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 가는 길에 생뚱맞게도 시인 이수익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그의 시 ‘우울한 샹송’이다. 아마 그의 시 구절에 슬쩍 빌붙어 ‘남원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궁색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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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한루. |
그 놈의 사랑, 이라고 비난하지 말 일이다. 적어도 남원은 그 사랑을 팔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러니 사랑의 본고장, 남원에 가서 잃어버린 사랑쯤은 수월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는다고 해서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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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한루 정취를 보여주는 풍경. |
사실 남원은 춘향과 이도령의 떠들썩한 사랑이야기말고도 또 다른 사랑이야기의 무대이기도 하다. 김시습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 저포기’도 남원을 배경으로 한다. 남원부에 살던 늙은 총각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와 저포놀이를 해 이김으로써 부처한테서 처녀귀신을 소개받는다. 이 처녀귀신과 인연을 맺어 한동안 행복하게 지냈던 양생이 헤어진 뒤 처녀귀신을 잊지 못해 홀로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춘향전>이 춘향의 사랑과 절개를 그린 소설이라면 ‘만복사 저포기’는 변하지 않는 남자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그러나 ‘만복사 저포기’는 한문으로 씌어진 탓에 세상사람들에게 두루 알려지지 않은 데 반해, <춘향전>은 한글로 씌어져 골고루 읽혔을 뿐더러 판소리와 창극으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지면서 "남원"하면 춘향이를 먼저 떠올릴 만큼 춘향은 남원을 대표하는 문학속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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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나라 경치를 방불케 한다는 계관. |
그 춘향이 이몽룡과 처음 만나 사랑을 속삭였던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남원에서 제일가는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광한루는 원래 조선 세종 때인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돼 왔을 때 ‘광통루’란 작은 누각을 지어 산수를 즐기던 곳이다. 이후 1444년에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이 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 속의 "광한청허부"를 본 따 "광한루"라 바꿔 부르게 됐다. 광한은 달나라 궁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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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매집. |
광한루를 중심으로 완월정, 영주각, 삼신산 등의 여러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잡은 2만여평의 광한루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누원이다(사적 제303호).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비롯해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등도 이 안에 있다.
광한루원 앞으로 흐르는 요천 건너편 어현동의 산허리를 깎아 만든 40여만평의 남원관광지는 다양한 테마 관광코스로 남원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국립민속국악원, 춘향촌, 춘향문화예술회관, 수상보트장, 전망대, 산책로, 동편제거리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촬영장소를 포함해 승월교(무지개 분수), 승월대, 사랑의 음악분수, 춘향촌 등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사랑의 테마’ 관광지다. 특히 남원관광지와 광한루원을 연결하는 승월교는 마치 은하수를 건너는 오작교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분위기로 탄성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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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테마공원 반지 조형물. |
*가는 요령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나가 국도 17번을 타고 임실 - 남원으로 달린다. 혹은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 IC에서 나가면 남원시내와 바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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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팡이를 짚은 고목. |
*맛집
남원추어탕의 원조격인 새집(063-625-2443)은 광한루만큼이나 유명하다. 시장통의 작은 가게로 출발해 양옥을 거쳐 지금은 최신식 건물의 대형 식당으로 발전했다. 새집추어탕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좋은 재료만을 쓴다는 나름의 고집과 전통이 있어서다. 지리산의 맑은 산자락에서 잡은 무공해 미꾸라지와 토란대를 사용하고 집된장으로 맛을 낸 추어탕과, 갖은 양념을 해서 만든 추어숙회는 남원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광한루에서 곡성 방향으로 500여m만 가면 오른쪽에 새로 지은 건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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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추어탕의 대명사격인 새집.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