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킨텍스에서 개최됐던 서울모터쇼에서는 레이싱모델의 역할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다. 국내 레이싱모델 500여명이 나서서 각사의 자동차를 홍보했는데, 차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모델을 전시한다는 비판이 드셌던 것. 사실 이는 국내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거론되는 사안이다. 노출이 심한 레이싱모델이 가족동반 관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어서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는 노출이 심한 레이싱모델을 모터쇼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나라마다 문화적 특징이 다른 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내로라하는 모터쇼에서는 야한 복장의 레이싱모델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모델은 오직 차를 홍보하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다. 모델이 차와 함께 있는 경우에도 해당 차에 어울리는 복장과 인상은 물론 전문지식까지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모터쇼의 경우 관람객들이 차가 아니라 모델을 보러 간다고 할 정도로 모델 중심이다.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뿐 아니라 관람객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시차는 뒷전이라 어떤 차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해당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반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지명도가 있는 모델을 고용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레이싱모델은 자동차분야에 독약일까, 보약일까. 며칠 전 모 전문방송사 주최로 ‘레이싱모델 퀸 선발대회가’가 열렸다. 비보이가 출연하고, 마술쇼가 열리며, 레이싱모델들의 패션쇼가 진행되는 등 지금까지의 선발대회와 달리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3시간동안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2박3일간의 예선을 거친 뒤 워킹 등 다양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대회를 치러 국내에서 레이싱모델을 선발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아직 세련되지 못한 모습도 많았으나 좀 더 가다다듬는다면 훌륭한 대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레이싱모델의 나아갈 방향을 한 번 생각해봤다. 과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활용할 것인가. 얼마 전 예전의 ‘레이싱걸’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용어가‘레이싱모델’이라는 전문용어로 탈바꿈했다. 레이싱모델을 전문직으로 대접해주고,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영역을 쌓게 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또 레이싱모델은 모델협회의 정식회원으로 가입해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됐다.
여기에 한두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면 레이싱모델의 프로의식을 들 수 있다. 세련된 용모와 자세는 물론 차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췄으면 한다. 완전한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 전속모델의 경우 해당 기업의 기본적인 역사나 차와 얽힌 얘기 등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한다. 관련 협회도 모델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자동차를 매개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건 물론 지원도 아낌없이 해야 한다.
모델 채용에 대한 비용도 고민해봐야 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높은 비용이 아니었으나 최근들어 전시비용 중 너무 많은 비용을 레이싱모델에 지불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늘고 있다. 물론 프로의식을 가진 전문가라면 비용은 비쌀 수밖에 없으나 너무 많은 지출은 레이싱모델의 입지를 도리어 좁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협회 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고, 필요하면 규제도 해야 한다. 물론 인건비는 시장논리에 의한 결정이라 할 수 있으나 도태를 앞당기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터쇼에서 레이싱모델의 역할도 재검토해야 한다. 차와 모델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모터쇼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레이싱모델분야는 지금 전문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계다. 연예계 진출 등 출세를 위해 거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자동차를 사랑하는 열혈 레이싱모델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레이싱모델을 단순히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바뀐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