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그레이임포터'로 변신?

입력 2007년05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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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자동차 병행수입사업에 나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벤츠·BMW·렉서스 등 고급차를 독자 수입, 빠르면 하반기부터 판매키로 했다. SK는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미국, 독일, 일본 등을 다니며 거래선을 물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을 위해 SK는 자사 수입차사업 본부장 출신으로, 퇴사 후 병행수입사업을 했던 A 씨와 함께 사업계획을 만들었다. SK는 현재 서울 반포에 병행수입사업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스크포스팀에는 SK의 중고차사업부문인 엔카와, 정비사업부문인 스피드메이트 출신 직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SK는 판매는 물론 스피드메이트를 활용해 전국적인 정비망까지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볼보·인피니티·크라이슬러·푸조·재규어·랜드로버 등 다양한 브랜드의 딜러십을 확보한 SK가 병행수입까지 손대는 데 대해 업계는 의아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석도 분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가 렉서스 딜러십을 박탈당한 이후 2003년 크라이슬러 딜러십을 따낸 시점의 상황을 알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표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크라이슬러사업을 하는 건 좋지만 무조건 벤츠 딜러십을 따내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SK가 그 때부터 벤츠 딜러십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자 확보가 가능한 브랜드들과 접촉, 멀티 딜러로 변신하게 됐다"며 "정 사장의 취임초 지시사항이 유효하다고 가정할 경우 SK가 병행수입이라도 하다 보면 벤츠가 딜러로 받아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의 수입차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적자가 심각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수입차사업으로 인한 적자폭이 커지면서 기획실 출신으로 본부장이 경질됐고, 아마도 본사에서 새 본부장에게 수입차사업을 흑자로 돌려야 하는 기한을 줬을 것"이라며 "SK로선 고급차를 팔아야 마진이 크다고 보고 병행수입업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정만원 사장은 지난 4월27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SK네트웍스 패밀리 페스티벌`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수입업체들이 같은 자동차를 일본의 2배 가격에 판매하고 높은 정비 수수료를 물리는 건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사장은 또 "최근 수입차 판매대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SK네트웍스가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발언은 수입사들의 큰 반발을 사 SK측이 해명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으나 업계는 SK의 병행수입업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직접 차를 수입해 거품을 빼서 팔겠다는 얘기라는 것.

SK측은 이에 대해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도 명확히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업계는 SK의 병행수입 윤곽이 드러날 경우 기존 브랜드의 딜러십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식수입사가 병행수입업체를 딜러로 둔 적이 없어서다. 일부에선 수입차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이 공식업체와 경쟁하는 건 물론 개인사업자가 주로 벌이는 병행수입업까지 뛰어드는 데 대해 비난하고 있어 "공룡 병행수입업체"의 등장이 향후 업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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