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 LS600hL 판매를 위해 두 가지 마케팅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하나는 명품 이미지를 추구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에는 필수적인 노블레스(귀족) 마케팅이다. 자동차분야에서 노블레스 마케팅의 주요 무대는 찻값이 6만~7만달러 이상인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이다. 이 시장은 경기흐름을 잘 타지 않아 안정적이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 이 시장의 주요 소비층은 5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슈퍼부자’. 자본주의 시대에서 새로운 귀족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자동차를 ‘기호품’으로 여기면서 여러 대를 소유하고 있고, 새 모델이 나오면 3개월 안에 기존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지난 5년새 두 배 이상 커졌다. 이 것이 바로 한국토요타가 렉서스 판매를 위해 노블레스 마케팅을 추구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는 렉서스의 노블레스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소개됐다. 저널에 따르면 렉서스는 슈퍼부자를 유혹하기 위해 ‘실용명품’ 이미지를 털어내고 ‘정통명품’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동안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토요타 렉서스가 아닌 그냥 렉서스란 점을 홍보전략에 사용해 온 렉서스가 그 다음 단계로 벤츠나 BMW가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얘기다. 렉서스는 이를 위해 9명으로 구성된 특별팀이 슈퍼부자들을 직접 인터뷰해 새 판매전략을 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저널은 밝혔다.
그러나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에서는 기존 노블레스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벤츠와 BMW의 뿌리가 너무 확고하게 내려져 있어서다. 게다가 자동차를 파는 데 크게 작용하는 ‘우수한 품질’을 내세우는 것도 프리미엄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렉서스의 색깔인 정숙성과 쾌적함을 앞세워도 효과는 미지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온갖 첨단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새로운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일본 오카야마 그란비아호텔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요시다 모리타카 LS600hL담당 수석 엔지니어도 고유 특성과 힘을 자랑하는 렉서스 플래그십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에서 V12 엔진 등 파워가 넘치는 배기량만으로 차별화를 끌어낼 수 없어 고민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 처럼 쉽지 않은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에서 3개월만에 차를 갈아치울 정도로 항상 새로운 ‘특별함’을 추구하고 ‘나는 다르다’라는 인식을 지녔으며 ‘벤츠와 BMW의 명성에 길들어진’ 노블레스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가진 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주로 기부와 봉사를 통해 실천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최근들어서는 환경보호도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토요타가 내세우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어울린다.
LS600hL은 여기에 적합하다. 하이브리드의 전통적 개념을 파괴한 것도 그래서다. 하이브리드는 연비를 높이기 위한 경제적 기술로 받아들여졌는데, LS600hL은 이 개념에서 벗어난 것. 사실 프리미엄 자동차의 연비 개선을 위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배기량이 작아야 하이브리드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데다 큰 배기량의 프리미엄 자동차 소비층은 기름값을 걱정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을 적용하면 이해된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명성에 익숙해진 노블레스들에게 환경오염을 줄여 가진 자로서 사회적 책임까지 실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성능이 뛰어나고 아무나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노블레스의 단순한 자부심에 ‘사회적·도덕적 명예욕’을 덧붙여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써 ‘돈이 곧 권력’이라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인간이 가진 3가지 욕망인 권력ㆍ재물ㆍ명예욕 중 노블레스에게 부족한 명예욕을 일부나마 충족시켜줄 수 있다. 결국 프리미엄 브랜드 중 처음으로 환경친화적인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는 토요타의 자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토요타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카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우스의 구매자를 보면 그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진다. 환경주의자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해리슨 포드, 카메론 디아즈,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등 헐리우드 톱스타들도 고급차가 아닌 프리우스를 잇따라 샀다. 이들은 프리우스 구입을 통해 환경친화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요시다 모리타카 수석 엔지니어는 “기존의 플래그십은 큰 배기량이고 주행능력이 탁월하지만 환경에 좋지 않다”며 “그러나 21세기 플래그십은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치기라 타이조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도 “환경친화 및 지구를 상징하는 블루 색상의 LS600hL 광고를 10월부터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S600hL을 타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노블레스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동시에 ‘환경을 중시하는 토요타와 렉서스’라는 기업 이미지도 강화시키기 위해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결국 노블레스 마케팅의 한 가지 수단이다.
오카야마=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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