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407 HDi 라인업에 쿠페가 추가됐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셈이지만 소비자들로선 고르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
푸조의 수입판매사인 한불모터스는 요즘들어 라인업 강화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디젤엔진 일색이던 407에 2.2 휘발유엔진차를 선보이는가하면, 쿠페도 추가했다. 기본 라인업이 시장에 튼튼하게 뿌리내린 데 대한 강한 자신감이 좀 더 풍부한 라인업을 갖추는 바탕이 됐다.
푸조의 쿠페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오래됐다. 1898년 선보인 쿠페 타입21이 원조. 이후 404, 504, 406 등에 쿠페가 적용됐다. 쿠페 407은 푸조 쿠페의 최신 버전으로 보면 된다.
▲디자인
407 세단은 쿠페처럼 보인다. 앞이 길고 뒤를 과감히 자른 스타일 때문이다. 쿠페같은 세단을 베이스로 진짜 쿠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쿠페는 예쁘다. 쿠페 407은 적당한 불륨감이 있는 미녀가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양이다. 오똑한 코와 빵빵한 엉덩이를 가졌다. 407 세단을 기준으로 기능적인 면이 강조된 모델이 왜건 스타일의 SW, 미적 감각이 강조된 모델이 쿠페로 변형됐다. 쿠페 407은 날렵했다.
앞범퍼 옆으로 물고기의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선 3개가 자리잡았다. 윈도에 프레임을 없앴다. 도어를 열면 문짝 아랫 부분에 마치 발톱처럼 튀어나와 보디에 물리는 강철을 발견할 수 있다. 차의 비틀림 강성을 좋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엔진룸에 스트럿바를 대듯이 도어와 보디가 견고하게 물리게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그 때문인지 도어는 매우 무겁다. 연약한 여자가 언덕길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다가는 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뒤에서 이 차를 보면 두꺼운 범퍼가 주는 중압감이 크다. 뒷모양의 절반 가까이를 범퍼가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트렁크가 범퍼 위로만 열린다는 것. 트렁크에 짐을 싣거나 스페어타이어를 꺼낼 때 신경이 쓰이겠다. 멋을 내려 하이힐을 신는 미녀와 같다. 아름다움을 위해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인테리어는 갈색을 기본으로 해 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다고 점잖기만한 게 아니라 개성이 강한, 나름대로의 색감각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모양이 쿠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단점은 좁은 공간. 특히 4인승 쿠페의 뒷좌석은 성인이 앉기엔 무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쿠페 407은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성인이 앉아도 될 정도의 공간은 확보했다.
엔진룸을 열면 한 치의 빈틈도 없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다. 보닛 지지대는 힌지가 아니다.
▲성능
운전석에 앉으면 몸을 꽉 잡아주는 시트와 일체감이 느껴진다. 시트를 통해 차와 일체감을 갖는다는 건 의외로 중요한 요소다. 차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차를 조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407 HDi 세단에는 2.0ℓ 디젤엔진이 올라가지만 쿠페 407에는 2.7ℓ 205마력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푸조의 기함 607에 얹는 엔진을 적용했다. 407의 몸에 607의 성능을 담은 셈이다. 그 만큼 힘이 세다. 그 뿐 아니다. 부드럽다. 디젤엔진을 칭찬하는 가장 흔한 미사여구 중 하나가 디젤엔진답지 않다는 것인데, 이 차가 그렇다. 이제는 디젤엔진임을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디젤과 휘발유엔진의 감각적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괜찮은 디젤엔진이 고만고만한 가솔린엔진보다도 훨씬 조용한 수준에까지 왔다. 푸조의 디젤엔진들은 대부분 ‘괜찮은 수준’ 이상이다. 힘도 그렇고, 정숙성도 그렇다.
최대토크가 44.9kg·m에 달한다. 이는 배기량 5.0ℓ의 휘발유엔진과 견줄 만한 성능이다. 자동 6단 팁트로닉 변속기는 때때로 맛있는 ‘손맛’을 보여주는 사용하기 편한 자동변속기다.
메이커가 말하는 최고속도는 230km/h. 이 정도면 고속주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성능이다. 실제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강하게 밀고 올라가는 토크는 장난이 아니다. 가볍고 경쾌하게 속도를 높이는 게 가솔린엔진이라면 푸조의 HDi 엔진은 굵고 강한 파워가 차를 밀어 속도를 높이는 느낌이다.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힘이 느껴진다. 강한 힘은 속도에 관계없이 무시로 느껴진다. 낮은 속도에서도, 고속주행중에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만큼 달렸다.
해치백과 쿠페는 고속주행에서 뒤가 불안하다. 공기의 흐름이 차 뒷부분에서 갑자기 끊기면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의 크기가 있고,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있어서 시승차는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경제성
쿠페 407의 판매가격은 6,400만원이다. 4,150만원인 407 HDi와는 차이가 크다. 같은 엔진을 쓰는 607 HDi와 같은 값이다. 왜 이런 가격이 나왔을까.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기로 인정받는 한불모터스가 아무리 쿠페라지만 407의 가격을 윗급인 607과 같게 한 것은 의문이다. 분명한 건 쿠페 407이 전략차종이 아니라는 점이다. 틈새시장을 보고 내놓은 차인 만큼 배짱있는 가격을 붙여 놓았다고 보인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이 가격을 보고 407 HDi 세단이나 407SW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하려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디젤엔진이어서 연비가 11.0km/ℓ에 이르는 점은 큰 매력이다. 차급 대비 연비 수준은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