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 이색복장 세일즈맨

입력 2007년03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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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

현대자동차 최진성.


한 자동차 판매왕의 조언이다. 신뢰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요즘처럼 판매경쟁이 치열할 때 이 말을 철칙처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이색 자동차 세일즈맨들이다. "어떻게든 튀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노력에 주변에서도 박수를 보낼 정도다.



현대자동차 혜화지점 최진성 차장(40)은 ‘최진실’로 통한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속칭, 클럽의 웨이터다. 최 차장은 입사가 늦어 스스로 자신을 알리는 방법을 찾다 나름대로 튀는 전략을 택했다. 화려한 복장을 갖추고 영업현장을 누비다보니 이제 동네에선 제법 유명인사가 됐다.



기아자동차 조용국.
물론 최 차장도 처음부터 당당했던 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부끄러워 일부러 선글라스를 쓰기도 했고, 오히려 동료들로부터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차를 팔아야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제는 예쁜 딸의 세일즈로 담임교사에게 차를 팔았을 만큼 가족들의 응원도 대단하다. 최근에는 그의 열정을 높이 사 기업마다 특강 강사로 모시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곳의 기업에서 프로세일즈 정신을 교육했다.



튀는 데는 교복도 단골 복장이다. 기아자동차 서여의도지점 조용국(40) 씨는 신입사원 시절 자신의 고객 덕분에 튀는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고 말한다. 어느 날 고객이 영업점에 와서 자신의 명함을 들고 다른 선배사원을 찾자 ‘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주변 반응도 좋았고, 가족들은 옷값이 덜 든다며 적극 추천했다. 튀는 복장이라 나쁜 짓도 못할 테니 부인은 오히려 안심(?)하며 웃음지었다고 한다.



교복이라면 쌍용자동차 부산 동구영업소 길봉재(30) 씨도 뒤지지 않는다. 일명 "길반장"으로 통하는 그는 ‘튀어야 산다’는 생각을 하다 영화 "친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업점 가까운 곳에 영화 친구의 테마거리가 있었고, 교복을 착용한 유오성과 장동건의 사진을 보면서 교복과 모자, 가방까지 갖췄다. 교련복도 입고, ‘길반장’이 새겨진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자신을 알렸으나 첫 반응은 싸늘했다. "창피하다", "길에서 만나면 아는 체도 하지 마라" 등의 핀잔이 잇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보기 좋다", "차 살 일 있으면 꼭 연락하겠다"는 말이 더 많아졌고, 이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세일즈관련 기사를 스크랩해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쌍용자동차 길봉재.


커플로 유명세를 치르는 이도 있다. GM대우자동차 부산 동래영업소 강민수(30) 씨와 서성현(34) 씨는 일명 ‘복돌이와 복순이’로 통한다. 지난해 나란히 입사한 이들은 2007년 새해부터 합심, 튀는 전략의 일환으로 복돌이와 복순이 인형 복장을 하고 영업활동에 나선다. 이들이 추구하는 건 단 하나, 고객이 웃을 수 있다면 된다는 지론이다.



올해가 황금돼지띠인 점에 착안, 돼지인형을 복장으로 갖춰 이름을 ‘복돌이와 복순이’로 붙였다. 정장을 입고 자신을 소개할 때와 비교하면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덥지 않느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문자로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러나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기 싫어서다. 언젠가는 얘기해야겠으나 나름대로 목표를 이룬 뒤 공개(?)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GM대우자동차 강민수·서성현.
영화 속 주인공을 흉내낸 이색 세일즈맨으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로보캅 박한성(33)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천안 두정지점에 근무하는 박 씨는 고객이 전시장을 방문해 자신을 찾은 적이 없다는 점에 자괴감을 느끼고 변신을 마음먹게 됐다. 그러던 중 유럽에 정통한 지인으로부터 자동차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하는 광고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로보캅이 되기로 하고 복장을 갖췄다. 물론 고객들의 첫 반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처음에는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다가오기 시작했고,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복장을 갖추는 데 들어간 거금 300만원 때문에 아내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러기를 3년, 이제는 천안시내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물론 지금은 아내도 알고 있다.



GM대우자동차 부산 연제영업소 김삼수(29) 씨도 영화 주인공을 앞세웠다. 바로 슈퍼맨이다. 그가 슈퍼맨이 된 사연은 조금 독특하다. 5년여의 군생활을 마치고 처음 발을 디딘 분야가 자동차영업이었던 그에게 부산은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이었다. 그러던 중 ‘당신은 모두의 영웅입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슈퍼맨을 떠올린 뒤 인터넷을 뒤져 옷을 구입했다. 달라붙는 하의에 솜이 가득차 있는 상의가 더워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적응을 위해 퇴근 후 1주일동안 슈퍼맨 복장을 입고 생활했을 정도로 의지는 대단했다. 지금은 유명인사가 돼 다른 세일즈업종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올 정도다.



김 씨가 슈퍼맨이 된 건 아버지 때문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슈퍼맨 복장을 고른 것. 슈퍼맨 복장으로 노래자랑에 나갔고, 병실에서 TV를 통해 이를 지켜 보던 부친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씨의 가족들은 든든한 후원자다. 특히 김 씨의 누나는 막내동생에 대한 애틋함으로 직접 김 씨의 홈페이지에 격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고, 때로는 세일즈우먼이 돼 김 씨를 돕고 있기도 하다.

르노삼성자동차 박한성.


이 처럼 튀는 복장으로 세일즈 현장에 뛰어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결정 이후 행동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물이 따라온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따라서 목표도 거창하게 판매왕 등이 아니다. 판매왕은 지금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판매왕이 되기 위해 이색전략을 펴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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