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i30는 준중형차다. 차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는 유럽 시각에서 보면 길이가 4,245㎜로 4,300㎜ 이하인 C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유럽 내에서 C세그먼트의 선두 주자는 단연 폭스바겐 골프다. 국내에선 수입차라는 이유로 비싸게 판매되는 푸조 307도 유럽에선 i30와 같은 C세그먼트에 포함된다.
최근 유럽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C세그먼트 차종의 판매가 늘고 있다. 특히 큰 차를 선호하지 않는 유럽에선 여전히 C세그먼트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내에선 세단보다 해치백이 더 많이 팔린다. 외양보다는 내용을 더 중시하는 풍토 때문이다. 물론 현대에겐 아반떼 5도어 해치백이 있다. 그러나 단일차종으로 C세그먼트의 점유율을 늘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반떼를 기반으로 한 정통 해치백 i30가 등장한 배경이다.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정통 해치백 차종을 만들어 C세그먼트에서 아성을 지키는 폭스바겐과 한 판 승부를 겨룬다는 전략이다.
유럽시장 전략차종이지만 i30는 기아자동차 씨드와 달리 국내에 먼저 출시됐다. 씨드의 경우 유럽에서 생산, 유럽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체제여서 한국으로 역수입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 반면 i30는 국내에서 생산,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종이어서 내수에 손쉽게 투입이 가능하다. 물론 현대 체코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생산은 중단하고, 체코 현지 생산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그 때도 국내에서 계속 판매될 지는 미지수다.
이 처럼 i30의 태생은 유럽에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통칭되는 "유럽형"이란 유럽의 비좁고 울퉁불퉁한 시내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려야 하고, "도로와 기계의 호흡이 있어야 한다"며 노면 위의 돌 한 조각까지 엉덩이로 느끼려는 유럽인들의 취향이 반영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손가락 하나로 스티어링 휠을 자유자재로 돌려대는 건 운전의 맛이 없다고 폄하하는 습성도 고려돼야 한다. 쉽게 보면 국내와 달리 "묵직함"이 묻어나야 유럽형이란 말이 어울리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i30는 분명 유럽형이다. 전반적인 느낌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절도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익스테리어&인테리어
앞모양은 베라크루즈를 연상시킨다. 좁은 그물형 그릴 한가운데 로고가 자리했고, 그 아래에 범퍼그릴이 있어 위아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헤드 램프는 4등식 프로젝션이며, 클리어타입 안개등이 범퍼 아래 좌우에 배치돼 있다. 특히 범퍼의 경우 좌우가 범퍼가드 형태로 마무리돼 볼륨감을 준다.
옆모양은 아치형의 차체 라인과 하단에 이어진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어우러져 다부져 보인다. 여기에다 역삼각형의 리어 쿼터 글래스는 개방감을 더한다. 소형차일수록 차가 커 보이는 스타일에 익숙한 국내와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기도 하다. 16인치 휠은 5볼트가 체결돼 역동성이 강조됐다.
뒷모양에서도 단단함이 풍긴다. 특히 테일 게이트가 범퍼 안쪽으로 들어간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세로형 리어 램프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어져 개성 및 안정감이 넘친다. 범퍼에는 후방주차센서가 달려 있고, 로고 일체형으로 테일 게이트 핸들이 유용하게 설계돼 있다. 전반적으로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인상을 풍긴다.
스마트키의 열림 버튼을 누르면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스마트키도 유럽차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장비다. 아웃사이드 도어핸들은 그립 타입이다. 간혹 도어핸들의 폭이 넓어 부담스러운 차가 있는데, i30의 것은 손에 잘 잡힌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좌우 옆구리가 모아진다. 버킷 타입 시트 덕분이다. 그러나 체구가 좀 큰 사람이라면 다소 좁을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은 메탈릭의 3스포크 타입이다. 역동성과 절도감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유럽형 소형차에 어울리는 형태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는 볼륨과 채널 변경 스위치가 있고, 우측에는 핸즈프리 사용 스위치가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스티어링 휠 뒤에 펼쳐진 계기판은 파란색 톤에 흰색 조명이 처리돼 은은하다. 엔진회전계와 속도계가 좌우에 큰 원형으로 자리하고, 가운데는 트립컴퓨터 모니터가 있다. 트립컴퓨터에는 평균속도와 주행시간, 주행거리 등이 표시된다. 남은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나타내는 연비계도 적용됐다. 연비표시는 경제적 운전을 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트림컴퓨터 위에는 2개의 작은 원형으로 왼쪽에 수온계, 오른쪽에 연료계가 있다. 좌우 대칭이 잘 이뤄진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상단에 수납함이, 그 아래로 센터페시아가 있다. 수납함은 소형차라도 높은 공간활용성을 원하는 유럽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그 아래로 오디오와 공조장치가 나란히 달려 있다. CD는 6매 인대시 타입이며, 온도조절 및 볼륨 그리고 채널변경은 로터리 방식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조화를 이룬다. 조작할 때도 절도감이 있어 유럽형 컨셉트에 상당히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조장치 아래 좌우의 비상경고등 스위치와 열선 스위치는 눈에 거슬릴 정도로 커서 마치 억지로 빈 공간을 채운 것 같다. AUX 및 USB 단자는 센터페시아 아래에 있다.
이 밖에 실내에서의 수납공간으로는 2단의 센터콘솔과 도어 맵포켓, 선글라스 수납함과 함께 쿨링 기능이 적용된 글로브박스가 있다.
