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폭스바겐 이오스

입력 2007년07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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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긴 띠를 한 번 꼬아 앞뒤를 이어 놓으면 안팎 구분이 사라진다. 폭스바겐의 이오스를 만나면서 뫼비우스의 띠를 떠올렸다. 안과 밖 구분이 없어서다.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다. 지붕을 열고 이오스에 앉으면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다. 안팎이 하나된 공간. 몸은 차 안에 있지만 숨쉬는 공기는 차 밖이다. 이 차의 도어 패널 윗부분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살짝 꼬이게 만들었다.

이오스는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경계만을 허무는 게 아니다. 쿠페와 카브리올레라는 두 가지 보디 형태를 모두 가졌다. 즉 보디 스타일의 경계도 넘나드는 차다.
이오스. 새벽의 여신이라고 한다. 낭만적인 이름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다. 새벽이슬이 아들을 잃은 이오스의 눈물이라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이름을 딴 새 차 이오스를 만났다. 골프를 기본으로 만든 하드톱 카브리올레 이오스를 타고 달렸다.

▲디자인
이오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선루프가 있는 하드톱 컨버터블이라는 점이다. 5조각으로 나뉘어진 지붕을 닫으면 쿠페가 되고, 열면 카브리올레가 되는데, 닫은 상태로 넓은 선루프를 열 수도 있게 만들었다. 새로운 건 없다. 그러나 하드톱 컨버터블과 선루프라는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 게 새롭다. 뻔한 구성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내는 것 역시 능력이다. 이른바 CSC(Coupe-Sunroof-Convertible) 루프 시스템이다. 선루프는 지금껏 봐 왔던 것들보다 넓다. 지붕폭이 그대로 선루프의 폭이다.

지붕이 5조각이어서 3조각인 차들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 접어 넣을 수 있다. 그 만큼 트렁크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컨버터블이라고는 하지만 지붕을 닫으면 티가 안난다. 그냥 소형 쿠페일 뿐이다. 지붕을 열어 컨버터블로 변신해도 약간의 어중간함은 남아 있다. 늘씬하게 잘 빠진 세련된 컨버터블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2인승이 아니라 4인승으로 만들어서다. 멋은 좀 떨어질 지 모르지만 4인승 컨버터블이 주는 매력은 많다. 두 커플, 혹은 4인 가족이 한꺼번에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매력이다. 4명이 탈 수 있는 알찬 공간을 확보한 기능적인 컨버터블이라 할 수 있다.

그릴 한가운데 새겨진 글자 "VW"는 그 자체만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준다. 수입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상당 부분 완화시켜주는 브랜드가 바로 폭스바겐 아닌가.

인테리어를 보면 폭스바겐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다. 검소한, 혹은 소박한 인테리어다. 그렇다고 초라하거나 보잘 것 없다는 게 아니다. 잘 절제되고 사치하지 않는, 그러나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게 있고, 때로 조금 과하게 투자하는 모습도 보인다. 좋은 예가 도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묵직한 무게감이 안전을 위해 보강재를 충분히 썼음을 말해준다. 도어 아랫 부분에는 마치 발톱같은 두 개의 바가 보인다. 차의 비틀림 강성을 높이기 위해 보디와 맞물리는 보강재다.
이 처럼 도어에 이런저런 장치들이 추가되면서 무거워져 팔힘이 약한 여자가 경사진 길에서 문을 열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성능
이오스는 골프 GTI와 같은 심장을 가졌다. 4기통 직분사 터보 FSI 엔진(TFSI)이다. 배기량 1,984cc에 200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전설적인 엔진이다. 실제 주행중에 더 빛을 발하는 건 출력보다 토크다. 최대토크 28.6kg·m가 발휘되는 시점은 1,800rpm.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강한 토크감을 느낀다. 저속에서부터 차를 미는 힘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골프 GTI만큼은 아니다. 골프 GTI의 다이내믹한 주행에 인이 박힌 운전자라면 이 차에선 밋밋함을 느낄 지 모른다. 하드톱 컨버터블로 만들면서 그 만큼 더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오스의 성능이 만만한건 아니다. 도로에서 앞이 열리면 언제든지 튀어 나가는 순발력이 압권이다. 작은 덩치지만 큰 차들을 쉽게 앞지르는 힘을 가졌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 7.9초면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 버금가는 순발력이다.

메이커가 발표하는 제원표 상의 최고속도는 229km/h. 도로가 허락할 때 수동 변속모드로 밀어붙이면 시속 200km를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다. 단, 이 때는 지붕을 닫는 게 좋다. 지붕을 열고 달린다면 시속 80~100km 정도를 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오픈 드라이빙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실내로 파고드는 바람을 즐기며 도로와 일체감을 전하는 차체의 반응을 조종하기에 딱 좋은 속도다.

지붕을 여닫는 건 간단하다. 스위치를 누르면 25초만에 변신이 끝난다. 설명서에는 영하 15도 이상에서만 지붕이 열린다고 써 있다.

언덕길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를 세우면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출발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차가 순간적으로 뒤로 밀렸다가 앞으로 나간다. 천천히 여유있게 조작하다가는 당황할 수 있다.

▲경제성
이오스의 연비는 10.8km/ℓ.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3등급에 해당하니 그리 우수한 건 아니다. 판매가격은 5,540만원. 골프 GTI가 4,050만원이니 약 1,500만원 더 비싼 셈이다. 단순히 비싸다고 끝날 계산은 아니다. 컨버터블에 쿠페 2대의 차를 하나로 합쳤다고 보면 그리 나쁜 가격이 아니다. 그 뿐인가. 컨버터블이면서 4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의 경제성도 함께 갖췄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가격이다. 이오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문제는 이 가격대에 매력있는 차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오스에 필이 꽂혀 꼭 이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한다. 흔히 시장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정글에 비유하지만 한국의 수입차시장에서 진짜 정글이 바로 4,000만~6,000만원대가 아닐까 싶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가 한 데 섞여, 말 그대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가격대에 이오스가 있는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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