무 두드려보이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커버했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휠이 시원하다. 휠과 타이어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의도였을까. 스페어타이어가 있어야 할 곳에 응급조치세트가 있다. 펑크가 났을 때 임시로 펑크난 곳을 메워주는 장치다.
뒤에서 보면 굵은 머플러 2개가 범퍼 아래에 자리잡았다. 보디 라인을 살려 만든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도 자연스럽게 차체와 어울린다.

차의 구석구석이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차의 성능을 암시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장이 심한 디자인의 다른 고성능 스포츠카와 달리 RS4는 적절히 자제하면서 전체의 균형을 깨지 않는 디자인이다. 마음놓고 과장한 디자인보다 오히려 더 아우라가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아 인테리어를 보면 ‘꽉 찬다’는 걸 실감한다. 스티어링 휠이 손에 꽉 차게 들어오고, 오랜만에 만나는 수동변속기와 ABC 페달(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클러치)이 손과 발을 바쁘게 한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에 촘촘히 들어찬 다양한 기능의 버튼들이 운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인테리어는 블랙톤으로 운전자와 탑승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야말로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차의 성능이 운전자를 살짝 흥분상태로 몰아가는 데 더해 인테리어까지 운전자의 심리를 자극한다면 기분이야 더 날 지 모르겠으나 안전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터. 차분한 인테리어 컬러가 안팎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계기판은 8,000rpm부터 레드존이고, 시속 310km까지 표시됐다.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차에 압도당한다. 실제 달려보지 않아도 차의 성능을 미뤄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성능
손맛에 더해 발맛까지 느낄 수 있는 수동변속기를 매우 오랜만에 만났다. 엔진룸에 꽉찬 V8 엔진에서 터지는 파워는 운전대와 변속기를 통해 손끝으로, 클러치와 가속 페달을 통해 발끝으로, 시트를 통해 엉덩이와 허벅지로 전해진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매료된 이들은 엔진의 힘을 느끼는 이런 순간을 짜릿해한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고속이라야 스포츠카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차가 움직이지 않는 공회전 상태에서도 온몸을 저리게 하는 짜릿함을 누리고, 중·저속의 낮은 엔진소리에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이야 말로 스포츠카를 제대로 아는 게 아닐까 싶다.

4.2ℓ FSI 엔진은 최고출력 420마력의 괴력을 뽑아낸다. 힘도 힘이지만 ℓ당 10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효율을 주목해야 한다. 최대토크는 43.9kg·m로 2,250~7,600rpm에서 엔진토크의 90%를 사용할 수 있다. 저속에서 고속구간까지 고르게 토크가 나온다는 의미다.

RS4는 정지 상태에서 4.8초만에 시속 100km를 넘기고, 16.6초가 지나면 시속 200km에 도달한다. 200km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의 짜릿함은 유쾌함을 동반한다.

1단에서 풀가속을 하면 레드존에서 시속 70km에 이른다. 1단만으로도 어지간한 시내주행은 가능할 정도다. 2단에서는 시속 11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6단 수동변속기지만 2단에서 법정 최고속도에 다다른다. 나머지 6단까지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더해지는 셈이다. 3단에서 시속 160km를 찍었고, 4단 이상에서는 그 의미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어 확인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확인하지 못했다. 차의 속도가 기자의 운전 가능범위를 훨씬 벗어나서다.

시속 100km에서 변속기를 6단에 놓으면 차는 매우 얌전해진다. rpm이 2,500으로 뚝 떨어지면서 거친 야성을 숨기고 부드러워진다.

차의 속도감과 비례하는 엔진 사운드는 환상적이다. 럭셔리 세단의 푹신한 시트에 파묻혀 달리는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속도감과 소리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살짝 불안하면서도 차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RS4는 그런 차였다.

사실 고속에서 마음 푹 놓고 있을 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노면의 진동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딱딱한 서스펜션이 주는 긴장감이다.

주행안정장치인 ESP를 끄고 코너를 급하게 돌면 타이어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이 장치를 켜고 돌면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운전자가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ESP 등 첨단 장치가 차의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ESP는각각의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한다. 그 뿐 아니라 ABS, ASR(Anti-Slip Regulation), EBD(Elec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 EDL(Electronic Differential Lock) 등의 안전장치들을 통합제어해 0.02초만에 반응한다.

또 하나, 아우디의 자랑인 콰트로 시스템이 이 차에도 있다. 풀타임 4륜구동은 차의 주행안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고속주행과 코너에서 4륜구동인 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한계성능이 훨씬 여유있어 그 만큼 차의 자세도 안정적일 뿐 아니라 그에 따라 운전자도 편안하게 차를 몰 수 있다. 차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는 장치다.

시승을 하는 동안 동승했던 이들이 몇 있다. 반응은 두 갈래였다. “와! 차 죽이네”하는 이들과, “아이고 정신없다”는 반응이다. 스포츠카의 박력과 파워에 매료된 이들이 전자다. 후자의 경우 차는 편안하고, 조용하고, 얌전할수록 좋다는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은 거칠고, 변속할 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다시 뒤로 돌아오는, 속도를 올리면 엔진소리도 숨기지 않고 커지는 그런 차가 좋아 보일 리는 없겠다. 그런 이들에게는 “차는 말이야, 바로 이런 맛이 있어야 돼”라고 아무리 입에 침을 발라 얘기해도 귀담아들을 리 만무하다.

▲경제성
스포츠카에 경제성을 따지는 건 사실 의미없는 일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차라기보다는 감성적이고 느낌을 중요시해서다. 스포츠카는 시장도 좁아 박리다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격도 비싸진다. 아우디는 RS4를 1억4,550만원에 판다. 보기 좋지만 내 차라는 느낌이 안드는 건 수중에 돈이 없어서다. 마음에 드는 데다 까짓 1억5,000만원쯤 지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보기 좋은 이 차가 바로 내 차라는 ‘첫 눈에 반하는 짜릿함’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차가 모두의 입맛에 맞출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좋은 차를 알아보는 소수의 경제력있는 이들의 눈에, 즉 이 차의 실제 소비층에 어떤 평가를 받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오종훈 ojh@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