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J 2.7 디젤, 경제성 돋보이는 럭셔리 세단

입력 2007년07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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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J 2.7 디젤이 국내에 시판됐다. 재규어에 디젤엔진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나름대로 독특한 컬러를 간직한 럭셔리 세단인 재규어와 친환경성, 경제성을 인정받고는 있으나 그래도 고급스러움과는 아직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디젤엔진이 합체하기에는 어딘 지 서먹한 구석이 있을 것이란 선입견이다. 그러나 선입견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디젤엔진의 도도한 흐름은 유니크한 디자인과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자랑하는 재규어 라인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

재규어 XJ 2.7 D, SWB 모델을 탔다.

▲디자인
숏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 두 버전 중 시승차는 숏 휠베이스 모델이다. 휠베이스가 짧다고 해도 전체 길이가 5m를 훌쩍 넘는다. 5,090mm의 길이가 주는 압박감은 의외로 크다. 그리 넉넉지 않은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구가 밀집돼 생활공간에 여유가 많지 않은 대도시에서는 가끔 진땀나는 상황을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체격이다.

길지만, 실내공간의 효용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엔진룸과 트렁크가 길어서다. 앞으로 엔진룸, 뒤로 트렁크 공간을 자르고 나면 정작 객실은 좁아진다. 차가 길다고 실내공간이 매우 여유로울 것으로 본다면 오해다. 멋을 부리면 기능이나 효율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쿠페, 컨버터블 등 자동차가 그렇고, 건축물에서도 이런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옆에서 볼 때 이 차는 앞으로 살짝 기운 자세다. 착시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다. 앞뒤 타이어 사이의 지상에서 차체까지의 높이, 즉 지상고가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주저앉은 모습이 아니라 달려가는 자세로 다이내믹한 효과를 준다. 또 하나. 일필휘지로 그려낸 숄더라인에서 힘이 느껴진다. 디자인의 힘을 잘 보여주는 차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한국에서 추가 작업한 것이다. 내비게이션과 DVD 등의 기능 외에 한국에서는 위성 DMB까지 더 즐길 수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누리기 위해서는 수신안테나를 달아야 한다. 내비게이션은 터치스크린 방식이어서 사용하기가 매우 편하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투박함이 느껴진다. 곡면으로 올록볼록, 때로는 경사지게 인체공학을 총 동원해 만드는 다른 차들의 대시보드와 달리 이 차는 단순한 평면이다. 두부를 수직으로 자른 것같은 밋밋한 대시보드다.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혹은 단순함에서 오히려 명쾌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느낄 지는 받아들이는 이의 몫이다. 재규어를 타는 이라면 아마 이 처럼 세련되지 않은 고전적 처리를 좋아할 게 분명하다. 재규어의 컬러가 그래서다. 재규어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다.

그릴은 촘촘한 그물망처럼 만들었고, 그 위에 재규어의 머리가 마치 도깨비 부적처럼 떡 하니 자리잡았다.

▲성능
엔진은 2,720cc에 207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44.4kg·m/1,900rpm이다. 토크도 토크지만 이 같은 힘이 2,000rpm도 안되는 1,900rpm에서 터진다는 게 경이롭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이 처럼 강한 토크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200마력이 넘는 힘은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그 힘을 느끼는 방법은 간단하다. 탁 트인 길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거침없이, 용감하게 밟는 것이다. 가속감은 대단하다. 디젤엔진이어서 가속감이 더디다는 상식은 이 차에 통하지 않는다. 상식을 넘어선 힘이다. 207마력이라는 숫자보다 실제 몸이 느끼는 파워는 훨씬 더 크다. 트윈터보 엔진을 적용한 디젤엔진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2초에 불과하다.

낮고 진폭이 큰 디젤엔진 소리는 숨기지 않는다. 공회전할 때, 가속할 때 디젤엔진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소리로만 보여주면 짜증나겠지만, 소리와 함께 솟구치는 힘이 있어 만족스럽다.

주유구 주변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다. 휘발유차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휘발성이 부족한 경유는 이 처럼 차 표면에 묻으면 얼룩을 남긴다.

J형 변속레버는 기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다. 클래식하고, 재규어답고,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폼난다. 사실 이 같은 형식의 변속레버를 사용하는 차는 이제 거의 없다. 재규어의 특징이라고 봐도 된다. 자동에 수동 기능을 더했다는 팁트로닉 변속기들이 휩쓸고 있으나 이 처럼 확실하고 명확히 자동에 수동 기능을 더한 변속레버가 어디 있을까. 각 레인지별로 정해진 위치가 있으니 손에 익으면 보지 않고도 원하는 레인지로 레버를 옮길 수 있다. 확실한 손맛을 느끼는 데 제격이다. + - 방식으로 변속하는 팁트로닉이라면 수동으로 레버를 조정할 때 계기판을 보면서 몇 단으로 물리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복잡할뿐더러 확실한 손맛을 느끼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뒷바퀴굴림의 차는 가속할 때,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 속도에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이어서 고속안정감은 더 돋보인다. 수평조절 기능에 더해 컴퓨터 액티브 테크놀러지가 적용된 첨단 서스펜션도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데 한 몫한다. 고속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그리 크지 않은 건 탁월한 안정성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성
재규어 XJ 2.7D SWB의 판매가격은 9,200만원, LWB는 9,500만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LWB에 눈길을 빼앗길 지 모른다. 1억3,500만원인 4.2 LWB나 1억8,100만원인 다임러가 모두 같은 XJ 이름으로 팔린다. 2.7D라면 가장 경제적으로 탈 수 있는 XJ다.

연비도 좋다. 11.6km/ℓ로 1등급에 해당한다. 럭셔리 세단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경제성을 갖춘 차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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