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매매표준약관 개정심사를 앞두고 소비자단체와 노동계,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8일 약관심사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개정 여부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자동차매매표준약관 개정심사는 소비자들의 권익과 노조의 권익 그리고 회사의 권익 등이 서로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개정 여부가 국내에 미칠 파장은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 심사를 논의하는 항목은 자동차회사 노조의 불법 파업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의 손해배상 책임 부분이다. 즉 현재 파업은 천재지변에 해당돼 이에 따른 출고지연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회사는 피해보상의 책임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합법적인 파업은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어 용인이 가능하나 불법 쟁의행위는 회사 내부의 문제이고, 소비자들은 명백히 불법 행위에 따라 출고지연 등의 피해를 입는 것이어서 보상받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관 개정을 요청한 소비자시민의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현재로선 약관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번 개정 논의는 합법은 받아들이되 불법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총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가 빠른 시기에 제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자동차매매표준약관 상의 면책조항을 삭제한다면 노조의 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 권리가 무시될 수는 없으나 쟁의행위에 따른 출고지연의 책임을 사업자가 져야 한다면 기업은 노조 파업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출고지연을 막기 위해 무조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항변했다. 기업행위에 있어 노조의 쟁의행위 자체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정작 쟁의행위를 벌이는 노동계는 개정 여부에 관심이 없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모든 쟁의행위의 원인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것인 만큼 공정의 자동차매매표준약관 개정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며 “노조가 쟁의행위의 직접적인 주체이기는 하지만 쟁의행위는 원인 제공자(사업주)가 있다는 점에서 출고지연 보상 등의 소비자 문제 역시 회사 책임”이라고 말했다.
심사를 맡고 있는 공정위는 이번 사안의 민감함을 알고 있는 만큼 개정 심사 결과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공정위 약관제도팀 김만환 팀장은 “현재로선 어떤 결과도 예측할 수 없다”며 “이번 개정 심사는 소비자단체가 요청한 사안에 대해 말 그대로 개정 여부를 논의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번 공정위의 개정 심사가 자동차매매표준약관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해마다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파업에 따른 자동차 인도지연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합법적인 건 예외로 하더라도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소비자 보상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건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파업 여부는 회사 내부의 문제이지, 그 것까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심사에서 약관 개정이 결정되면 노동계와 경영계는 향후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전망이다.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회사가 진다면, 회사측은 노조에 구상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다시 노조의 반발을 가져오는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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