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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독대가 어우러진 산수유 나무 |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던 지난 주말,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송말리·경사리 산수유마을에선 제8회 산수유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던 이천시로서는 눈물을 머금게 한 원망스런 황사였겠지만 여행자 입장에선 참으로 다행스런 황사의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왜?
심각했던‘황사’로 산수유 축제에 가는 일정을 아예 포기한 후, 축제기간이 끝난 다음 날 이 곳을 찾았을 땐 “어제 안오길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행사장인 경사리에서 도립리로 이어지는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가기조차 힘든 좁은 산길이었다. 일방통행로이긴 했으나 만약 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이 이 곳에서 한데 엉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벌건 황토진흙길을 따라 산속으로 접어들면 산수유나무 군락보다 공동묘지가 더 넓게 펼쳐진다. 마음 약한 이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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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가 열렸던 현장 |
그 와중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먹거리 장터! “부침개 한 장 들고 가세요”라는 촌부의 소박한 청도 외면하고 서둘러 그 곳을 빠져나와야만 했던 건, 뗏장의 흙도 채 마르지 않은 무덤들을 옆에 두고 차마 히히낙낙 뱃속을 채우기 민망해서였다. 이런 곳에 무슨 축제를 열어 손님들을 골탕 먹이려고 하나, 답답한 행정을 나무라며 산을 내려오던 마음은, 그러나 도립리에 이르러 슬그머니 사라졌다.
산수유꽃이 마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도립리는 ‘아하, 이래서 이천 백사 산수유 축제가 유명하구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산과 들은 물론 집과 집들 사이에, 골목길에도 수령 100년이 넘는 산수유나무가 군락지를 이뤘다. 마을 입구에는 육괴정이라는 정자와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는 도립리에 뿌리내린 산수유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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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괴정 담장 너머에도 산수유 |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 때 난을 피해 낙향한 당대의 선비 여섯 사람이 우의를 기리는 뜻에서 정자 앞에 못을 파서 연을 심고, 그 주변에 각자 한 그루씩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와 함께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이 때부터 심기 시작한 산수유나무는 현재 백사면 도립1리, 경사1·2리, 송말1·2리 등 5개 마을에 대단위의 군락을 이루게 됐다. 이 곳에서 산수유는 선비들이 심기 시작했다는 유래로부터 ‘선비꽃’이라고도 불린다.
산수유나무는 공해에 약하지만 내한성이 강하고 이식력이 좋아 진달래나 개나리, 벚꽃보다 먼저 개화하는 봄의 전령사다. 이른 봄에는 화사한 황금색의 꽃이 인상적이고, 11월에는 선홍색 열매가 그 윤기를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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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 9경 중 하나인 산수유마을 |
백사면 일대의 산수유마을에는 1만7000여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159개 농가에서 매년 약 2만kg의 산수유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비록(다행히?) 축제는 끝났지만, 이번 주 이천으로 나들이를 하면 샛노란 산수유꽃의 절정을 구경할 수 있다. 마을 주변으로 영원사 약사여래좌상, 반룡송, 백송 등의 볼거리도 다양해 가족나들이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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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괴정 앞 500년생 느티나무 |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IC에서 나가 3번 국도를 타고 이천 방향으로 향한다. 이천에서 70번 지방도를 타고 직진, 신대리 - 현방리 - 도립리에 이른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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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길을 에워싼 산수유나무 |
백사면 가는 길에 위치한 도요단지로 유명한 신둔리에는 이천돌솥밥(031-632-2300), 한정식지원(031-632-7230) 등 소문난 이천 쌀밥을 맛볼 수 있는 한정식집이 여럿 있다. 깔끔하고 맛깔스런 상차림에는 도드람 돼지고기 보쌈을 비롯해 된장찌개, 우거지, 비지찌개, 어리굴젓, 생선조림, 게장 등이 입맛을 돋운다. 도립리에도 도토리묵을 전문으로 하는 할머니묵집 등 소박한 맛집들이 몇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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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 고운 산수유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