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논란을 빚어 왔던 국내 수입차 가격이 인하 조짐을 보이자 국산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가격인하 확대가 수입차 전반에 걸쳐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국산 중·대형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고가 논란에 늘 포함돼 왔던 BMW가 최근 뉴 5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기본형에 한해 가격을 무려 2,000만원 가까이 내리자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BMW코리아는 뉴 5시리즈를 내놓으면서 528 기본형의 가격을 6,750만원으로 정했다. 이전에 525를 8,650만원에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1,900만원이나 싸게 내놨다. 뉴 528과 구형 525의 배기량은 3.0ℓ로 같지만 신형의 엔진 출력은 더 높아졌다.
BMW 관계자는 "OBD 시행으로 이전에 5시리즈 기본모델이었던 523(6,520만원, 6,960만원)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뉴 528이 5시리즈의 엔트리 모델이 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뉴 528의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25에 비해 옵션을 다소 빼 전체적으로 차값을 내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1,000만원 가까운 마진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이어서 BMW코리아로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차종"이라고 덧붙였다.
국산차업체들이 BMW의 가격인하를 주목한 건 일본차의 가격인하를 예상해서다. BMW의 가격인하는 곧 국내에서 고가로 알려진 벤츠와 아우디 등의 독일 경쟁업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독일차 대비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일본차의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주력차종 ES 350 S그레이드의 가격이 6,520만원이어서 BMW의 이번 결정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산차업체들이 수입차의 가격하락을 예의주시하는 건 국산차의 가격상승과도 무관치 않다. 국산차 가격은 계속 오르는 데 반해 수입차 가격이 역으로 하락할 경우 자칫 중·대형 고급차시장을 수입차에 내줄 수 있다는 것. 특히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의 경우 수입차의 거센 공세를 첫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로 막아낸다는 방침이지만, 제네시스의 가격이 4,000만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가격하락이 국내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다"며 "이런 추세라면 중·대형차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4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