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의 시장대응이 매우 공격적이다. 닷지 캘리버 이후 짚 컴패스와 뉴 랭글러 루비콘, 닷지 니트로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뉴 세브링이 있다. 2001년 한국시장에 선보였던 차로, 6년만에 새 모습으로 나왔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저가 수입차시장에 크라이슬러가 내민 또 하나의 카드가 바로 세브링이다. 300C로 시장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크라이슬러가 세브링을 비롯해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으며 시장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뉴 세브링을 탔다.
▲디자인
눈을 끄는 건 보닛 위의 선들이다. 선, 선, 선. 선들이 차를 감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 옆면, 뒷면. 눈이 가는 곳마다 선이 살아 있다. 그 선들로 인해 차가 날렵하고 날카롭게 보인다. 그러나 선이 너무 많아 산만하다는 이도 있다.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디자인임엔 분명하다.
겉에서 보기에도 세브링은 가격 대비 차체가 크다는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그 느낌은 웅장하다는 생각으로 증폭된다. 운전석이 깊고 운전대가 큰 게 300C와 닮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크라이슬러 로고인 은빛 윙 로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계기판이 파란색 형광빛을 발해 보기 쉬울 뿐더러 편하다. 옅은 파란색은 인테리어 곳곳에서 빛을 낸다.
운전석은 이전보다 6.5cm 높아졌다. 시야도 그 만큼 넓고 높아져 운전하기 편해졌다. 컵홀더는 냉온기능이 있다. 찬 음료는 차가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더운 음료는 식지 않게 보온효과를 낸다. 가죽시트와 컬러 등이 인테리어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반면 대시보드, 도어 패널의 소재와 촉감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3,000만원대 중형 수입차에 1억원이 넘는 럭셔리 세단의 품질을 원하는 건 무리다. 그런 면에서 이 차의 인테리어도 가격 대비 수준이 뛰어난 편이다.
조수석과 뒷좌석 모두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차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한다. 뒷시트는 6대4로 접힌다.
대부분의 승용차, 심지어는 럭셔리 브랜드를 자처하는 차에서조차 트렁크 윗부분에 철판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바닥과 옆에는 방음재로 사용되는 천을 덧대 잘 정리해 놓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윗부분에는 맨철판을 드러내는 것. 하지만 세브링은 이 곳까지 방음재로 마무리해 철판이 보이는 걸 막았다. 의외로 세심한 배려다.
▲성능
뉴 세브링에도 월드 엔진이 올라갔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해 크라이슬러에 공급하는 엔진이다. 듀얼 가변 밸브 타이밍을 갖춘 4기통 2.4ℓ다. 최고출력 173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4단이다. 5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되는 추세인데 새 모델에 4단 변속기를 올렸다. 고성능, 최고급을 지향하는 차가 아님을 알 수 있다. 5단, 심지어 8단 자동변속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4단 변속기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운전하다보면 4단이어서 불편을 느낄 일은 없다. 첨단 기술이 아닌 대신 오랜 기간 사용하며 검증되고 수정보완돼 완성도가 높다면 4단 자동변속기여서 나쁠 건 없다.
차는 부드럽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반 박자 쉬고 차체가 따라온다. 밟는 만큼 힘있게 치고 나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힘을 끌어모아 속도를 높인다. 엔진소리는 가늘다. 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소리다. 스포티하고 파워풀한 차가 아니라 편안한 패밀리 세단에 가까운 차다.
차체는 안정성이 높다. 고속주행에서 엔진과 바람소리는 어쩔 수 없이 커지지만 차체의 거동은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시속 160km를 넘기면서도 운전대를 잡은 손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속에서도 긴장 정도가 약하다는 건 그 만큼 안정적이어서 운전자가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코너에서도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뉴 세브링은 차체의 강성이 엔진의 성능을 이기고 있다. 고속에 이르면 엔진의 힘이 주는 탄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차의 안정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뉴 세브링은 전 좌석에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장착했다.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도 흥미롭다. 타이어의 공기압에 이상이 있으면 계기판을 통해 경고한다.
▲경제성
3,000만원대 수입차시장은 다양한 모델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포화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벤츠 마이B, 푸조 207, 폭스바겐 골프, 볼보 C30, 혼다 어코드 등 쟁쟁한 차종들이다. 세브링은 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한 차들이 대부분 작기 때문이다. 중형 세단인 세브링으로서는 비슷한 가격에 한 급 위의 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뉴 세브링 세단의 차값은 3,290만원이다. 연비는 9.4km/ℓ로,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나쁜 편이 아니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