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로 무장한 포르쉐 카이엔

입력 2007년06월0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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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무게감이 있다. 값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벤츠나 BMW와는 또 다른 무게감이다. 벤츠나 BMW가 프리미엄 세단의 중후함이라면 포르쉐는 다소 거칠지만 사람을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다. 포르쉐의 진수는 역시 스포츠카에 있다. 포르쉐 911의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차를 좀 안다하는 사람이라면 차를 보기만 해도 몸의 감각기관들이 즐겁게 반응하는 것을 느낄 지 모른다.

스포츠카의 명문 포르쉐가 만든 SUV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온 카이엔이 발표한 새 모델을 시승했다. 뉴 카이엔, 카이엔S, 카이엔 터보 등 3개 모델 가운데 시승차는 카이엔. 세 모델 모두 새로 개발한 가솔린 직접분사 시스템을 갖춘 엔진으로 무장했다. 포르쉐의 DNA를 가진 SUV를 타고 달렸다.

▲디자인
이 차는 여러 면에서 사람을 압도한다.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그렇다. 포르쉐를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 많다. 고금을 막론하고 포르쉐는 많은 남자들의 드림카다. 물론 대부분 스포츠카를 말하겠으나 어쨌든 SUV로 나타난 카이엔도 포르쉐 아닌가. 중세시대 기사의 방패를 연상시키는 포르쉐의 문양을 보는 순간, 차와 사람의 기싸움에서 사람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덩치도 운전자를 압도하는 요소다. 길이 약 4.8m, 높이는 1.7m에 이른다. 몸무게도 2,300kg을 넘긴다. 부담스럽기까지한 덩치는 물론 막강한 성능이 뒷받침되면서 날쌔게 움직인다.

전통적인 SUV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디자인은 단순한 편이다. 헤드 램프 정도가 멋을 내고 있을 뿐 불필요한 선을 찾기 힘들 만큼 절제된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다. 사실 무난함은 포르쉐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독특한 실루엣,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의 구동방식, 수평대향 엔진 등 포르쉐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메커니즘은 다른 차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SUV인 카이엔은 다른 SUV들과 그 만큼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개성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포르쉐가 대중차의 대명사인 폭스바겐과 함께 SUV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탄생배경에서 알 수 있듯 강한 개성을 이 차에서 찾기는 힘들다.

인테리어는 치밀하게 꽉 짜여진 맛이 떨어진다. 변속기 레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변속레버를 D에 놓았을 때 눈으로 이를 보면 R에 놓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변속레버와 기어레인지 표시가 뚜렷히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의 오차는 익숙해지면 문제될 게 없겠으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이런 부분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출고될 수 있다는 건 의외다.

▲성능
시승차는 카이엔 라인업에서 가장 낮은 V6 3.6ℓ 엔진이 올라가 있다. 최고출력은 250마력이다. 차 무게가 2.3t에 달하지만 최고출력이 높아 마력 당 무게비는 9.3kg으로 10kg이 채 안된다. 마력 당 무게비가 10kg 미만이면 달리는 맛은 제법 느낄 수 있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8.5초. 스포츠카인 포르쉐의 피가 흐르는 모델치고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승차는 카이엔 라인업 중 막내다. 카이엔S와 카이엔 터보에 이르면 포르쉐의 이름값을 실감할 수 있다.

최고속도 시속 227km를 느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속도를 높일수록 탄력이 떨어지지만 시속 200km는 무리없이 넘어간다.

시속 160km 이상 빠른 속도에서 실내에서 느끼는 바람소리가 컸다. 큰 차체가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바람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하지만 생각보다 소음이 큰 건 실망스럽다.

큰 덩치, 특히 차가 높아 그 만큼 흔들릴 가능성이 높지만 고속에서도 흔들림은 적다. 급코너에서 차를 힘들게 해도 차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생각보다 훨씬 덜 흔들리며 달렸다. 각종 전자장치로 무장한 덕이다.

시승차에는 선택품목인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이 장착됐다. 2개의 안티롤 바가 차의 거동을 안정시켜 접지력과 핸들링을 최고 상태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코너링을 할 때 차체가 기우는 정도와 롤링을 줄여준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도 있다. 전자식 완충 제어장치다. 서스펜션의 탄력을 실시간으로 컨트롤하면서 차의 안정을 도모한다. 롤링과 피칭을 줄여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PASM은 "컴포트", "노멀" 및 "스포츠"의 3가지 모드가 있다. 카이엔에는 선택품목이고 카이엔 터보에는 기본 장착된다.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도 차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6단 팁트로닉 변속기는 운전자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상황에 맞춰 작동한다. 변속충격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너에서는 변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제어하고, 평지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클러치가 자동으로 동력을 끊어주는 식이다.

따지고 보면 카이엔은 전자장치로 무장한 차다. 브레이크,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등이 온통 전자제어되면서 운전자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도로에 맞게, 운전자에 맞게 알아서 움직인다. 어떤 면에서는 재미없는 일이고, 포르쉐답지도 않다고 할 수 있다. 수동 변속하는 손맛은 그렇다고해도 코너에서의 짜릿한 흔들림, 고속에서 차가 순간순간 흔들리는 묘미 등을 이 차에서 기대하면 안된다. 모든 흔들림은 전자제어로 억제된다.

카이엔에 포르쉐의 DNA는 과연 남아 있는가. 남아 있다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쉽지 않은 물음이다.

▲경제성
포르쉐의 가격은 잘라 말하기 힘들다. 카이엔은 7,540만원부터다. 이를 기본가격으로 휠, 시트, 각종 전자장치, 컬러, 라이트, 사이드 스커트, 스포츠패키지, 선루프 등등 품목 하나나를 선택하면서 하나하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면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카이엔S는 1억95만원부터, 카이엔 터보는 1억4,785만원부터다. 옵션 품목을 다양하게 구성해 나만의 차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는 대신 선택할 때마다 지갑을 열어야 한다.

왕성한 식욕은 어쩔 수 없다. 큰 덩치와 힘을 유지하려면 사람이나 차나 많이 먹어야 한다. 카이엔의 경우 7.75km마다 휘발유 1ℓ를 먹어치운다. 상당한 식욕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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