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3 디젤 "기대 이상"

입력 2007년04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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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가 X3 디젤을 내놨다. 차를 만든 BMW는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SAV)로 이 차를 소개한다. SUV라는 범용 표현이 있으나 BMW는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표현을 쓴다. BMW는 일반적인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SUV가 아닌 SAV이고, 팁트로닉 변속레버도 다른 차들과 달리 밑으로 내리면 시프트업이다. 고집만 세다고 이럴 수 있는 건 아니다. 남들이 뭐라든 나의 길을 가는 고집이 통하려면 내 기술이 없으면 안된다.

▲디자인
X3는 예쁘다. X5에 비하면 작지만, 그렇다고 그냥 작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야무진 모습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는 차가 작은 지 사실 잘 모른다. 트렁크 공간이 좀 협소하단 생각이 들까. 뒷좌석만 해도 3명이 앉아서 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X3는 옆에서 볼 때 이 차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 같다.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 라인이 마치 쿠페를 연상케 한다. 직렬 6기통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려다 보니 차체의 길이에 비해 보닛 라인이 유난히 길다.

예쁜 옆모습에 아쉬움이 있다면 타이어다. 넓고 큰 휠하우스에 조그맣게 자리한 타이어는 조화롭지 않다. 17인치 타이어는 작아 보인다. 시각적으로 차의 성능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두 단계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썼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 그리고 변속레버의 촉감은 고급스럽다. 격을 갖춘 인테리어다. 그러한 격은 마무리에서 좌우된다. 이음새 부분이 허술하고, 틈이 일정치 않고, 같은 색상이지만 소재에 따라 톤이 다르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썼다 해도 격은 떨어진다. BMW를 비롯, 소위 프리미엄 세단으로 인정받는 차들의 공통점은 마무리에 강하다는 점. 스스로 프리미엄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들이 외면하는 차가 있다면 그 이유를 차의 마무리에서 찾으면 거의 틀림없다. 어쨌거나 X3는 차가 작아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프리미엄으로 자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X3는 키드니 그릴이 구형보다 약간 커졌다. 안개등은 범퍼에 통합됐고 헤드라이트에는 코로나링이 추가됐다. 후면도 램프 디자인이 L자 형태로 바뀌었으며, LED 라이트를 채택해 잘 보이게 만들었다. 실내에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달라졌고, 대시보드 주변의 우드트림 등 고급 마감재를 채택했다. 도어 포켓도 새로 마련했다. 온보드 모니터, 하이파이 프로페셔널 사운드 시스템은 기본이다.

▲성능
X3 3.0d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디젤엔진이라는 사실. 디젤엔진은 요즘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디젤엔진을 말할 땐 공식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소음과 진동. 그러나 기술이 차근차근 개선되면서 이런 공식은 이제 구태의연해졌다.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음과 진동이 생기는 원인은 디젤엔진의 압축비가 높아서다. 전기불꽃을 튀겨 폭발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폭발할 때까지 압축하며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보니 디젤엔진은 휘발유엔진보다 훨씬 고압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시끄럽고 덜덜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즘의 디젤엔진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혼합기를 실린더에 공급하는 방식에서, 혼합기가 아닌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고 전자제어장치로 그 분사를 조절하면서 소음과 진동을 줄여 엔진 출력을 더 크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X3의 디젤엔진은 피에조 인젝터 방식을 적용했다. 폭발이 일어나는 그 잠깐 사이에 연료를 몇 차례로 나눠 끊어서 공급하는 것. 폭발충격를 수 차례 나누는 효과가 있어 조용하고 진동도 적다. 물론 연료효율도 높아지고 환경에도 덜 해롭다.

과연 그럴까. 차를 몰고 본격 시승에 나섰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차의 반응이 가볍고 부드러웠다. 의외였다. 디젤엔진의 특성을 전혀 읽어낼 수 없어서였다. 공회전할 때 차창 너머로 들리는 굵은 엔진소리 외에는 이 차가 디젤엔진을 쓰고 있다는 아무런 징후를 느낄 수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부드럽고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가솔린차와 다름이 없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도달시간은 7.7초. 편안하게 달리는 중형 세단 수준과 비슷하다.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가속감을 실감할 때엔 ‘이거 진짜 디젤 맞나’하는 생각에 차에서 내려 연료주입구를 살펴볼 정도였다.

차의 운전석이 높고 시원하게 자리잡은 선루프 덕분에 시야는 아쉬울 게 없다.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사이드 미러에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글씨가 좀 큰 듯해서 걸리는 것 말고는 시야에 불만은 없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세로로 길게 놓였다. 엔진룸을 열면 안티롤 바도 보인다.

뉴 X3에는 4가지 기능이 추가된 DSC와 DTC가 채용됐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이 장치들은 바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준비상태로 들어간다. 젖은 브레이크를 말리는 브레이크 드라이 기능도 가졌다. 오르막길에서 차가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걸 방지하는 스타트-오프 어시스턴트 기능도 있다. 차와 탑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다.

4륜구동이어서 160km/h의 고속에서도 차는 안정적이다. 차가 높아 조금 불안할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여유있으면서도 조용한 디젤엔진, 튼튼한 강성을 가진 차체, 한계상황이 훨씬 높은 4륜구동 시스템 등에 힘입어 흔들림없이 안정적인 달리기를 실현했다.

승용 디젤엔진과 관련해서 기자의 기억에 남는 몇 종의 차가 있다. 어쩔 수 없는 디젤의 한계를 절감하게 해준 차도 있고, 디젤엔진이 이렇게까지 좋아졌음을 실감나게 보여준 차도 있다. X3 디젤도 기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디젤엔진차로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한 디젤엔진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엔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이었다.

▲경제성
판매가격은 7,180만원이다. 작은 SUV지만 값은 큰 차들보다 더 비싸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적용될 지 모르겠으나, X3가 싼 차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차는 나름대로 분명한 타깃층과 수요가 있다. 어떤 이들이 이 차를 탈까. 나이 들고 성공한 사람이라면 5시리즈나 7시리즈가 어울릴 것이고, SUV라면 X5가 있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는 보다 젊은 전문가그룹이 이 차의 타킷이 되지 않을까. 이 차의 주인이 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이 값에 탈 수 있는 다른 많은 차들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게 그 중 하나다.

사족 하나. 내비게이션이 이 차에는 없다. BMW가 자랑하는, 한글을 지원하는 K내비게이션을 만날 수 없다. 이 정도 가격에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건 “영업사원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7,000만원 넘는 돈을 주면서 산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이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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