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인삼막걸리에, 투명한 가을에 취한다

입력 2007년10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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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전국 각지에서 풍성한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진주 남강을 밝히는 유등축제를 비롯해 순천 남도음식축제, 안면도 대하축제, 보성 소리축제, 강진 청자문화제, 순천만 갈대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등 전국 방방곡곡이 신명나는 축제 열기로 뜨겁다. 강화도에서도 흥겨운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개최된 고인돌축제(~7일)와, 외포항에서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새우젓축제가 열린다.

고려궁지 안 종각


꼭 축제가 아니더라도 이 맘 때의 강화도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여행지다. 눈부신 하늘과 맑은 가을바람 속을 가르며 때론 걷고, 때론 자전거 하이킹으로, 또 때론 해안순환도로를 따라 낙조가 펼쳐지는 낭만적인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이번 주말엔 발길 닿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강화도의 가을을 맘껏 즐겨 보자.



독특한 분위기의 성공회 성당
흔히 강화도 나들이는 강화대교를 건너 광성보·덕진진·초지진 등으로 이어지는 전적지 코스나, 전등사와 마니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 강화갯벌센터가 있는 동막리해안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다보니 강화읍내에 있는 명소들에 대해선 자연 소홀하다. 그 곳에도 사연 많고 뜻깊은 유적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39년간 고려왕궁이 있던 고려궁지를 비롯해 강화도령 원범(조선 제25대 철종)이 살았던 용흥궁(龍興宮), 한옥으로 지어진 성공회 강화성당 등이 모두 10분 이내 거리에 이웃해 있다. 강화산성 북문에 오르면 멀리 북녘땅이 보인다. 여유있는 걸음이라면 중앙시장 뒤 순대골목 등 옛 분위기 물씬한 뒷골목을 기웃대보는 것도 향수를 자극한다. 순무김치 안주에 알싸한 인삼막걸리라도 한 잔 걸쳤다면 강화도의 가을날은 더더욱 꿈결인 듯 느껴진다.

용흥궁


고려궁지는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줄기차게 항전하던 39년간의 궁궐터다. 1232년 6월 고려 고종은 자주적 정신으로 항몽의 기치를 높이 든 고려 무인들의 주장에 따라 지세가 험한 강화도로 천도해 1234년 궁궐과 관아 건물을 완성했다. 당시 불교문화의 정수인 팔만대장경이 강화에서 만들어졌고 금속활자도 개발됐는데, 1270년 5월 몽고와의 강화가 성립돼 개성으로 환도하면서 성과 궁궐이 무너졌다. 조선시대에는 행궁이 있었고, 1637년 병자호란 때는 강화성이 청나라 군대에 함락돼 치욕을 겪었다. 그 후 고려궁터에는 강화유수부의 건물들이 들어섰고, 현재 동헌과 이방청이 남아 있다.



담너머로 본 용흥궁 내부
고려궁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독특한 분위기의 건물과 만난다. 바로 1900년에 축성한 성공회 강화성당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은 동서양의 두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당시 이 성당의 건축공사는 궁궐 도편수가 주도했고, 이후 몇 차례 보수가 있었으나 처음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배 모양을 한 성당은 장방형(넓이 4칸, 길이 10칸)의 중층구조로, 전체적인 건축양식은 한국 전통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배치와 내부구조는 서양식 바실리카 건축양식을 응용해 조화의 아름다움과 토착정신을 드러나게 했다.



강화성당에서 나와 조금 아래 골목으로 들어서면 용흥궁이 모습을 보인다. 용흥궁은 조선 제25대 철종이 왕이 되기 전 거처하던 잠저(潛邸)다. 강화도령 원범은 강화에서 가난한 나무꾼으로 살다가 19세 때 임금이 됐다. 이 집은 원래 초가이던 걸 철종 4년(1853)에 강화유수가 현재와 같은 기와집으로 개축하고 용흥궁이라 이름지었다 한다. 서울에 있는 창덕궁의 연경당 낙선재와 같이 살림집으로 지어 질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용흥궁의 대문은 굳게 잠겨 있어 일반인은 그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간 이라면 실망감만 안고 돌아서야 한다. 그 게 못내 아쉬운 사람은 원범이 양순이와 사랑을 속삭이던 찬우물약수터에 들러 약수도 한 잔 마셔보고, 지게를 지고 걸어다녔던 외갓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좋다.

고려궁지 안에 남은 동헌


철종의 외갓집은 철종 4년에 지어진 것으로,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았다. 이 건물은 원래 안채와 사랑채를 좌우로 두는 H자집 배치였으나 행랑채 일부가 없어져 지금은 ㄷ자 모양의 몸채만 남아 있다. 사랑채를 일자로 곧장 연결시켜 화장담으로 간략하게 구획한 게 특이하다. 인적 드문 빈 집에 열매를 그득히 달고 혼자 익어가고 있는 대추나무가 눈길을 끈다.



성공회성당 안 비석
*가는 요령

88올림픽대로를 이용할 경우 88대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포ㆍ강화 방향으로 좌회전해 제방도로를 따라가거나, 3번째 분기점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넌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갈 때는 김포IC에서 나와 김포ㆍ강화 방면으로 진출,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읍으로 들어간다.



외규장각
*맛집

강화읍내 중앙시장 안의 우리옥(032-934-2472)은 소문난 맛집. 허름한 외관과 달리 50년 세월을 지켜 온 손맛은 강화를 대표한다. 가마솥에서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에 콩비지찌개, 순무김치를 곁들인 10여가지의 밑반찬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보인다. 구수한 숭늉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이들도 많다.



철종 외갓집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고려궁지 안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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