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가 포드 링컨을 접수했다.
"MK"를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으로 풀면 세계적인 뉴스다. 그러나 아니다. MK는 ‘마크’를 의미하는 이니셜이다. 마크는 50년대부터 만들어져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포드의 스터디셀링 모델이다. 한 때 현대자동차가 포드 마크4를 생산하기도 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포드는 링컨 브랜드의 이름에 MK를 적용키로 했다. MKZ, MKX, MKR… 이런 식이다. MK가 링컨 브랜드의 모델명을 접수한 셈이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과거의 모델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노력은 종종 있는 일이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욕망이 그 만큼 큰 것. 따라서 MKZ는 풀어보면 "마크 Z"라는 의미일 수 있으나 전혀 다른 뉘앙스의 이름으로 들린다.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한 이름’이다. 현대적인 이미지로 어메리칸 력서리 세단의 새로운 아이콘임을 자부하는 MKZ를 시승했다.
▲디자인
강한 세로 선이 주축을 이루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하게 와 닿는다. 고급 세단의 크기와 이미지에 감각적인 요소들을 적용한 디자인이다. 4.8m에 이르는 차체 길이는 보기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눈으로 이 차를 만날 때는 직선의 힘을 보게 된다. 특히 인테리어에서 그렇다. 대시보드, 도어패널, 센터페시아 등이 네모반듯한 직선으로 마무리됐다. 과거 "각그랜저"를 만나는 듯 했다. 잘 정돈된 모범생의 책상이 이럴까.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선을 통해 경계가 분명한 디자인이다. 미적 감각이나, 아름다움을 위한 배려보다는 기능적으로 잘 구분된 인테리어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엔지니어의 기능성에 묻혀버린 듯 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크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에서 파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받아든 느낌을 준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이 주는 압박이다. 앞좌석 뒤로는 뒷좌석 승객용 개별 모니터가 있다. DVD,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엔진룸을 열어 가볍게 보닛을 열려는 순간 몸이 긴장했다. 보닛이 무거워서다. 다른 차들보다 배 이상은 무거웠다. 공차중량 1,670kg이면 그리 체중이 나가는 편이 아닌데 보닛은 유난히 무거웠다.
447ℓ의 공간을 가진 트렁크에는 145/70R 17 사이즈의 템퍼러리 타이어가 숨어 있다.
▲성능
기자는 링컨 LS를 시승했던 기억을 생생히 갖고 있다. 많은 차를 타는 입장이라 시승을 한 뒤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 차가 저 차같고, 저 차가 이 차같은 정도는 차라리 낫다. 어떤 특징을 가졌는 지 기록을 찾기 전에는 좀체 생각나지 않는 차도 많다. 그러나 LS는 유난히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차 중 하나다. 단단하고 견고한 하체와, 나름대로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차같지 않은 세단’ 이라는 평가를 했었다.
MKZ 운전석에 올라 처음 느낀 바는 미국차같지 않았던 LS에서 한 발짝 미국차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미국 럭셔리 세단의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만들어진 차라 그런가. 딱딱하게 노면을 물고 달리다가 생뚱맞게 물렁거리는 느낌이 전해오기도 한다.
서스펜션과 관련해 이 차는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차가 딱딱하거나, 부드럽거나 일관된 모습을 주로 보이는데 반해 MKZ는 야누스같았다. 때에 따라 딱딱했고, 어느 순간 물렁해지기도 했다. 슬라럼을 해보면 횡가속이 누적되면서 급속히 피로해짐을 알 수 있다. 노면충격은 대부분 부드럽게 걸러지지만 때로는 거칠게 전해지기도 한다.
자동 6단 변속기는 "I" 레버다. 자동 수동 겸용이라는 팁트로닉이 아니라 전형적인 일자 포지션을 가진 자동변속기 레버다. 요즘 보기 힘든 모습이라 고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시프트 레버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N-D로도 변속이 안된다. 불편한 건 둘째고 안전해서 좋다.
킥다운을 하면 267마력에 달하는 강한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신형 듀라텍 V6 3.5ℓ 엔진이 제대로 힘을 쓰면 시속 200km를 올라서기가 어렵지 않다. 빡빡한 도로에서도 치고 나가는 맛도 쏠쏠하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밟고 한 박자 쉰 후 차체가 속도를 낸다. 여유있게 운전하는 이들에게는 문제될 게 없지만 빨리 달리고, 빨리 차선을 바꾸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조급증이 심한 운전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차다.
변속충격은 언급하는 게 의미없을 정도다. 언제 시프트가 일어났는 지 신경을 예민하게 세우고 있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은 돋보였다. 시속 180km를 넘겨 200km를 넘보는 속도에서도 차의 흔들림은 크지 않다. 속도가 높아지면 차의 안정성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달라지는데, MKZ는 불안감이 비교적 크기 않았다. 마음먹고 밟으면 이 차의 최고속도 200km/h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옥탄가 낮은 휘발유에도 강한 게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이다. 옥탄가 87짜리 휘발유를 써도 최고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야 옥탄가 87짜리 휘발유를 구하기 힘드니 상징적인 의미로 만족해야 한다.
MKZ는 조용했다. 에어 인덕션 시스템으로 주행중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 인스트루먼트 패널 방음과 카울 사이드 차단재, 소음감쇄 효과가 있는 트레드 패턴의 타이어 등이 소음을 차단한다.
▲경제성
MKZ는 엔트리급 어메리칸 럭셔리 세단이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타기엔 조금 이른 30~40대 부자들이 고를 수 있는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4,390만원. 연비는 8.4km/ℓ.
4,000만원대에는 각사의 중형 세단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압도적인 1인자가 없다는 게 이 시장의 특징이다. 크라이슬러 300C 2.7(4,480만원), 포드 파이브헌드레드 AWD(4,230만원), 캐딜락 BLS(4,180만원), 푸조 407 HDi(4,150만원)과 407SW HDi(4,630만원), 인피니티 G35 세단(4,750만원), 볼보 S60 2.5T(4,600만원) 및 S60 D5(4,479만원), 렉서스 IS250(4,500만원) 폭스바겐 파사트(4,040만~5,250만원) 등이 4,000만원대 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중형차들이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진 차들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취향의, 가격 대비 성능과 넓은 공간이 매력있는 차라는 게 MKZ의 큰 강점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