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AXA자동차보험의 새로운 사령탑 기 마르시아 대표를 지난 21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 에서 만났다. 2시간 가까운 간담회에서 그가 준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프랑스어 ‘똘레랑스’다.
수필가 홍세화 씨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통해 지난 95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똘레랑스는 프랑스 사회를 얘기할 때 많이 사용되는 단어다. 지난 10여년 간 똘레랑스는 우리나라말로 ‘관용’이라 해석됐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것을 존중하고 상생을 추구하는 ‘용인’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다름을 인정하는 ‘화이부동’이 더 어울리는 뜻으로 여겨지고 있다. 관용은 용서를, 용인은 이해와 존중을 그 밑바탕에 두고 있다. 관용과 용서는 상대방이나 다른 존재보다 우위에 있을 때 쓰는 단어이고, 용인과 이해는 상대방과 다르지만 동등한 수평적 관계에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한다.
마르시아 대표가 이 똘레랑스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똘레랑스를 느낀 것은 그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튀니지 태생으로 프랑스 남부에서 자란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인 탓도 있겠지만 유달리 존중, 조화, 상생이라는 뜻이 담긴 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교보자보는 훌륭한 회사이고 직원들은 의욕이 넘쳐 기존 조직을 인정했고 일부 조직 개편은 있었지만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 “교보자보와 합친(인수라는 표현보다 수평적 의미)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결코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직원들과 다양한 대화채널을 가동해 의견을 경청하겠다” 등등.
물론 프랑스 보험그룹이 국내 토종 회사, 다이렉트자동차보험 1위인 회사를 인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고 ‘점령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런 말들을 사용했을 수 있다. 교보자보가 AXA에 인수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상황에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도 있다.
그러나 립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 남프랑스 사람들은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는 등 유머를 사용해가면서 격의없는 수다스러운 간담회를 만든 마르시아 대표에게 당분간은 ‘똘레랑스’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보수적인데다 권위주의가 팽배한 국내 보험업계에 ‘똘레랑스’를 심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회사 내 똘레랑스를 보험 소비자에 대한 똘레랑스로 이어가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동차보험은 무엇보다 똘레랑스가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느껴 가입하지만 보험사를 ‘도둑’이라 여기고 보험사들도 보험을 유치할 때는 소비자를 ‘왕’으로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필요로 할 때는 ‘사기꾼’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마찰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비자보다 보험사가 강한 존재다 보니 소비자들은 피해 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그 피해 의식이 보유불명사고 악용 등 크고 작은 보험사기를 죄의식 없이 저지르게 만들고 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전문적인 보험 사기꾼들까지 활개를 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호불신은 보험이 돈 내고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줄여나갈 수는 있다. 게다가 교보AXA는 이 같은 상호불신을 ‘똘레랑스’로 극복해 내야하는 의무가 있다. AXA그룹의 모토는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 그 속에는 소비자를 단순히 가입자로 여기지 않고 상생을 위한 동반자로 여기는 똘레랑스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인 AXA그룹이 입에 발린 소리만 내뱉으면서 실천은 하지 않고 돈만 밝히는 ‘믿음이 가지 않는 또 하나의 외국계 자본’이라는 인식을 가져다주지 않기를 바란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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