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에서는 냉혹한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안재모. 2004년 3월 첫 레이스에 도전장을 던진 후 레이스 상황을 읽는 안정적인 시야와 정렬적인 드라이빙을 통해 실력파 테크니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예인과 모터스포츠인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후자를 택하겠다는 그. 그의 목표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이고,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승부사의 기질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많은 드라이버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처럼 레이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곤 한다. 그렇다. 바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레이스 상황에서 끊임없이 빠져드는 번뇌를 이기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 하고, 라이벌과 피와 살이 튀는 경쟁을 해야 만하는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가져야만 한다. 자신을 위한 동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라이벌들에 대한 연민은 사치에 가깝다. 그렇기에 레이스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맡길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이 엄숙하고도 경이로운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인 셈이다.
‘연예인 레이서’ 안재모, 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경기장에서도 팬들의 플래시 세례가 멈추지 않지만 경기장에서는 냉혹한 승부사일 뿐이다. 그리고 그의 승부사 기질은 일찌감치 꽃을 피웠다.
안재모가 모터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클릭 스피드 페스티벌(현 스피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연예인 레이싱팀 R-스타즈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이후 안재모는 2004년 3월 레이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시련도 많았다. 레이스 상황에서 경기 중단을 알리는 적기를 보지 못해 페널티를 받는 등의 실수를 한 것.
서킷에서는 연예인 아닌 냉혹한 승부사일 뿐
그럼에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BAT GT 챔피언십 투어링카B 클래스에 뛰어든 후 레이스 상황을 읽는 안정적인 시야와 정열적인 드라이빙을 통해 곧바로 실력파 테크니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타고난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안재모는 경주차의 운전대를 잡고 2005년 10월 강원도 태백 서킷에서 열린 대회에서‘엑스타 클래스에서 우승하며 생애 최고의 감격을 맛보았다. 그리고 지난해는 투어링카A 클래스 종합득점 94포인트를 기록하며 시리즈 3위로 마무리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올해 개막전에서 안재모의 성적표는 사실 초라했다. 1, 2레이스 모두 8위를 한 후 완주점수를 각각 2점씩 받았던 것. 하지만 제2전에서는 달랐다. 예선에서 폴포지션을 잡아 결선에서의 우승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 하지만 1레이스에서 아쉽게 2위로 마감을 한 후 나선 2레이스에서는 우승컵을 거머쥐며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레이스에 대한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분출된 것이다. 이제 적어도 서킷에서는 배우, 탤런트, 가수가 아닌 톱 드라이버인 그. 그를 경기가 끝난 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팀의 뒤풀이도 시들해질 무렵 만났다. 다음은 안재모와 나눴던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오늘은 날씨가 더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다시 한 번 경기를 뒤돌아본다면?
안재모: 사실 너무 아쉬웠다. 예선과 결선을 각각 1위로 들어올 수 있는 폴투 피니시의 기회를 잡았는데 결국 놓치고 말았다. 2위로 떨어졌을 때 너무 속상했다. 그렇지만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
Q: 드라마에 복귀하는 등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연예인과 카레이서 중 하나를 꼭 선택하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안재모: 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현재의 나는 연예인인 동시에 카레이서다. 즉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취미나 인기를 위해서 카레이서가 된 것이 아니라‘최고’라고 내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의지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는 이런 의지가 발휘될 수 있기에 더 좋을 수는 없다. 만약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모터스포츠인이 되고 싶다.
Q: 라이벌이 있는가?
안재모: 현재 클래스에서는 1, 2위를 나눈 김중근(S-오일)을 비롯해 팀의 류시원(그는 형이라는 표현을 썼다) 등과도 경쟁하고 있다. 이밖에도 훌륭하고 뛰어난 드라이버도 많다. 이들과 경쟁하면서 내 자신을 단련시켜가고 있다.
Q: 팀 동료인 류시원과의 관계는 어떤가? 그는 팬이 많은 데.
안재모: 시원 형과는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서로 장단점을 보완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열정적인 일본 팬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다.
Q: 일부에서는 연예인 프리미엄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안재모: 아무래도 언론이나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그들보다 빠르고 앞으로도 더 빠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사실 이 부분에서는 한 드라이버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연예인인 그와 레이스를 펼치면 신기한 느낌도 있지만 사실 서킷에 서면 나와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드라이버일 뿐이다”라는)
Q: 앞으로 계획은 뭔지?
안재모: 모터스포츠를 사랑하고, 레이서로서 사랑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기에다 연예인으로서의 욕심과 포부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담금질 할 계획이다.
Q: 배우와 드라이버로서의 명성을 다 얻겠다는 뜻인가?
안재모: 폴 뉴먼처럼 모두 성공하고 싶다. 사실 폴 뉴먼은 너무 유명한 배우여서 어떤 표현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챔프카 월드 시리즈에 참가했던 폴 뉴먼의 뉴먼 하스팀에 대해서는 자동차 전문 매체를 통해 접했었다. 실현될 수 있다면 그렇게 레이스 인생을 걷고 싶다.
Q: 현재 자신을 평가 한다면?
안재모: 바로 이 순간이다.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진화하는 자신을 볼 때 그게 내가 아닌가 싶다.
그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밤은 깊을 대로 깊었고, 그는 다음 스케줄이 있다며 아쉽게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가 앉았던 자리는 연예인이 아닌 진정한 카레이서 안재모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김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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