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디젤승용차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산 준중형차의 대표격인 현대자동차 아반떼 디젤을 타보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살펴봤다.
아반떼 디젤은 시동을 걸면 엔진소음이 미세하게 들린다. 디젤은 엔진구조 상 휘발유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크지만 아반떼 디젤은 휘발유차에 버금가는 정숙성을 갖췄다. 시승차가 500㎞도 안된 새 차이긴 하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갔다. 가속력은 시원시원했다. 그러나 1단에서 2단으로의 기어 변속 시 한 템포 숨을 돌리는 반응을 보인다. 가속을 하기 전 준비운동이라고 하기엔 너무 뜸을 들인다.
아반떼 디젤의 최고출력은 117마력이고, 휘발유 모델은 121마력이다. 휘발유 모델이 마력도 높고, 마력 당 무게비도 낮아 가속력이 디젤차에 비해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젤차의 가속력이 근소하게 앞선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디젤차가 11.26초, 휘발유차가 11.72초다. 정지 상태에서 400m까지 걸리는 시간도 디젤차가 17.09초로 17.78초의 휘발유차에 앞선다. 디젤은 엔진의 가속력을 높여주는 순간적인 힘인 토크가 휘발유에 비해 월등히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반떼 디젤은 2,000rpm에서 26.5kg·m의 토크를 낸다. 반면 3,000rpm을 넘기면 엔진의 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140㎞/h를 넘어서면 가속력이 현저히 처진다. 액셀 페달을 꾸준히 밟고 있으면 190㎞/h 정도까지는 달릴 수 있다.
시승차는 액셀 페달을 밟고 있자니 속도가 자꾸 올라가 일정한 속도로 달리려면 오른쪽 다리의 힘조절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일반적인 주행을 하기에는 상당히 힘이 좋다. 국내 도로에서는 이 정도의 힘이면 소비자들이 매우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또 80㎞/h에서는 1,500rpm, 100㎞/h에서는 2,000rpm을 나타낸다. 실용적인 구간에서의 연비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팅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기름값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수동변속기가 ℓ당 21㎞, 자동변속기는 16.5㎞로 매우 훌륭하다.
아반떼 디젤은 고속에서 크게 들리던 풍절음이 많이 줄었다. 준중형급에 이 정도의 정숙성은 과분하다고 할 정도다.
시승차는 브레이크 성능에 깜짝 놀랐다. 구형 아반떼 시절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운전자가 정차하고 싶은 곳 어느 곳이든 정확하고 날카롭게 세울 준비가 잘 돼 있다.
160㎞/h에서 코너를 만났다. 내심 불안했으나 차는 무리없이 코너를 돌아나갔다. 유럽차처럼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해 코너링 성능이 향상된 덕분이다. 반면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다. 자동차의 능동적인 안전성을 선택한 결과다.
아반떼에는 과분할 정도의 편의장치가 있다. 열선시트, 풍부한 음향의 MP3 오디오, 풀 오토 에어컨 등 실내만 봐서는 고급차다. 안전장치 또한 풍족하다. 승객 수에 따라 제동력을 조절하는 EBD-ABD, 레인센서, 세이프티 파워윈도(운전석), 후방경보장치 등이 달렸다. 시승차는 1.6 VGT 럭셔리 모델이었으나 동승석 에어백은 옵션이었고, 후방경보장치와 차체자세제어장치(VDC)는 프리미어 모델에만 장착이 가능했다. 안전장치에 대한 옵션 선택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반떼 디젤의 가격은 럭셔리가 1,625만원, 프리미어는 무려 1,750만원이다. 고유가시대에 경제성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 아반떼 디젤이지만 높아진 경유가격과 부담스러운 자동차가격을 뛰어넘는 디젤만의 경제성을 부각시키기에는 차값이 너무 비싸다.
이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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