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속에 어우러진 곱게 늙은 절집

입력 2007년04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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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아래 개심사
연분홍 꽃잎이 봄바람에 하롱하롱 휘날렸다. 절집 마당에 눈처럼 흩어지는 꽃잎들. 늙은 배롱나무는 아직 꽃을 달지 못했지만, 곱게 단장하고 마악 얼굴을 내밀던 진달래는 뾰족한 주둥일 비죽거린다. 벚꽃 낭자의 화사한 자태에 배알이 꼴려서일 게다. 해탈문 담벼락에 비딱하게 기대선 진달래를 보며 곱게 늙은 절집이 소리없이 호물, 웃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절 개심사의 봄날 풍경이다. 마음을 연다는 이름(開心) 때문일까, 개심사의 봄날 풍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무장해제시킨다. 아니, 무장해제는 일주문을 지나 산길로 오르는 돌계단을 밟아갈 때 이미 이뤄진다. 허리 휜 늙은 소나무가 뿜어내는 짙은 솔향은 마음을 씻어주고, 군데군데 무리지어 핀 봄꽃은 세상의 번뇌를 잊게 한다.

일주문


그리 오래지 않아 나타나는 절집의 수굿한 모습을 마주하면 그 때까지 경계를 놓지 못했던 마음 한 가닥이 턱없이 "헤" 풀어지고 만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고 단청 대신 나뭇결을 살려둔 절집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은 굳이 건축미를 운운하지 않아도 남다르게 보인다.



심검당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인 개심사는 654년 혜감이 창건해 처음엔 개원사(開元寺)라 했으나 1350년 중창하며 절 이름을 개심사라 했다.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으며 1955년 전면 보수해 오늘의 절 모습을 갖췄다.



넓지 않은 경내를 한 바퀴 빙 돌아보면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보다 더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단청없는 맨몸이 세월의 결을 고스란히 느껴지게 하는 심검당이다. 기단석 위에 자연석의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배흘림을 가미한 기둥을 세운 심검당은 오로지 흙과 돌과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다.

진달래도 시샘


이런 자연스런 건축미는 개심사 절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범종각의 네 기둥도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했고 무량수각, 명부전, 안양루 등도 눈여겨보면 자연석의 주춧돌과 대들보며 기둥이 모두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개심사의 봄
법당 앞 연못 주변에는 늙은 배롱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서 있다. 백 일동안 꽃을 피운다 해서 백일홍으로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개심사의 또 다른 명물이다. 발갛게 꽃을 피우는 여름이면 절집 전체가 배롱나무에 가려지는 듯하다. 연못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널 때면 배롱나무 붉은 꽃잎이 머리 위로, 물 위로 뚝뚝 떨어진다. 배롱나무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으나, 시방 개심사는 봄날 그 한가운데 서 있다.



*가는 요령

아빠하고 나하고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32번 국도를 타고 운산 - 한우개량사업소 - 개심사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는 천안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아산 - 예산 - 덕산 - 해미 - 운산 - 개심사에 도착한다.



*맛집

해탈문 너머로 대웅보전
개심사 주차장 주변에 민속음식점이 몇 자리하고 있다. 일주문 바로 앞에 있는 고목나무가든(041-688-7787)은 푸짐하고 정갈한 상차림을 선보인다. 개심사 산 중턱을 올라 숨 한 번 돌릴 즈음에 나타나는 간이 찻집은 막 쪄낸 인절미를 가위로 뚝뚝 잘라 고물을 묻혀주는 부지런한 내외의 모습에 절로 차 한 잔을 청하게 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콩고물 많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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