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전시장이 비좁다. 라인업이 풍부해져서다. A4부터 A8까지의 세단과 쿠페, SUV, 스포츠 세단에 이르기까지 시판중인 모든 차를 전시장에 세우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오늘 시승차 S6는 A6를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다시 만든 모델이다. A6도 만만치 않은 성능을 가졌는데, 이를 바탕으로 그 성능을 끌어올려 무려 4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만든 것이다. 놀라기는 이르다. A8의 고성능 스포츠 버전 S8은 450마력에 달한다.
S는 ‘스포츠’의 이니셜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아니다. "Sovereign Performance", 즉 최고의 성능을 의미한다. A8, A6, A4 등 아우디의 세단 모델에 더욱 강력한 성능과 역동성을 부여해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고성능 모델 라인업이 바로 S다. 엔진, 기어박스, 브레이크, 섀시, 서스펜션, 변속기 등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콰트로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아우디 S의 뿌리는 ‘아우디 S1’(1985년)이다. S1은 300 마력이 넘는 최고출력과 케블라 보디를 채용한 모델. 이후 ‘쿠페 S2’가 91년 등장했고 S3, S4, S6, S8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국내에는 2005년 선보인 S4에 이어 지난 2월 나온 S6와 S8이 있다.
S의 등장은 럭셔리 세단시장의 미묘한 변화를 말해준다. 고급 세단이라면 그저 편안하고 아늑한 게 최고라는 편견에 아우디 S는 반기를 든다. 도로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적극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럭셔리 세단도 있어야 함을 이 차는 말해주고 있다. 정장에 넥타이 매고 뒷좌석에 기대 편하게 움직이고 싶은 많은 럭셔리 세단 오너들 사이에서, 럭셔리 세단을 타고도 청바지에 콤비 재킷을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려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A6를 타고 서울거리를 달렸다.
▲디자인
S6를 위해 만든 특별한 로고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자리잡았다. 눈에 거슬리지 않게, 그러나 눈에 띈다. S6 로고는 리어 램프 옆, 브레이크, 운전대에도 보인다. 회사원들이 양복 깃에 뱃지를 달아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듯, S6 로고도 뱃지처럼 자리잡아 이 차의 아이덴티티를 말해준다.
S6 로고 외에도 차의 성격을 암시하는 장치는 곳곳에 있다. 범퍼 아랫 부분의 대형 공기흡입구는 숨겨진 맹수의 아가리다. 차체와 일체형으로 마련된 리어 스포일러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고성능에 대비한 장치. 뒷범퍼 아래에 드러나 있는 두 개의 트윈머플러는 차의 성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뒷범퍼 라인과 리어 램프의 LED 램프가 풍기는 환상적인 분위기는 범상치 않은 느낌을 전한다.
차는 작아보인다. 성능에 비해 그렇다. 10기통 엔진으로 꽉 찬 엔진룸을 보고나면 차가 작다는 느낌이 더 커진다. 하지만 실내가 좁지는 않다. 크기 때문에 불편을 느낄 일은 없다.
실내에 앉으면 버킷시트가 주는 밀착감이 대단하다. 차와 일체감을 갖게 해주는 시트다. 시트와 몸이 밀착되면 차의 흔들림에도 몸이 훨씬 안정적이게 돼 체감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 만큼 성능, 승차감면에서 유리하다.
MMI(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는 처음엔 어색하고 작동이 서툴지만 익숙해지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공조 스위치는 MMI와 분리해 만들었다. 모든 걸 통합하기보다 사용하기 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키를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도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렇다면 키 모양이 꼭 지금같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주머니에만 있어도 되는 키라면 훨씬 멋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성능
엔진룸에는 V10 엔진이 세로로 놓였다. 꽉 찬 엔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가 내뿜는 ‘기’에 밀린다.
S6는 한계를 모르는 성능을 가졌다. 적어도 일반도로 상에서는 그렇다. 이 차의 한계를 일반도로에서 느끼려는 무모함은 없었으면 한다. 제원표 상의 이 차 최고 안전속도는 시속 250km.
본격 주행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면 5.2초만에 시속 100km를 넘기고, 시속 200km도 순식간에 지난다. ‘전력질주’의 절반쯤인 ‘반력질주’만으로도 달리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1,910kg에 달하는 무게는 언제든지 신호만 보내면 사슴을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처럼 가볍게 도로 위를 달린다.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무겁지 않다. 2t에 달하는 무게가 도로에 달라붙는 느낌은 압권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속도를 눈깜짝할 사이에 보여준다.
잘 달리지만 요란하지는 않다. 프리미엄카의 품위를 지키려는 듯 요란한 엔진 굉음대신 낮고 굵은 소리를 뱉어낸다. 요란한 가벼움 대신 절제하는 품위를 가졌다. 이 때문일까. 실내에서 느끼는 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마음 먹고 풀가속하면 시속 200km를 훌쩍 넘긴다. 그래도 탄력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240km/h에서의 안정감에 감탄해야 했다. 그 속도에서 불안함이 주는 긴장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고속안정감에 혀를 내두르는 것. 놀라운 건 그 속도에서도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데 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 속도에선 바람소리, 엔진소리, 노면소음 등 온갖 소리에 파묻혀 오디오 소리를 제대로 듣기 힘들지만 이 차는 달랐다.
콰트로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에서의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1등공신들이다. 단단한 하체는 고속과 코너에서 흔들림없이 차를 지탱한다. 하나 더. 버킷시트가 몸을 제대로 잡아줘 체감 안정성은 더 훌륭했다.
엔진과 섀시의 궁합은 환상이다. 엔진 파워가 넘치거나 섀시 강성이 부족하지 않다. 어느 한 쪽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루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성
프리미엄 세단 A6를 기본으로 만든 퍼포먼스 세단이니 가격이 장난 아닐 것임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판매가격 1억5,590만원. 3,000만원대 차가 쏟아지는 수입차시장이지만 이 처럼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가격표를 보면서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차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살 생각이 있으니 싼 지 비싼 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격표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없다. 내가 살 차가 아니니 굳이 싸다 비싸다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냥 차를 보듯 가격표를 볼 뿐이다.
이 차의 빛나는 성능을 만끽하기도 쉽지 않다. 팍팍 밟아서 쭉쭉 달리는 맛이 오르가슴처럼 가슴 짜릿함을 느끼게 하지만 이를 편안히 즐기려면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 7.5km/ℓ의 연비는 풀가속할 때면 훨씬 더 악화된다. 요즘 기름값이 ℓ당 1,700원을 육박하는 실정이니 마음놓고 가속 페달을 밟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다.
자동차의 세계에서 고성능, 프리이엄, 스포츠… 등의 말들은 경제성과는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무슨 말인고 하니, 고성능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을 타려면 경제성은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