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일 강남의 한 수입차매장 앞. 고급 수입차 1대를 실은 트럭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차주인이 앞뒤가 크게 부서진 차에 현수막을 두른 채 매장 앞에 갖다 놓은 것. 현수막에는 사고 시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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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주가 항의하기 위해 전시장 앞에 실어다 놓은 사고차. |
차주의 사고차 시위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3월초 사고 발생 이후 에어백 결함에 대해 판매업체측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기술적 결함이 없다는 판매업체측 주장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서울모터쇼가 열린 킨텍스 그리고 해당 판매회사 전시장 등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 왔고, 인터넷에는 사고차 사진과 인터뷰도 올라온 상태다.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다.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건수는 많지 않으나 판매대수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비율이며, 가파르게 증가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실제 체감하는 불만사항은 통계치보다 훨씬 높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최모 씨는 자동차회사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이젠 포기단계라고 말했다. 회사원인 그는 몇 년동안 모은 적금과 할부로 꿈에 그리던 수입차를 구입했다. 밖에 자동차를 두는 게 아까워 업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아꼈다. 그러나 이런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불과 1,000km도 타기 전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제가 예민한가보다 생각했어요. 근데 예닐곱 군데서 소리가 심하게 나는 거에요. 차를 판 영업사원에게 한 번 타보라고 했더니 바쁘다는 말만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렇게 친절하던 사람이…”
그는 할 수 없어 직접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그 곳 직원은 원래 딱딱하게 세팅된 차라 그 정도 소리는 정상이라며 수리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매장의 다른 차에서도 같은 소음이 나는 지 확인했으나 소음이 없었다.
“수십 번도 더 싸웠어요. 현장직원이 안되면 반장이랑 싸우고, 또 소장이랑. 결국 애프터서비스담당 임원까지 갔죠. 그 임원도 타보더니 잡음이 심하다는 걸 인정해요. 그러나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에요. 제가 운이 나빠 소리 나는 차가 걸렸다는 거죠. 정비한답시고 풀었다조았다 했더니 새 차가 걸레가 돼 이제는 정도 다 떨어졌어요”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수입차업체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기술적 결함이 없다거나,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손님이 예민하다는 식이다. 그러고도 카페같은 서비스센터와 매장을 자랑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선전한다. 하지만 번듯한 매장에서 커피 대접하고 무료로 오일이나 정기적으로 갈아주는 서비스로는 소비자의 눈을 모두 가릴 수 없다.
마케팅인사이트의 소비자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외제차 구매자들은 원산지보다 평균 1.7배 비싸게 산다고 느낀다. 또 외제차는 국산차에 비해 1.8배 불만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훨씬 비싸게 사고, 만족도는 국산차보다 낮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조사에서 보듯이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구입할 때는 그 만큼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반증한다. 따라서 몇 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입차를 선뜻 사는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운 건 당연하다.
이런 인식없이 소비자의 까탈스러움만 탓하고, 브랜드의 만용만으로 사업을 한다는 건 위태로운 일이다. 수입차업체들은 소비자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도 솔직함과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였다. 뻔한 변명으로 구매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게 아니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수입차업계가 한결같이 자랑하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무엇인지 업계는 보다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민규 객원기자
min138@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