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간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곳

입력 2007년06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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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유적지 전경
‘안동’하면 생각나는 것은?



도산서원, 하회마을, 봉정사, 병산서원…. 예전엔 이런 대답이 나왔는데 요즘은 아이러니하게도 ‘안동찜닭’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어이없다 못해 허탈하다. 정작 안동사람들은 그 정체불명의 찜닭 이름에 왜 안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는 지 영문을 몰라하는데.



정자 옆에는 연못
안동을 다녀온 후배 하나가 나를 붙잡고 불평을 쏟아놓았다.



“오랫동안 별렀던 여행이 최악의 여행으로 기억됐어요. 하회마을에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안동 가서 안동찜닭 먹겠다는 사람 있음 도시락 싸들고 말릴 거예요”



한석봉의 글씨 탁청정
나의 권유로 안동을 찾아간 것도 아니건만, 고향이 안동인 나는 죄지은 사람마냥 후배 앞에서 쩔쩔맸다.



외지사람들에게 알려진 안동의 몇몇 모습은 그 유명세로 인해 원래 제모습과 달리 많이 변하고 훼손됐다. 정신문화의 수도임을 자부하는 안동의 진짜 모습은 그런 곳에 있지 않다. 관광지화되고 대형화된 유적지가 아니라 오히려 소문나지 않은 작은 흔적들 속에 고스란히 그 숨결이 남아 있다.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에 있는 오천 유적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후조당 오르는 계단
안동에서 북쪽으로 도산서원 가는 길목에 자리한 오천 유적지는 외지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야말로 ‘군자리’라는 또 다른 이름이 말해주듯, 선비정신에 빛나는 안동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일명 "외내"라고도 하는 군자리는 조선조 광산 김 씨 예안파가 20여대에 걸쳐 600여년간 세거해 온 마을이다. 이 곳에서 후조당 김부필, 읍청정 김부의, 양정당 김부신, 설월당 김부륜 등 당대 도학군자가 나란히 나왔다하여 마을이름도 군자리라 하게 됐다.



후조당
안내판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면 20여채의 고가들이 산중턱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지구에 있던 여러 고택들을 이 곳으로 옮겨 유적지를 조성했다. 유적지는 터를 2단으로 구분해 아래쪽에 주차장을 만들었고, 위쪽에는 산기슭의 경사면을 따라 광산 김 씨 예안파의 중요 건물들을 잘 배치해 놓았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고, 특히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누정(정자)이다.



"누"는 2층 이상의 높은 다락집이고, "정"은 마루가 중심이고 사방으로 트여진 집을 말한다. "각"은 날렵한 지붕 형태에 바닥을 높게 만든 작은 건물이다. 이 곳에 있는 침락정, 탁청정, 읍청정, 낙운정, 지애정, 양정당, 설월당 등을 둘러보다 보면 그 아름다운 건축미에 흠뻑 취하게 된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경관 또한 남다른 정취와 운치를 지녔다.



고택 체험장으로 개방
추녀 끝이 날개처럼 하늘을 떠받드는 탁청정은 정자로는 규모가 크고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는다. 현판은 그 유명한 명필 한석봉의 글씨다. 설월당 현판은 퇴계 선생의 글씨로,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명필 중의 명필로 손꼽는다.



이 곳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풍경은 대문 안 풍경이다. 담장과 어우러진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과 뜰의 풍경이 더없이 정겹고 예쁘다. 뒷산의 소나무도 대문 안 풍경 속으로 그림처럼 자리잡는다. 이런 곳에서 하루만 생활해봤으면….



이보다 어여쁜 대문은 없다
물론 가능하다. 안동시에서는 옛 가옥을 활용해 안동의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자리를 비롯해 퇴계종택, 농암종택, 지례예술촌, 수애당 등 이름있는 10여개 고택을 선정해 숙박뿐만 아니라 전통제례의식 등 옛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동식혜, 감자송편, 안동국수 만들기와 창호지 바르기 등 다채로운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일정 - 당일코스, 2박3일코스, 방학코스 등 다양한 학습과 체험 탐방코스.

*이용시설 - 총 6채(1채 당 방 2개와 마루) 이상도 가능.

나무결이 살아있는 낙운정 기둥
*10~20명 정도 : 1채 당 15만원

*20~30명 정도 단체에 한해 항시 체험프로그램 운영.

*문의 : 안동문화원 054-859-0825, 군자리 이장님 011-504-0325



설원당.현판은 퇴계의 글씨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안동시내로 진입해 국도 35번을 탄다. 시내에서 이정표를 따라 와룡 방면으로 20km 가면 오른쪽 길가에 오천 유적지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동시청에서 약 20분 거리.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눈여겨볼 대문 안 풍경들
처마 아래 그득한 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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