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웃고 있어도 눈물나는 풍경을…

입력 2007년10월1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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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만 가득한 절터.
빈 절터 한구석에 서 있는 이 자그마한 석불과 마주하는 순간, 걸음을 옮겨 놓을 수 없었다. 우는 듯 웃는 듯 바라보는 그 표정에, 조는 듯 무료한 듯 서 있는 그 무심함에, 삐뚜름한 입매 사이로 보이는 그 슬픈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 맥없이 다리가 풀렸다. 귀는 없고, 코는 떨어져나가고, 떨어진 목은 시멘트로 대충 땜질한 누더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성주사지의 작은 석불은 가을 햇살 속에 그렇게 서 있었다.



옛 절터였던 폐사지(廢寺址)는 어디나 그렇듯 충남 보령시 성주면에 있는 성주사지도 고요와 적막감이 빈 절터를 지켰다. 인적도, 산새의 울음소리도 끊긴 빈 들판에 덩그러니 남은 탑들과 비석들만이 어렴풋이 옛 영화를 짐작하게 할 뿐.



가슴을 두드리는 석불의 표정.
성주사는 신라말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 높았던 사찰로, 인근은 물론 전국에 사세를 떨칠 만큼 아주 번성했던 곳이다. 기록에 의하면 백제 법왕이 삼국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세운 절로, 백제가 멸망할 무렵 흰말이 절에 나타나 울며 불우(佛宇)를 돌다가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처음에는 오합사(烏合寺)라 이름했으나 통일신라말에 성인이 거하는 절이라는 뜻으로 성주사로 개칭했다. 성인은 신라말기에 이름난 무염국사를 일컫는다.



무염국사(801~888년)는 신라 29대 태종무열왕의 8대 손으로 성은 김씨, 호는 무량 혹은 무주다. 그는 12세에 출가하고 21세에 당나라로 건너가 선종을 습득한 후 20여년동안 중국 여러 곳을 다니며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돌봤다. 중국 사람들은 이러한 그를 지칭해 ‘동방대보살’이라 했다. 847년에 귀국해 성주사의 주지가 돼 신라의 선종을 크게 융성시킨 무염국사는 88세의 나이로 입적했다. 이후 진성여왕은 그를 기리기 위해 ‘낭혜’라는 시호를 내리고 부도비를 세워줬다.



국보8호인 부도비.
이 부도비가 성주사지에 남아 있는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다. 전해오는 신라의 부도비 중 가장 큰 규모로, 높이 4.5m, 폭 1.5m, 두께 42㎝로 거의 원형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또 비신을 받치고 있는 귀부 역시 조각이 화려하고 뚜렷해 신라 부도비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비신의 재질은 성주산이 주산지인 남포 오석이다. 재질이 강하고 아름다워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는 남포 오석의 비신에는 5,000여자의 비문이 기록돼 있다. 신라의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글을 짓고 그의 조카 최인연이 쓴 글씨다.



무염국사가 성주사의 주지로 있을 당시 성주사는 불전 80칸, 수각 7칸, 고사 50여칸 등 1,000여칸에 이르는 큰 규모였다고 한다. 이 때 성주사에서 정진하는 수도승만 2,000여명에 달했는데, 공양쌀을 씻으면 뜨물이 성주천을 지나 십여 리 떨어진 개화리까지 흘러갔다고 전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 그 영광은 스러지고, 빈 절터만 남은 성주사지에는 현재 국보 8호로 지정된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보물19호 오층석탑, 보물20호 중앙삼층석탑, 보물47호 서삼층석탑, 지방문화재인 동삼층석탑과 석계단과 석등이 있다. 우는 듯 웃는 듯한 모습으로 강당지 귀퉁이에 위치한 석불입상은 다른 곳에 있던 걸 옮긴 듯한데, "긁어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 때문에 코가 닳아 없어졌다.



보물인 5층석탑.
그 동안 발굴조사에 의해 금당지, 삼천불전지, 회랑지, 중문지 등의 건물터가 드러났고, 머지 않아 예전의 찬란했던 성주사의 모습을 되찾을 전망이다.



성주사지 가는 길에는 성주산휴양림과 석탄박물관, 개화예술공원 등이 위치하고 있어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다.



석탄박물관.
*맛집

무창포의 전어·대하, 천북의 굴, 오천항의 키조개와 간재미 등 보령을 대표하는 별미가 수두룩하다. 천북면 하만리에 있는 가든단호박(041-641-3072)을 찾으면 소문난 굴밥과 굴탕을 맛볼 수 있다. 여유있는 걸음이라면 오천항으로 나가도 좋다. 갓 잡아올린 싱싱한 회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키조개, 어른 주먹만한 홍합, 간재미회무침 등을 맛볼 수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해산물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오뚜기식당(041-932-2725), 청해회수산(041-932-4017) 등.



*가는 요령

석탄박물관 야외전시장.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에서 빠져 보령 방면으로 나온다. 40번 국도를 따라 성주터널을 지나 3km쯤 직진하면 성주 3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 1km 정도 가면 왼쪽이 성주사지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푸짐한 해산물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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