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전략이 발빠르게 실행되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동시다발"이다.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는 중이고, 유럽 슬로바키아 공장은 이미 전략형 모델을 생산해 성공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어 현대의 체코공장이 착공되면서 글로벌 전략은 점차 마무리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중국과 터키, 인도 등지에서도 합작형태를 빌어 현지 정착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정몽구 회장의 숙원이었던 글로벌 톱5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아의 경우 슬로바키아공장 생산모델인 씨드가 판매부진에 시달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기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슬로바키아공장이 실패하면 말 그대로 회사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씨드에 대한 기아의 강력한 판매확대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적자에 시달리는 기아로선 바닥까지 남은 자원을 동원해 슬로바키아공장에 투자한 만큼 실패는 용서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7년 15만km라는 유럽 최장의 무상보증기간이란 칼을 꺼내든 것도 이런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해 제너시스(BH) 등을 앞세워 고급차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낮은 가격은 곧 낮은 수익성을 의미하고, 이는 향후 투자여력의 감소를 뜻한다. 게다가 프리미엄 전략차종으로 BH만 운용할 게 아닌 만큼 제품가치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에서의 과제도 있다. 그 동안 투자여력의 든든한 배경이 됐던 내수시장에서 양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모터쇼에서 만난 양사 고위 임원은 "FTA로 GM대우와 르노삼성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여기에다 닛산과 토요타가 언젠가는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므로 내수방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선 렉서스보다 뒤늦게 인피니티를 선보인 닛산이 이번에는 토요타보다 닛산 브랜드를 먼저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르노삼성을 통해 닛산 브랜드 인지도가 꽤 높아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 최근 북미 닛산이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돌파구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기아의 글로벌 전략은 내수 지위를 일정 부분 내주는 반면 해외에서 그 보다 더 많이 벌어들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외시장의 경우 여전히 국내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주력 제품군도 소형차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양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아울러 내수시장에서의 방어도 그 동안 규모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탈피, 서비스와 고객만족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양사의 글로벌 전략이 성공하려면 안방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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