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건설교통부가 도입을 추진중인 부품자기인증제를 두고 내부 입장이 엇갈려 답답해하고 있다.
부품자기인증제란 건교부가 16개 부품에 대해 최소 안전기준을 마련, 기준을 통과한 부품은 시중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해 자동차업계의 공식 입장은 "반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업체마다 약간씩 이해가 달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부품자기인증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업체는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는 당초 일부 소모성 부품에 대한 부품자기인증제 도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으나 현대·기아 부품유통을 전담하는 현대모비스가 반대하자 그룹 의견을 "반대"로 모았다. 이에 따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를 통해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GM대우는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GM대우는 부품자기인증제가 미국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규제의 통일성 측면에서 반기고 있다. 쌍용은 반대와 찬성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있다. 쌍용으로선 어차피 유럽이 주 공략무대여서 부품자기인증제 도입에 따른 타격이 미미해서다.
상황이 이 같이 전개되자 건교부는 현대·기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특히 건교부는 최근 완성차업계 사장단과 회동하며, 부품자기인증제 도입에 관한 업계의 지지를 요청했음에도 현대·기아가 "반대"를 고수하자 이를 건교부에 대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한 각종 규제권한을 쥐고 있는 건교부로선 현대·기아의 "강경한 반대"를 일종의 위협으로까지 보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건교부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상당히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며 "베라크루즈 디젤 리콜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리콜명령에 따른 과징금 부과는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 일이 현대·기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는 건교부가 추진중인 부품자기인증제 도입이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을 상정해야 하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상정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올 9월 안에 상정돼야 하지만 현재 국회의원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업계에선 이 때문에 폐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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