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가 ‘달리는 실험실’의 위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모터스포츠업계가 적극적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인디레이싱리그(IRL)는 올해부터 식물성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경주차에 사용한다. 미국의 경우 풍부한 옥수수를 대량으로 재배, 이를 발효시켜 얻을 수 있는 알코올을 주성분으로 한다는 것. 실제 미국은 일반 자동차가 쓰는 ‘E85(에탄올 85%. 휘발유 15%)’라는 연료를 팔고 있다.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면 식물이 광합성 작용으로 대기중에서 거둬들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됨으로써 지구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온실효과가 촉진된다.
IRL이 에탄올을 연료로 쓰겠다고 하자 E85 제조업계나 미국환경보호국(EPA), 캘리포니아대기자원국(CARB)도 관심을 가져 지난해 SAE 모터스포츠학회에서는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미국정부의 대체연료 지원 움직임은 ‘환경’이라는 직접적인 화두 외에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중동의 정치정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외교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
모터스포츠에서는 이미 연료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근래 디젤엔진이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BTCC도 대체연료차의 참가를 독려하고 있고, 관계당국의 지원도 있다. 미국에서 출발해 영국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 전용 기술경기인 포뮬러 SAE도 하이브리드부문을 신설했다. 포뮬러 SAE에 참가한 미국의 탑팀은 E85 연료를 선택하기도 했다. E85라는 대체연료의 연구를 목적으로 경기에 나간다는 명분이 없을 경우 학내에서의 지지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처럼 환경보호와 그 기술의 개발은 선진 모터스포츠에서는 큰 주제가 되고 있다.
F1 그랑프리, IRL, 르망 24시간, 랠리 등 시대를 막론하고 이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산업의 기술혁신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래에는 성능을 규제하거나 드라이버의 운전기술에 따른 경쟁을 우선시해 모터스포츠에서의 기술혁신이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제 환경문제라고 하는 새로운 화두에 직면한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산업, 사회, 미래를 위해 뜻깊은 기술혁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문제를 통해 모터스포츠가 ‘달리는 실험실’이라는 본연의 명예를 회복할 준비를 갖춘 셈이다.
김태종 기자
kls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