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 비법, 재경부가 무시?

입력 2007년06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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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을 인하하거나 또는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음에도 재정경제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유사휘발유 제조로 탈루되는 연간 1조원의 세금이 그 것. 소비자들은 유사기름으로 탈루되는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정부가‘유류세 인하 불가’를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며 재경부를 비난하고 있다.

▲재경부, 유사휘발유 원료에 세금 부과 반대
유사휘발유 원료에 세금을 부과, 제조단가 자체를 높이자는 방안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했다. 지난해말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이 동료의원 61명과 함께 ‘불법 유사석유제품 근절’을 위한 ‘교통세법 일부개정안’을 제안했다.

서 의원은 “유사휘발유의 원료가 되는 이른바‘용제’에 교통세를 부과하면 제조자들이 원가부담이 생겨 유사휘발유 등을 원천적으로 만들 수 없게 된다”며 “이를 통해 1조원 가량의 세금탈루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정상적인 휘발유는 ℓ당 1,500원이지만 유사휘발유는 판매가격이 ℓ당 1,000원 정도로 매우 낮아 유사휘발유 사용으로 새나가는 세금을 오히려 정상적인 휘발유 사용자가 부담하는 건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산업자원부가 제조, 판매, 사용자 모두에게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나 2001년부터 용제 수요량은 매년 73.5%나 증가한 반면 휘발유차 증가에도 불구하고 휘발유의 소비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에서 상당량의 용제가 유사휘발유의 원료로 쓰이고 있음을 문제삼았다. 실제 최근 3년간 유사휘발유 적발현황은 2003년 1,497건에서 2005년에는 7,036건으로 185%나 증가했다.

▲탈루세금 막아 기름값 억제해야
서 의원 등은 유사휘발유의 원료가 되는 용제에 교통세를 부과하는 방안만이 유사휘발유 제조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라며 관련 법안 개정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안되자 재경위 전문의원(김호성)실에서‘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김호성 전문의원실은 “교통세는 교통시설 확충 등을 위한 재원확보를 위한 목적세이며, 수익자 부담 원칙 하에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연료(휘발유, 경유, 그와 유사한 대체유류)에 부과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용제는 희석용, 세탁용, 페인트 등에 쓰이는 석유제품이라는 점에서 교통세를 부과하는 건 교통세 부과대상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용제에 교통세를 부과하면 유사석유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유사휘발유를 정상적인 연료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수요자에게는 면세 용제를 공급하고, 그 외의 사람에겐 교통세를 부과, 공급하는 조건부 면세 적용은 또 다른 불법 유사석유제품 제조행위를 차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조건부 면세는 시행 어렵다
재경부도 같은 입장이다. 재경부 소비세제과 관계자는 “서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조건부 면세"라며 "용제의 용도를 어떻게 일일이 입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건부 면세보다는 오히려 일괄적으로 세금을 거둔 뒤 정상적인 용제 사용처에 교통세를 환급해주는 시스템이 낫다”며 “그러나 이 때는 용제 사용이 많은 세탁소나 중소 페인트업체의 금융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용제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교통세가 부과된 비싼 용제를 구입한 뒤 나중에 교통세를 환급받는 만큼 그 기간동안 금융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 의원측은 “교통세법 시행령에 용제 실수요자의 용도증명과 확인 등의 증빙서류 제출 및 소득세 신고와 사업자등록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규정이 마련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서 의원측은 실제 현재 교통세법 상 의료용, 농약제조용, 외국항행선박 원료 등에 조건부 면세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용제도 같은 방식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휘발유는 조건부 면세를 하는데 용제는 왜 안되느냐는 주장이다. 또 불법 유사휘발유의 성분은 50% 이상이 용제, 이른바 솔벤트라는 점에서 메탄올과 톨루엔 등은 제외하되 솔벤트에만 과세해도 유사휘발유의 원천 제조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도“솔벤트의 대부분은 정유사와 석유화학사가 만든다”며“대량 구매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면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재경부 행태에 분노
소비자들은 불법 유사휘발유의 근본 차단으로 새나가는 세금을 확보, 국민부담을 줄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소비자시민의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유류 관련 세금이 너무 많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며 “그렇다면 재경부가 최소한의 유류관련 세금 상승 억제 및 인하 방안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경부로선 휘발유에 교통세를 부과해 편하게 20조원 이상의 세금을 거두고 있는데, 굳이 1조원을 더 징수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일을 벌이는 게 번거롭다고 여긴다”며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도“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특별소비세율이 5%로 단일화되면서 세수가 8,000억원 정도 줄어드는데, 정부는 이를 기름관련 세금 인상으로 보전한다는 방안”이라며“유사휘발유 제조를 원천 차단하면 1조원이 확보되고, 그럼 굳이 유류관련 세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번 법안을 재경부가 반대하는 건 징수편의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억제하거나 또는 인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외면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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