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차시장에 침수차 주의보 발령

입력 2007년09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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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들어 연이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제주도와 전남지역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중고차시장에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됐다. 제주도 등지에서 침수된 자동차가 몰래 육지로 반입돼 침수차 세탁을 거친 뒤 전국으로 흩어져 유통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더구나 침수차가 곧바로 중고차시장에 들어올 경우 기존의 침수차 구별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침수차 불법 유통경로와 피해예방법을 알아본다.

▲침수피해 확산
지난 20일 현재 각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사고접수현황 집계결과 제주지역에 1,600여대의 자동차가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될 보험금은 75억원 정도다. 그러나 침수 피해를 입은 자동차가 이 게 다는 아니다. 자차보험에 들지 않은 자동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자차보험 가입률이 50% 정도임을 감안하면 3,000대 이상 침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침수차 유통과 세탁
현재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침수차 소유자가 자차보험으로 수리받는 대신 정비공장 등을 통해 배선작업, 오일교환 등으로 침수흔적을 없앤 뒤 생활정보지와 인터넷을 통해 싸게 파는 것. 다른 하나는 부분침수된 차 소유자가 자동차보험으로 침수에 따른 문제를 해결한 뒤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침수차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감추는 ‘침수차 세탁’을 하는 경우도 많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마산과 창원 등 영남지역에서 주로 침수차가 발생했다는 점을 악용, 침수차 불법 유통업자들이 다른 지방의 번호판이나 전국 번호판으로 바꾸는 세탁과정을 거쳤다.

▲피해 예방장치 미비
문제는 이들 차가 침수 사실을 속인 채 곧바로 중고차시장에 흘러들 경우 걸러낼 수 있는 예방장치가 제대로 없어 1차 피해자(침수차 소유자)는 물론 2차 피해자(침수차 구입자)까지 계속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침수차는 ‘물 먹은 차’라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크고 작은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소유자가 싼 값에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겉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찻값은 싸니 불법 유통업자가 "급하게 처리하는 차"라는 등 달콤한 몇 마디만 하면 차를 잘 모르는 소비자나 중고차딜러들이 속아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침수차는 실내 악취나 금속부위 녹 등으로 알 수 있으나 시장에 나올 때는 눈에 보이는 침수흔적을 없애므로 자동차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현재 비전문가들이 침수차를 가려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는 것. 카히스토리를 발급받으면 침수로 수리 또는 전손처리됐는 지 적혀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자동차이력정보로 침수사실을 알려면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험사는 한 달에 한 번 보험사고내역을 개발원에 통보한다. 개발원이 이를 취합해 카히스토리에 추가하고 있다. 이 사이에 침수차 소유자가 차를 판다면 카히스토리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가 사용하는 침수차 구별법
침수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하는 곳 중 하나가 실내 및 트렁크룸이다. 침수차는 실내에서 곰팡이나 녹냄새 등 악취가 난다. 그러나 실내를 청소했고 방향제가 있다면 악취를 맡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운전자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연료주입구가 대표적인 곳으로, 오물이 남아 있는 지 확인한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남아 있기도 하다. 시트 밑부분의 스프링이나 탈착부분, 헤드레스트 탈착부 금속 부위에 녹이 있다면 침수차로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시거잭이나 시트 사이뿐 아니라 트렁크룸 내부의 공구주머니 등에 흙이나 오물이 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라디오, 히터 등 전기계통의 상태가 나쁘고 히터를 틀었을 때 악취가 나면 침수차일 가능성이 있다. 또 자동도어잠금장치, 와이퍼 및 발전기, 시동모터, 등화 및 경음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살펴야 한다. 각종 램프류 속에 오물이나 녹이 보이면 침수때문인 지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침수차는 엔진도 불안정하고 시동상태도 불량하다. 엔진 표면이나 엔진룸 내 곳곳에 얼룩이 남거나 라디에이터 코어에 막힘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엔진오일량이 많거나 오일점도가 낮아도 침수차로 의심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차는 변속기 오일량 점검막대에 오일이 하얗게 묻거나 오물이 있는 지 확인한다. 다만 침수 후 2~3개월이 지났다면 이 방법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3년이 지나면 파악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를 위한 침수차 구별법
엔진이나 전기계통으로 침수 여부를 판단하는 구별법은 일반 소비자가 실천하기에 다소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사려는 차의 보험금 지급내역을 보면 침수 여부를 알 수 있다. 지급내역은 차를 팔려는 소유자에게 해당 차가 가입된 보험사에 요청해서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차 소유자가 지급내역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카히스토리로도 침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보험사고로 접수된 내용은 1~2일 사이에 ‘미확정’이라는 문구로 표시된다. 이 문구가 있다면 침수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약서에 따로 “침수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보상한다”는 내용을 기재해두면 2~3개월 뒤 침수 사실이 드러났을 때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9월 이후 소유자나 차량번호가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차 세탁을 거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안심이 안된다면 중고차거래계약서에 따로 “판매자가 얘기한 내용 이 외의 사실(침수 등)이 드러날 경우 보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둔다. 그래야만 차 소유자가 보험 대신 자비로 처리해 보험사고내역이나 카히스토로 파악이 안되는 침수피해까지 예방할 수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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