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야생마 랜드로버 프리랜더2

입력 2007년04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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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세계적인 SUV의 명가다. "동물의 왕국"에 사자와 함께 아프리카 초원을 내달리는 랜드로버 디펜더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차다. ‘카멜 트로피’를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험가들을 태우고 극한 오지를 달렸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는 SUV가 어때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같은 존재다.

미국에는 짚, 영국에는 랜드로버. SUV의 양대 산맥은 이렇게 간략히 정리된다. 최근 불어닥친 SUV 바람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많은 SUV들과 랜드로버는 족보가 다르다. 아쉬운 건 광풍처럼 몰아친 SUV 바람이 정작 랜드로버는 비껴갔다는 사실이다. BMW가 X5를 만들고, 폭스바겐이 투아렉을, 아우디는 Q7을, 하다 못해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리던 포르쉐조차 자존심 버리고 SUV를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는 마당에 유럽 SUV의 본가랄 수 있는 랜드로버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랜드로버의 막내 프리랜더2를 탔다.

▲디자인
정성을 많이 들인 모습임을 첫 눈에 알 수 있다. 구형 프리랜더는 누가 봐도 ‘작은 차’라는 느낌이 컸다. 구형 프리랜더에서 랜드로버의 냄새를 맡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랜더2에서는 랜드로버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헤드 램프와 그릴에서 당당한 랜드로버의 DNA를 읽을 수 있다. 적당히 각이 지면서 직선을 살린 디자인에서도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가 넘쳐난다. 그리 작게 보이지도 않는다. 몇 년만에 훌쩍 커버린 모습이다. 예전에는 디스커버리나 레인지로버 등 집안의 형님들과 견주기에는 차이가 너무 컸는데, 새 모습은 차이가 많이 줄었다. 성숙해졌다.

9년만의 풀체인지인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페어 타이어의 위치이동. 리어 게이트에 매달았던 스페어 타이어를 트렁크 바닥에 눕혔다. 스페어 타이어의 위치 이동 하나로 이 차의 성격 변화는 쉽게 드러난다. 오프로드 비중이 컸던 차가 도심 온로드 지향의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인테리어 역시 랜드로버 냄새가 물씬 난다. 스티어링 휠과 도어 패널, 센터페시아의 구성, 각 장치의 조절버튼 등이 그렇다. 지붕에는 넓은 창이 뚫렸다. 파노라마 선루프다. 앞뒤로 이등분된 글라스 루프로 앞부분은 선루프로 열리고, 뒤는 열리지 않는 유리지붕이다.

엔진룸을 열면 직렬 6기통 엔진이 가로로 놓인 걸 볼 수 있다. 4기통이 아닌 6기통 엔진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놓였다.

▲성능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시동을 걸면 6기통 엔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린다. 작다고 얕볼 수 없는 소리다. 6기통 3.2ℓ 엔진은 233마력의 힘을 가졌다. 메이커가 말하는 0→100km/h 가속시간이 8.9초면 그리 늦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차의 가장 큰 성능 상 특징은 구동방식의 다양한 활용이다. 이른 바 전자동지형반응 시스템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도로상황에 맞춰 최적의 구동력을 스스로 찾아낸다. 엔진회전과 변속기의 기어물림, 센터 커플링을 조절하고 서스펜션의 상태와 높이 등도 함께 제어한다. 운전자는 그냥 운전에만 신경쓰면 된다. 심하게 말하면 스티어링 휠과 가속, 브레이크 페달만 운전자가 선택하고 나머지는 차가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제어한다고 보면 된다.

풀타임 4륜구동이지만 이 차에는 과거 정통 4WD차에 달렸던 ‘저속모드’가 없다. 대신 급사면 속도제어장치(HDC)가 있다. 급경사에서 HDC를 작동시키면 강한 엔진 브레이크가 부드럽게 작동한다. 급경사에서 수시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부드럽게 차가 움직인다.

거친 오프로드를 벗어나 도심지향의 온로드형 4륜구동차로 변신했다고는 하지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정통 오프로더의 피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점잖은 모습이 도심에 어울리지만 그 모습 그대로 거친 오프로드에 올려 놓아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사실 놀란 건 온로드에서다. 차의 주행성능은 예전 프리랜더가 아니었다. 구형 프리랜더는 천상 오프로더여서 거친 맛이 강했다. 새 차는 안그랬다. 거친 맛이 싹 가시고 부드럽지만 강한 맛이 새롭다. 순발력있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아니지만 꾸준히 힘을 더하는 가속력은 시속 200km까지 꺾이지 않고 이어졌다.

고속에서도 부드러움은 살아 있다. 모든 속도에서 세단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레인지로버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강한 파워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프리랜더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 이상의 승차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프리랜더에 대한 칭찬이자 구형 모델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시속 200km 가까이 속도를 올릴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힘을 가졌고, 그 속도에서도 오디오 CD의 음악을 듣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경제성
프리랜더는 랜드로버의 엔트리카다. 브랜드를 보면 가격이 비쌀 테고, 엔트리카라면 낮은 가격이어야 한다. 이 두 변수가 이루는 교차점이 5,850만원이다. “비싸다”는 이들은 엔트리카라는 점을 보고 있고, “랜드로버를 이 가격에 판다고?”하는 이들은 브랜드를 보는 이들이다. BMW X3가 7,000만원대에,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 3.0 디젤이 5,790만원에 팔리는 주변상황을 보면 이 차의 위치를 상대적으로 가늠할 수는 있겠다.

광풍처럼 몰아치는 SUV 바람을 타고 그 효과를 보려면 "프리미엄" 브랜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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