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엔트리카 C30을 만났다.
엉덩이가 예쁜 차다. 정면 얼굴로 승부를 거는 다른 차들과 달리 C30은 예쁜 엉덩이를 내세웠다. 공식 발표에 앞서 시내버스에 뒷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를 먼저 했다. 수입차가 시내버스에 광고를 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거니와, 엉덩이를 내민 발칙한 자세가 또 한 번의 파격이다.
C30은 유럽시장에서 선보인 뒤 한국에서 세계 두 번째로 시판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스웨덴 볼보 본사가 한국시장을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기분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을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길만한 까닭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볼보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시장에 비해 점유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세계 두 번째 발표라는 사실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게 좋겠다. 합리적인 의미 부여가 힘들어서다.
▲디자인
앞에서 이 차를 보면 엔트리급 소형차라고 보이지 않는다. 딱 벌어진 보닛라인이 적어도 중형급은 돼 보인다. 차를 돌려 뒤를 보면 비로소 이 차의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예쁜 뒷모양이 눈길을 잡아 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 차림의 엉덩이를 보는 듯,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넓은 뒷창이 포인트다.
예쁜 디자인은 대부분의 경우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된다. 쿠페의 멋있는 루프라인 때문에 실내, 특히 뒷좌석 공간이 좁아진다. 멋있게 굴곡진 보디는 제조와 수리비용이 더 든다. 땅에 착 달라붙어 멋있게 보이는 스포츠카들은 차에 오르내릴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C30의 아름다운 뒷모양도 예외는 아니다. 멋있게 보이는 뒷창이 바로 트렁크 도어다. 이른 바 글라스 테일게이트다. 유리창을 열어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내리고 해야 한다. 문제는 트렁크 턱이 높아 짐을 높이 들어 올린 뒤 차 안으로 넣어야 한다는 것.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다. 스페어타이어를 꺼낼 때도 마찬가지. 템퍼러리 타이어라 레귤러 타이어보다는 가볍겠지만, 그래도 힘께나 써야 꺼내는데 트렁크 턱이 높아 부담스럽다. 트렁크 도어가 더 낮게 열리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유리창으로 트렁크 도어를 만든 디자인이 깨진다. 보기 좋은 디자인이 바로 약점이 되는 셈이다.
이 차는 4인승이다. 뒷좌석도 좌우 구별을 해서 각각 앉을 수 있게 했다. 가운데 걸쳐 앉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람을 모두 채우고 다니는 일이 많지 않은 이상 5인승이나 4인승이나 차이를 둘 일은 아니다. 뒷문이 따로 없는 쿠페 스타일이라 뒷좌석에 드나들기 불편한 점도 마찬가지. 혼자, 혹은 둘이 타는 경우라면 이런 불편은 느낄 일도 없다.
C30은 해치백 스타일을 잘 살렸다. 꽁무니가 잘린 어정쩡한 모습이 아니라 속이 꽉찬 소형차의 전형을 보여준다. 작은 차는 역시 해치백이 어울린다는 걸 이 차는 잘 말해주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트 포지션을 조정했다.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차체는 소형급이어서 당연히 수동레버로 시트를 조절하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전동시트다. 가격에 비해 편의장치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가죽도 아닌, 직물도 아닌 시트 질감은 매우 독특하다. 헤드레스트도 다른 차들의 그 것보다 우수하다. 차의 구석구석을 살펴볼수록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고,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알게 된다.
▲성능
C30은 작다고 우습게 보면 안될 차다. 작아서 예쁘기는 하지만 성능은 어쩔 수 없는 소형급인 차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그러나 C30은 다르다. 덩치가 작아 예쁘지만 2.4ℓ 엔진은 170마력의 비교적 넉넉한 힘을 낸다. V50에 올라간 것과 같은 엔진이다. 5기통 엔진은 엔진룸에 가로로 뒀다. 이런 배치는 쉽지 않은 일이다. 5기통이지만 작게 만들어야 좁은 엔진룸에 가로로 넣을 수 있다. 앞 트레드가 1535mm로, 뒤보다 5mm 넓은 것도 엔진 가로배치와 무관치 않다. 작은 차에 큰 엔진은 유럽 소형차의 공식과도 같다. 큰 차에 작은 엔진을 좋아하는 한국과 정확히 대칭된다.
섀시에 비해 여유있는 엔진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필수조건. 엔진이 받쳐주지 못해 단지 아름다운 차에만 만족해야 하는 경우에 비해 C30은 아름다운 차를 몰고 힘차고 재미있게 달리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다. 실제 C30은 달리는 데 여유가 있고 부드럽다. 2.0ℓ도 채 안되는 엔진으로 없는 힘을 바닥까지 긁어서 힘겹게 달리는 차와는 다르다. 가속 페달을 굳이 바닥까지 밟지 않아도 차는 탄력을 받고, 시속 14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그다지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기어트로닉 방식의 5단 변속기는 모든 영역에서 엔진 파워를 부드럽게 다룬다. 차체는 물론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적다.
C30에는 볼보의 플래그십카인 S80에 들어간 안전장치들이 모두 장착됐다. 사각지대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사각지대 정보시스템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측면보호 시스템, 경추보호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가격
C30의 가격은 3,290만원이다. 투톤컬러와 머플러팁, 맞춤 인테리어, 알루미늄 페달 등 ‘쿨패키지’를 택할 경우 3,460만원이 된다. 수입차시장에서 3,000만원의 벽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지만 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실제로는 3,000만원이 수입차의 실질적인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C30은 마지노선에 바짝 근접한 가격을 내놨다. 경쟁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격으로 이 차를 누르기 쉽지 않은 베팅이다. 그렇다고 품질이나 성능이 만만한가하면 그렇지 않다. 2.4ℓ급 엔진의 비교적 여유있는 힘과 S80에 맞먹는 편의장치 등등. 다만 하나, 볼보라는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가 남는다. 볼보를 두고 유러피언 럭셔리 브랜드라고 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30의 성공을 조심스럽게 점치게 되는 건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품질 덕분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