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07년10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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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제62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열흘 간의 잔치를 끝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올해 모터쇼의 화두는 크게 이산화탄소 감소를 목표로 하는 친환경개념과, 자동차의 동력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주종을 이뤘다.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과, 디젤엔진의 후처리 시스템인 블루테크 혹은 불루모션으로 불리는 정화기술이 대세였다. 미래 구동 시스템인 수소자동차도 선보였다. 동력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기술로 벤츠가 소개한 디즈오토 엔진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소개된 모든 신기술은 벤츠의 최고경영자인 디터 제체가 언급한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블루테크닉으로 디젤엔진을 휘발유엔진처럼 정화시키고, 디즈오토엔진으로 휘발유엔진은 디젤엔진과 같은 고효율을 추구해 연료소모를 줄이는 게 당면한 우리의 목표다".

이는 당장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극소화하고, 연료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모터쇼에 이를 위한 미래의 자동차기술로 가깝게는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이, 멀게는 수소연료 시스템이 소개됐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모터쇼에 선보인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은 갑자기 나온 신기술이 아니다. 1997년 토요타가 프리우스라는 모델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상용화했으나 이미 1970년대초부터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벤츠 등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독일 내에선 이와 관련해 메이커와 부품업계분야의 기술축적이 매우 광범위하고 두텁다. 독일의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앞다퉈 소개하는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이 한정된 지역 내에서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으나, 하이브리드가 장시간 광범위한 지역을 덮어줄 기술은 아니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은 70년대초 개발 당시부터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었는데, 이 조건들이 아직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있어서다.

첫째, 하이브리드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대도시의 인구밀집지역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오염물질 방출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구상됐다. 둘째, 궁극적인 목표인 수소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대체엔진 혹은 대체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셋째, 하이브리드의 성능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상용화가 쉽지 않았고, 물론 이러한 전제조건들은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성능이 향상된 현재에도 그리 크게 변한 게 없다.

유럽의 경우 일부 국가의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집중적으로 밀집된 메트로폴리스라고 불릴 만한 큰 도시가 없다. 여기에 엔진후처리 시스템 등의 다른 대체기술의 개발로 유럽, 특히 독일의 대도시 혹은 인구밀집지역 내에서의 오염도가 크게 낮아졌고, 수소차 개발이 의외로 빨라져 하이브리드의 교량 역할 의미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피스톤엔진과 전기모터 등 두 개 이상의 동력변환기로 인한 무게증가와, 그에 따른 연료사용증가 그리고 두 동력변환기 사이의 에너지변환에 따른 전체적인 에너지사슬관계에서 손실을 따져 보면 하이브리드는 결코 효율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어서다. 그래서 독일 자동차메이커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디젤엔진의 성능향상을 위한 기술과 피스톤엔진의 후처리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 왔고,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이 이번 모터쇼에서 갑자기 각광받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일단 겉으로는 독일과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정책과 맞물려 있으나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수소에너지로 가는 길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볼 수도 있다. 수소에너지를 자동차에 쓰려면 역시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직접적으로는 수소의 저장 및 운송기술과,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과 소프트웨어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수소차 프로젝트는 어느 한 업체가 이뤄낼 수 있다기보다 전체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수소에너지를 자동차용 구동에너지로 만들어주는 에너지변환기는 다름 아닌 전기모터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BMW는 기존 피스톤엔진에 수소를 직접 연소하는 방식을 개발했으나 수소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반응시키는, 소위 "차가운 연소"를 하는 연료전지가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면 기존 피스톤엔진보다 훨씬 효율이 높아질 것이어서 피스톤 수소엔진은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피스톤 수소엔진은 수소에너지 사용을 업체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클린에너지"라는 표어 아래 BMW가 굳건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개발과 상용화 여하에 따라 BMW의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는 가장 빨리 수소를 자동차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기술의 핵심은 두 개의 에너지변환기, 즉 피스톤엔진과 전기모터의 이상적인 작동 조합에 있다. 연료전지를 에너지변환기로 쓰는 수소차에서는 특히 전기모터 구동기술의 경험축적이 중요하다. 결국 하이브리드는 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과정쯤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모터쇼에 소개된 각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피스톤엔진과 제너레이터가 결합돼 경량화는 물론 성능과 효율이 매우 향상된 데다 가격도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서 향후 일정한 주변조건들만 맞아떨어진다면 한정된 기간 내에 하이브리드가 분명한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한정된 기간이란 자동차의 에너지변환기가 피스톤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바뀌는 중간지역을 뜻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연료전지차가 출시되기까지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은 틈새시장을 만들 것이고, 이미 토요타는 최고급 차종인 렉서스에 하이브리드를 채용해 틈새를 넓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 상황은 어떨까. 쌍용자동차의 최고경영자인 최형탁 사장은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 시작 여부를 두고 이번 모터쇼 인터뷰에서 "조조의 계륵"이란 표현을 썼다. 풀라인업이 갖춰지지 않은 메이커에게 하이브리드를 구동 시스템으로 하는 모델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분명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쌍용은 하이브리드를 아직 선택하지 않았고, 또 기술개발에 집중할 힘이 모자라니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당분간 하이브리드시장을 관망하면서 차세대, 즉 하이브리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상황을 관망할 정보장교 하나쯤 보초로 세워 놓는다면 말이다.

현대는 뒤늦게 하이브리드와 동시에 연료전지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연료전지는 그나마 2000년대초반부터 미리 자료라도 챙긴 탓인 지 이번 모터쇼에 컨셉트카도 출품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그 많은 자본과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개발한 것치곤 성능과 효율이 좀 초라하다. 현대의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에 적용된 12kW 출력의 영구자석형 일체형 동기모터는 80년대 독일 메이커들이 시작품으로 내놓은 수준이다. 이는 무엇보다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온 현대가 더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아직 하이브리드 틈새시장에 진입도 못했다. 말하자면 선택이 너무 늦었고, 집중이 시원치 않다. 혹시 하이브리드시장이 갑자기 확대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구멍이나 메워줄 수 있을 지 몰라도 하이브리드시장을 선도한다는 건 이미 떡 찌고 시루 엎은 것으로 보인다.

선진업체들이 한다니까 뒤늦게 부하뇌동격으로 뛰어들었으나 현대의 하이브리드야말로 계속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기엔 힘겨워 보이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진짜 "조조의 계륵"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양수라는 "인재"를 죽이고서야 겨우 명분만 챙기고 퇴각하는 양평관의 "조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경섭 베를린 특파원 kyungsuplee@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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