▲성능
i30에 대한 가장 큰 기대는 성능과 승차감이다. 이 부분도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취향을 보이는 만큼 어느 게 좋고 나쁘다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평가에서 손꼽는 전문가들도 항상 "좋은 차와 나쁜 차의 구분은 없다"고 말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양념을 넣지 않아도 재료의 신선한 맛이 입을 사로잡는 것처럼 좋은 차 또한 고급 재료를 쓰면 되지만 이 때는 분명 원가에 부담이 생긴다. 특히 i30와 같은 대중적인 차에서 원가절감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어떤 양념을 사용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지가 관건인 셈이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로 스티어링 휠 옆에 부착된 키홀더를 돌리면 시동이 경쾌하게 걸린다. 그러나 이내 곧 시동이 꺼진 것처럼 조용해진다. 정지 상태의 공회전 때 소음이 인상에 남을 만큼 적다.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유럽 경쟁차 정도의 소음·진동(NVH)을 확보했다는 현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 현대에 따르면 i30의 공회전 소음은 39dB로 푸조 307과 같다. 그러나 가속소음은 52dB로 53dB의 307보다 조용하다. 국산차의 NVH도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반증이다.
시승차는 배기량 1,591㏄의 가솔린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21마력(6,200rpm), 최대토크는 15.6㎏·m(4,200rpm)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발에 들어가는 힘이 꽤 필요하다. 이른 바 "페달 에포트"(pedal effort)가 크다는 것은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묵직함이다. 페달 답력에서도 유럽형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간 움찔하지만 반응속도가 빠르게 일어나는 편은 아니다. 페달에 힘을 더 주니 엔진음을 높이며 더딘 가속이 이뤄진다. 이 차가 역동성이 강조된 차가 아니었다면 수긍했겠지만 유럽형을 표방하며 모양도 역동적으로 만들었고, 시트도 버킷 타입이다. 하지만 성능은 역동성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단형 아반떼 수준이다. 최근 유럽에선 소형차도 고성능쪽으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 i30에도 터보 등의 역동성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시속 120㎞까지는 무난히 치고 올라간다. 그러나 오르막이 나타나면 가속성능이 크게 떨어지며 배기량 1,600㏄의 한계를 드러낸다. 성능에 욕심을 내는 운전자라면 i30를 구입해서 약간의 손질(?)을 가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제동자세는 좋다. 고속에서 여러 차례 급제동을 시도했으나 지나치게 앞으로 쏠리는 현상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공회전 소음은 적지만 가속할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귀에 거슬리는 건 엔진 소리다. 흡기사운드 튜닝으로 주행소음의 음질을 높였다고 하지만 "사운드(sound)"로 바꾸려는 노력은 더욱 필요할 것 같다. 특히 i30의 주 타깃층인 젊은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엔진 및 배기음색에 점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세다.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거슬릴 정도가 아니다.
성능과 달리 승차감은 전형적인 유럽형이다. 국산차로 i30만큼 단단한 차는 없다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다. 준중형차를 구입해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바꾸는 운전자라도 튜닝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허리가 약한 사람이 i30 몰고 장시간 운전할 경우 통증이 올 수도 있겠다. 실제 시승 때 동승한 여성 운전자는 1시간 정도 경춘국도를 운전한 뒤 허리를 잡고 내리면서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대는 ZF작스의 가스식 쇼크업소버를 적용해 감쇄력을 줄인 결과라고 설명한다.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에 코너링은 매우 좋다.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 비교적 고속으로 돌아도 견뎌낸다. 몸이 쏠리는 건 시트가 잡아준다. 핸들링도 묵직하다. 특히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절도감이 인상적이다. 독일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한 손으로 조종하기에는 무겁다. 성능은 평범하지만 승차감과 핸들링은 전형적인 유럽형에 맞춰져 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i30 정도의 핸들링과 승차감이라면 2.0ℓ 엔진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조만간 i30 2.0이 국내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i30에는 제동력을 효율적으로 앞뒤 바퀴에 배분하는 EBD-ABS가 기본으로 달렸다. 듀얼 에어백도 기본이다. 차체자세제어장치인 VDC도 넣을 수 있다. 참고로 VDC는 여러 센서에 의해 작동된다. 앞뒤 바퀴에는 휠속도센서, 가운데는 차의 좌우 흔들림을 감지하는 요잉센서가 있다. 센서가 여러 항목을 감지해 오버스티어 또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나타난다고 감지하면 엔진출력과 제동압력을 제어한다. 추돌사고 발생 시 승객의 등 부위가 시트백에 작용하는 힘을 이용, 헤드레스트를 전방 및 상향으로 이동시켜 목부위 상해를 막는 액티브 시스템도 장착됐다.
▲경제성&가격
i30의 또 다른 강점은 연료효율이다. 공식적으로는 ℓ당 13.6㎞(AT)를 달린다. ℓ당 12㎞대의 1,600cc급 세단형에 비해 높은 편이다.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유럽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춘 것 같다.
가격은 1,280만원부터 시작해 1,855만원에 이른다. 디젤은 1,540만원부터 1,945만원에 걸쳐 있다. 비교적 폭이 넓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 차종은 가솔린의 경우 1,425만원의 럭셔리 트림이며, 디젤은 1,615만원의 디럭스다. 물론 자동변속기와 선루프는 130만원과 45만원을 더 줘야 한다. 결국 가솔린은 1,600만원, 디젤은 1,800만원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난 달라"를 외치며 유럽형 승용차의 기분을 만끽할 사람이라면 구입을 고려해 볼만하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