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B"라고 했다. 원래는 B클래스다. B200이라는 차 이름이 차 뒤에 선명히 박혀 있다. 그런데 마이B라는 이름을 새로 달았다. 한국에서만 통하는 닉네임이다. 한국에서만 별도의 이름을 달고 출시한 경우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벤츠 B클래스의 한국 출시는 한국 수입차시장에 상징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를 자처하는 벤츠가 3,000만원대의 저가차시장에 가세한 것. 수입차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디자인
B를 보고 있으면 GM대우자동차의 레조가 생각난다. 비슷한 생김새다. 그렇다고 이 차를 미니밴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쉽지 않다. 비슷한 크기지만 레조는 7인승, B는 5인승이다. 실내공간을 짐작할 수 있다.
엠블럼은 그릴과 보닛 끝에 두 개가 같이 자리했다. 이 걸 보면서 ‘역전앞’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역전앞’이란 말을 풀면 ‘역앞의 앞’으로 같은 말을 쓸데없이 반복하는 것. 2개의 엠블럼도 마찬가지다. 둘 중 하나만 있는 게 훨씬 어울리겠단 생각이 든다.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벤츠의 마크지만 남발하면 오히려 이미지를 깎아먹지 않을까. 절제해야 값어치가 올라간다.
앞범퍼는 V자로 꺾여 있다. 보조고무를 덧대 번호판 꺾임을 막았다. 꺾인 번호판은 단속대상이다. 스페어타이어는 125/90R 16짜리 템퍼러리 타이어다.
B는 타기가 쉽다. 문을 열고 몸을 돌려 엉덩이를 차에 갖다 대면 바로 시트다. 뒷시트는 접을 수 있다. 그러나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되지 않고 턱이 진다. 미닫이 방식으로 앞뒤로 열리는 루프 가리개는 어딘지 어설프다. 벤츠답게 야무지지 못한 마무리가 아쉽다.
▲성능
가벼운 운전대가 인상적이다. 운전대를 돌리면 저항감이 거의 없을 정도다. 속도를 올리면서 가벼움은 점차 사라지고 운전하기에 적당한 무게감이 생긴다.
속도를 높이면 부드러운 가속력에 “역시 벤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파워풀하게 팡팡 터지는 힘이 아니라 꾸준히 커지는 힘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바로 힘을 받는 게 아니라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가속 페달을 급히 밟을 필요가 없다. 서서히 밟으나 급히 밟으나 차이는 크지 않다. 급히 밟으면 오히려 차의 반응만 거칠어지고 연비만 악화될 뿐이다. 점잖고 부드럽게 다루면 차는 얌전히 따라 온다.
엔진은 그리 조용한 편이 아니다. 밟는 만큼 소리가 들린다. 솔직하다.
변속기는 7 CVT 자동변속기다. 앞서 말한 부드러움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힘을 잘게 쪼개 상황에 적절한 만큼씩 부드럽게 보내준다. 아직도 4단 자동변속기가 많고, 5단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지는 단계다. 6단 변속기 보급이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 요즘인데 7단 CVT를 럭셔리 세단도 아닌 B클래스에 적용하는 걸 보면 7단 변속기의 의미가 새롭다. 단순히 뽐내기 위한 이미지 리딩용 기술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읽는다.
이 변속기는 5단에 비해 변속 타이밍이 빠르다. 수동 모드로 놓고 킥다운을 하면 6,000rpm에서 자동변속이 일어난다. 1단은 50km/h, 2단은 80km/h에서 각각 변속된다. 3단 6,000rpm에서는 120km/h, 4단에서는 160km/h를 가르킨다. 힘을 잘게 쪼개고 있음을 실감하는 변속 타이밍이다.
차가 높지만 코너링 시 그리 불안하지 않다. 편안하게 차와 일체감을 느끼며 와인딩 로드를 달릴 수 있다. 마음먹고 몰아붙이면 시속 200km 가까이 무리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렇지만 B는 거칠게 다룰 때보다 부드럽게 대할 때 더 매력이 있다.
엔진룸에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샌드위치 컨셉트’가 숨어 있다. 4기통 엔진은 가로로 놓였다. 엔진룸은 의외로 여유롭다. 이유가 있다. 엔진이 58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설계된 것. 트랜스미션도 비스듬하게 배치됐다.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시트는 20cm 높게 배치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비스듬히 배치한 슬라이딩 엔진은 정면충돌 시 엔진과 변속기가 객실로 밀려드는 게 아니라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덕분에 이 차는 2006년 유럽 NCAP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그 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다. 엔진룸을 열고 작업할 때 공간이 넓어 편한 건 부수적인 장점이다.
유리창에 손등이 끼면 창이 내려간다. 그러나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차창이 닫히도록 계속 윈도 스위치를 작동하면 손이 걸릴 때 차창이 되돌아 내려가지 않고 손을 물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제성
판매가격은 3,690만원이다. 취득세, 등록비, 공채매입 등을 더하면 4,5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공채를 할인하면 4,000만원을 약간 상회한다. 3,000만원대라고는 하지만 결국 4,0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찻값이 싸도 세금 때문에 그 효과가 반감되고 만다. 그래도 매력이 있는 건 이 가격에 벤츠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가치에 비해 찻값은 많이 싼 셈이다. 연비는 12.8km/ℓ로 우수한 편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가 벤츠라면 B는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이들이 탈 만한 차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