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전쟁이고, 우리는 그 한가운데 있습니다.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해 7월 한성자동차 사장에 취임한 박재찬 사장. 취임 1년을 한 달 앞둔 그를 반포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에 들어설 때 그는 노타이 차림에 계속되는 전화통화중이었다. 작전명령을 내리는 야전사령관의 모습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바로 강원도로 워크샵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의 수입차 역사 20년을 앞서 이끌어 온 21년 역사의 한성자동차를 이끄는 그는 수입차 입문 1년이 채 안됐다. 1년간의 소감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매우 역동적이다. 기회가 많다. 이런 시점에 수입차시장에 왔다는 게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브랜드가 ‘벤츠’인만큼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매일매일 전쟁의 한가운데 있다.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낮고 또박또박한 그의 말은 사람의 귀를 집중시키는 마력이 있다. 한국 최고의 딜러로 인정받는 한성.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은 없다. 있을 수도 없다. 한성은 2003년 리테일러로 아이덴티티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회사의 문화, 태도, 마인드 등도 변해야 한다. 새로운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딜러라는 단어보다 "소매점"이라는 뜻을 가진 "리테일러"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딜러는 단순히 대리점을 말한다. 물건을 파는 입장이다. 리테일러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는 말이다. 고객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천차만별에 대응해야 하는 게 리테일러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일문일답.
-FTA를 어떻게 보는 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한국시장이 세계로 편입되는 전기가 될 것이다. 수입차시장은 급격히 커져 몇 년 후에는 시장점유율 10%를 넘볼 것이다. 우리 사회와 산업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단순히 재화가 들어오는 걸 떠나 문화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고객들이 차를 동반자로 여기며 더 애착을 느낄 것이다. 자동차관련 취미, 동호회 모임 등 저변이 확대되고 식탁에서도 F1 등 자동차관련 얘기들이 메뉴로 오르며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F1에 관심이 많은 지.
“F1을 직접 볼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처음에는 시끄럽고 동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체험해보면 좀 다르다. 요즘 화제인 육상, 마라톤, 수영 등이 모두 기록경기다. 자동차산업의 기록경기가 바로 F1이다. 차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과 드라이빙에 우리 사회도 눈뜨고 있다. F1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잘 알고 있다. 잘 되기 바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국내의 관련 업계가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가 3,000만원대의 마이B를 내놨는데.
“아주 기분이 좋다.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젊은 층에 대한 접촉이 제한적이었는데 마이B가 벤츠의 저변을 확대해줄 것이다. 엔트리 모델로 젊은 층이 벤츠를 타게 하고, 이후 상위 모델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장반응이 매우 좋다”
-한성자동차의 차별화전략은.
“우리는 ‘1등 한성’을 추구한다. 우리에게는 자산이 있다. 우선 사람이다. 경험, 능력, 성의를 갖춘 인력이 있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다. 21년간 수입차시장을 이끌어 온 노하우가 있다. 세 번째는 고객이다. 한성을 믿고 함께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있다. 꾸준히 노력하는 가운데 개선과 혁신을 이뤄갈 것이다. 안타가 많으면 홈런이 터진다”
-한성의 경쟁력은.
“한성은 국내 최대 규모를 갖춘 메가딜러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고,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여기에 헌신적 노력과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 등이 우리의 힘이다. "벤츠"하면 한성을 연상시키게 할 것이다”
-사옥을 이전하는데.
“지금 반포사옥에서 16년을 보냈다. 그 사이에 회사의 아이덴티티와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정체성에 맞는 기능과 규모에 맞는 일터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내방역 인근에 새 사옥을 마련해 연말께 이전할 계획이다. 내방동 사옥에서 한성은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다”
-경영방침은.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다. 인적자원과 많은 경영자원, 문화적 차원의 감성적 자원까지 포함해 잠재력을 시장에서 계속 키워 나갈 것이다. 평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한다.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다. 어렸을 때 높은 분이 와서 세미나를 할 때 내가 ‘경영은 모두 함께’라는 주제를 정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좋은 말이다. 각자 위치에서 경영하는 자세로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의 업무 스타일을 평한다면.
“숲을 보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까다롭다’거나 혹은 ‘세밀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마도 내가 예민한 편이어서 그럴 것이다. CEO로 솔선수범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때로는 솔직히 드러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직설적이 되는 내 모습을 본다”(함께 자리한 마케팅팀의 김보영 대리는 추진력이 강하다고 했다. 1년이 채 안되는 사장 재임동안 많은 변화들을 이끌어냈다는 것.)
-좌우명은.
“젊었을 때 마키아벨리의 ‘사유록’을 읽었다. 군주는 ‘운’과 ‘능력’이라는 두 개의 힘이 있는데, 이 두 개의 힘이 서로 작용하며 나라와 군주의 역사가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주목할 내용은 운도 준비해야 온다는 것이다. 능력이 있어야 운을 잡는다”
그는 요즘 주량이 늘었다. 원래는 소주 반 병 정도였는데 최근 어느 날에는 6병을 마신 날도 있었다고. 그는 산책과 독서로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학자타입”이라고 말을 건네자 “그런 얘기를 많이 듣지만 그래도 회사 생활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CEO로서의 자리에 막중한 책임감과 긴장감을 느끼며, 그런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것이다.
박 사장은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딸은 미국에서 공부중이고, 아들은 미국 유학중 잠시 귀국해 있다. 광주일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76년부터 대우에 몸담았던 대우맨이다. 대우자동차 미국법인 수석부사장, 베네룩스 법인 대표, GM대우자동차 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쳤다. 성공회 신자로 일요일엔 성당에 나가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법학 석사로 이 대학 법대 한국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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