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미니 뉴 쿠퍼를 만났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내세운 한 정유회사 광고에 등장해 관심을 끄는 차가 바로 쿠퍼다. CF에는 쿠퍼 컨버터블이 등장한다. BMW로서는 정유회사 광고 덕분에 큰 광고효과를 보는 셈이다. 문근영과 쿠퍼의 이미지는 아주 잘 어울린다. 깜찍하고 예쁘면서도 친근감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쿠퍼는 디자인에서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세련되고 현대적인 생김새 뒤로 반세기에 걸친 영욕의 역사가 드리워진 차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젊은 차를 타고 봄이 오는 길을 달렸다.
▲디자인
누구나 이 차에 처음 오르는 순간 정신이 확 깨는 쇼크를 받는다. 마치 벽시계를 옮겨 놓은 것처럼, 커다란 원형 계기판이 센터페시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속도계와 오디오 정보 등이 표시되는 계기판이다. 미적인 아름다움, 기능적인 편리성 등등 평가해야 할 요소들을 떠나 매우 과감한 시도라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중요한 건 이 같은 시도가 아이디어 스케치나 구상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양산차에 적용됐다는 점이다. 대시보드 정중앙에 커다란 원으로 자리잡은 계기판은 미니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조직이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임을 말해준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이라면 씨도 안먹힐 일이겠으나 미니차에서는 보란 듯이 실현했다.
물론 어색함은 크다. 오죽하면 정신이 확 깨는 쇼크로 다가왔을까. 파격까지는 인정하지만 파격의 아름다움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느낌이다.
계기판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운전자만 독점하던 주행정보가 탑승객 모두에게 공개되는 효과가 있다. 과속할 때 잔소리 들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계기판의 원이 필요 이상으로 크고, 계기판을 덮은 유리에 빛이 반사되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 쿠퍼의 헤드라이트도 원에 가까워졌다. 보디 측면의 숄더라인은 뒤쪽을 살짝 올려 앞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다이내믹한 효과를 노리는 디자인이다. 재미있는 건 구형에서는 보닛에 붙어 있던 헤드라이트가 신형에서는 보닛에서 떨어져 아래쪽 엔진룸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대신 보닛에 둥근 구멍을 뚫어 헤드 램프 자리를 만들었다.
신형은 구형에 비해 차체 길이가 60mm 길어져 실내공간이 넓어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넓어진 공간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위해서만 사용된 듯하다. 뒷좌석에는 성인이 겨우 앉을 정도의 공간밖에 배려하지 않았다.
앞서 얘기한 정유회사 광고에 문근영이 주유버튼을 못찾아 당황하는 설정이 있다. 쿠퍼에는 주유버튼이 없다. 주유원이 주유구를 맨손으로 열 수 있게 돼 있다.
▲성능
미니은 원래 디자인이 가장 큰 매력이다. 원래의 미니, 그러니까 로버 미니는 배기량 1ℓ급의 우리로 치면 경차에 불과했다. 따라서 움직이고 서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반면 세련되고 마무리가 깔끔한 그런 차는 아니었다. 그런 미니가 BMW로 주인이 바뀌면서 프리미엄급 소형차로 탈바꿈했다. 디자인의 강점은 최대한 살리면서 품질을 프리미엄에 걸맞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뉴 쿠퍼는 4기통 1.6ℓ 신형 엔진을 탑재했다. BMW의 밸브트로닉 기술이 적용돼 연비가 13.7km/ℓ에 달하고, 최고출력은 120마력에 이른다. 메이커측이 말하는 0→100km/h 가속시간은 10.4초, 안전제어 최고속도는 197km/h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야무진 성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뉴 쿠퍼는 푸시버튼으로 시동을 건다. 고성능차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식을 미니에까지 이전시킨 것. 키를 꽂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면 그럴 듯한 엔진소리가 터져나온다. 엔진은 조용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탄력을 받기 전 엔진소리가 먼저 커진다. 때리려고 폼만 잡아도 목놓아 울어버리는 엄살 심한 아이같다. 소리를 들으면 시속 160km는 넘는 것 같은데 계기판 바늘은 100km/h를 가르킨다.
스티어링 휠은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인데 속도에 따라 반발력이 다르다.
ABS를 비롯해 EBD(전자제어 제동력배분 시스템), CBC(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 등의 장치들이 적용돼 차의 안전한 거동을 보조한다. 브레이크는 조금 예민하다. 살짝 밟아도 차의 움직임이 크다. 시야는 만족할만하다. 전후방 시야는 물론 B필러가 조금 뒤로 가 있어 고개를 돌렸을 때 측면 후방시야를 확보하기 쉽다. 팁트로닉 자동변속기의 수동변속 방식은 BMW식이다.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이고, 아래로 당기면 시프트 업이 된다.
▲경제성
뉴 쿠퍼의 가격은 3,440만원이다. 3,000만원대 수입차시장에는 요즘들어 새 모델들이 쏟아지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가격대다. 볼보 C30·S40·V50, 크라이슬러 세브링, 혼다 CR-V·어코드, 푸조 206·307SW, 폭스바겐 골프·제타·비틀·파사트 등이 이 가격대다. 춘추전국시대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다.
3,000만원대 수입차시장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수입차 대 수입차 간 경쟁구도에 수입차 대 국산차의 경쟁구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과도 같은 시장이다. 뉴 쿠퍼가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눈길을 확 잡아끄는 디자인과 BMW 브랜드에 힘입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큰 힘이 되기는 하겠지만 성능과 경제성에서 다른 차들을 확실히 압도하는 그 무엇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