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드라이브, 짚 컴패스

입력 2007년08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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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광풍이 지났다. 지난 10년은 SUV의 성장기였다. 너도나도 SUV를 만들며 시장에 진입했고, 많은 사람들이 승용차 대신 SUV로 갈아탔다. 말이 SUV지 한국에선 ‘짚차’가 익숙하다. 공식적으로는 ‘지프형 자동차’였다.

많은 모델이 시장에 투입됐고 그에 힘입어 시장볼륨도 하루가 다르게 커 왔다. 고유가가 아니라면 SUV의 승승장구는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SUV 바람이 한바탕 불고난 후 요즘의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차들이 예뻐지고 세련된 것까지는 좋은데, 대신 SUV의 특징이랄 수 있는 야성은 사라졌다. 요즘의 남성상이 반영된 것일까. 투박하고 거친 대신 대자연을 질주하는 힘있고 개성강한 SUV의 모습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SUV의 광풍이 초원의 SUV들을 모두 도시로 데려가버린 것이다. 이제 초원에 남아 있는 오프로더는 몇 되지 않는다.

크라이슬러 컴패스는 경계에 서 있는 모델이다. 초원과 도시, 오프로드와 온로드의 경계에서 차분하고 세련된 모습에 나름대로 강한 야성을 간직한 ‘짚’ 브랜드의 막내다. 그러나 정통 오프로더의 본가임을 자부하는 ‘짚’이 도시형 SUV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뉴스다. 오프로드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짚에 충성하는 고객들이 과연 컴패스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궁금했다.

▲디자인
둥근 헤드 램프에 7개의 세로 구멍이 뚫린 그릴은 ‘짚’의 공식이다. 굳이 이 차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그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짚차’임을 알 수 있다.

컴패스는 짚 라인업의 막내로, 엔트리카 노릇을 한다. 컴팩트 SUV라고는 하지만 이는 미국 사람 눈으로 볼 때 그렇고,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컴팩트라기보다 미드사이드에 가깝다. 컴팩트 SUV에 관한 한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다. 스포티지가 있어서다. 구형 스포티지야말로 컴팩트 SUV의 원조라 할 만하다.

둥근 헤드 램프 뒤로 굴곡진 보닛, 다시 윈드실드까지의 라인이 재미있다. 특히 윈드실드가 승용차처럼 뒤로 누워 있어 SUV같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두터운 D필러는 강인한 이미지를 전한다. 귀엽다고 이 차를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짚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컴팩트 SUV의 개성을 만들어내려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조금 투박하고 거친 면이 있다. 직선이 주로 사용된 뒷모양에서는 닷지 캘리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엔진룸을 열면 4기통 엔진이 가로로 놓였다. 4륜구동차에 엔진을 가로로 놓는 예는 흔치 않다. 대개의 경우 4륜구동차들이 뒷바퀴굴림을 베이스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패스는 앞바퀴굴림을 기본으로 한 4륜구동이다. 엔진이 가로로 배치된 것도 그래서다.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고급스럽거나,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하기보다 소박한 인테리어로 소비자들에 친근하게 다가선다.

뒷도어 손잡이를 홈 안으로 숨겨 놓아 처음 이 차를 대하는 이들을 잠깐 당황하게 만든다. 이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도 있겠으나, 이 보다는 뭔가 남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할 만하다. 조수석을 접어 테이블로 쓰거나, 트렁크 바닥을 떼어내 물청소를 할 수 있게 만든 것도 톡톡 튀는 이 차만의 아이디어 중 하나다.

앞모습은 부드러운 곡선이 사용돼 강인함보다 부드러움이 앞선다. 거친 오프로드를 거칠게 움직이는 모습보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도심을 달리는 모습이 더 어울리겠다. 메이커에서도 굳이 이를 숨기지 않는다. 이른바 크로스오버를 기치로 내걸고 오프로드를 떠나 도심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선 차라는 것이다.

▲성능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몸이 나가기 전에 소리가 한 박자 먼저 커진다. 그렇지만 이는 잠시뿐이고 탄력을 받은 차는 부담없이 속도를 높여 나간다.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승용차보다는 크다. 차가 높아 공기저항이 커서다. 시속 160km를 넘겨도 안정감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4륜구동 특유의 안정감이 살아 있다.

4륜구동이라고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앞바퀴굴림에 가깝게 움직인다. 코너나, 미끄러운 길 등 필요한 상황에서만 필요한만큼의 동력을 뒤로 보낸다. 이른바 ‘프리덤 드라이브’다. 그 이름 덕분일까. 온로드에서나 오프로드에서나 자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코너에서는 차체가 낮은 두바퀴굴림 승용차 뺨칠 정도의 안정감을 보였다. 조금 과하게 운전대를 꺾고 코너를 공략해도 무난하게 빠져 나간다. 차체가 높아 불안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낄 속도는 실생활에서 큰 의미가 없는 고속에서일뿐 시속 100~160km에서는 편안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172마력의 엔진이 공차중량 1,460kg의 차를 끌고 나간다. 마력 당 무게비가 약 8.5kg에 달한다. 현대, 미쓰비시, 크라이슬러가 함께 개발했다는 ‘월드엔진’이다.

6단 무단변속기는 차의 부드러움을 한층 더 강조해준다. 변속충격이 없어 속도를 높이면서도 차는 충격없이 물 흐르듯 달려 나갈 수 있다. 4륜구동을 ‘록’시키면 좀 더 강한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차의 ABS는 특이하게 약간의 잠김을 허용한다. ABS는 바퀴의 잠김을 막아주는 장치인데, 컴패스의 ABS는 일부러 약간의 잠김을 허용하는 것. 이른 바 오프로드 ABS다. 급브레이크를 걸면 바퀴가 순간적으로 잠시동안 잠기면서 타이어가 진흙이나 모래 등을 파고 들어가 차가 멈추는 데 도움을 주게 만든다는 것이다. 타이어가 잠기며 흙을 파고 들면 타이어 앞에 자연스럽게 장애물이 형성되면서 정지하는 데 도움을 주게 만들었다.

▲경제성
컴패스는 한국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수입 SUV다. 판매가격 2,990만원. 3,000만원이 채 안돼는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다. 2.4ℓ 엔진에 6단 무단변속기, 풀타임 사륜구동 등의 조건을 적용하면 국산 SUV보다도 훨씬 가격경쟁력이 있다. 국산 SUV를 사려는 사람에게 “잠깐만, 이런 차도 있는데”하고 일러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할 게 뻔하다. 당연히 그리고 막연하게 국산차를 사야 한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2,990만원짜리 수입 SUV가 있다는 걸 알려만 줘도 마음을 달리 먹을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국산차는 비싸지고, 수입차는 꾸준히 가격을 내려 드디어 3,000만원에서 전선이 형성되는 형국이다.

가격을 보면 충분히 호소력이 있으나 연비 8.5km/ℓ는 조금 걸린다. 배기량을 보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연비지만 워낙 고유가 시대인데다, 그 중 가장 비싼 휘발유를 먹고 달린다는 게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 번 더 계산하게 만든다.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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