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설상가상 국제유가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면서 가짜석유 판매업체들이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15일 배럴 당 8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안에 90달러선까지 상승하고, 내년에는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유가 인상은 국내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져 안그래도 비싼 국내 기름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1,700원을 돌파해 1,800원대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기름값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가짜석유 판매자뿐 아니라 사용자도 처벌하는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이 시행된 지난 7월28일 이후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가짜석유 유통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판매수법도 교묘해졌다.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식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밤이나 새벽에 업체 문을 열어 가짜석유를 파는 것. 승합차나 화물차에 가짜석유를 싣고 다니며 구입자와 함께 으슥한 곳으로 이동한 뒤 주유하는 방법도 있다. 또 명함이나 전단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구매 희망자와 연락한 뒤 직접 배달해주는 곳도 있다. 이 같은 편법이 활개를 치면서 가짜석유를 넣는 운전자들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에 맞서 10월부터 밤과 새벽 등 취약시간대와, 신종 수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방 경찰청들도 상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짜석유를 주유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석유품질관리원에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유파라치들도 활동을 재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들 사이에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더라도 가짜휘발유로 유지비를 줄이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가짜석유 유혹에 흔들리는 운전자들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짜석유 사용자는 돈 날리고, 차 망가지고, 몸 버리는 3중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환경까지 오염시키는 환경파괴범이 되기도 한다. 우선 단속에 걸리면 지난 7월28일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가짜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차 출력이 저하되고 연료장치가 부식돼 엔진이 고장날 뿐 아니라 화재나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같은 사고가 52건이나 발생했다. 신차 소유자라면 더욱 낭패다. 가짜석유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신차 품질보증을 받지 못한다. 중고차 매매업체에 차를 팔 때도 엔진에 가짜석유 사용흔적이 있다면 제값을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짜휘발유에 쓰이는 톨루엔의 경우 독극물관리법에 규정된 맹독성 물질로, 기체 상태로 환풍구 등을 통해 자동차 실내에 유입되면 탑승자의 건강에 해를 입힌다. 가짜휘발유는 정품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최대 12배까지 배출하는 등 대기를 오염시킨다.
전문가들은 기름값이 아깝다면 연료를 5~10% 낭비하게 만드는 타이어 공기압, 점화플러그, 에어클리너 등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트렁크에 있는 쓸모없는 물건을 치워 차를 가볍게 만드는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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