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됐던 토러스가 3년만에 한국시장에 돌아왔다. 원래 이 차는 후속모델인 파이브헌드레드(500)에 바통을 물려주고 영영 자동차역사의 뒤안길에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의외로 500은 실패작으로 판명나면서 짧은 수명을 마감했고, 토러스는 부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에 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차에서 다른 차로 갈아타는 느낌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 결국 포드 미국 본사는 500 후속모델의 이름을 토러스로 바꿨다. 다시 돌아온 새 차는 배기량이 커졌다. 구형이 3.0ℓ였던 데 비해 3.5ℓ가 됐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3,000만원대 후반~4,000만원대 초반에 수입 대형 세단을 탈 수 있다는 데에 뉴 토러스의 마케팅 포인트를 두고 있다. 회사측이 강조하는 대로 과연 이 차가 고급스러움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만족시켰을까.
▲디자인
뉴 토러스의 외관은 회사측이 주장하는 대로 ‘대형 세단’에 부합한다. 처음 접했을 때는 ‘크다’는 생각과 함께, 특히 차의 앞부분이 유난히 번쩍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트라이 바(Tri Bar) 그릴과 사이드 벤트, 앞펜더, 미러 캡 및 테일 파이프 등은 물론 범퍼 아래쪽의 안개등, 사이드 미러에까지 전체적으로 크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남성적인 면을 돋보이게 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자칫하면 경박스런 느낌을 줄 수 있다. 절제의 미를 살리는 쪽이 더욱 품위가 있지 않았을까.
미국의 고급스러움은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표현하는 화려함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더구나 크롬도금을 한 차들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고급스러울 수 있으나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옆모양이나 뒷모양은 대체로 무난하다.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는 앞부분과는 확실히 다르다. 둥그런 지붕선이나, C필러까지 이어지는 선들도 평범한 느낌이 든다. 클리어 램프 스타일을 채택한 리어 램프는 깔끔하다.
차문을 열고 들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첫 눈에 보기에 이 차는 웬만한 고급 세단 부럽지 않을 듯하다. 가죽시트는 물론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 손잡이 등에 우드 그레인을 채용해서다. 그 뿐인가. 터치스크린 조절방식의 사운드 시스템, 주차보조센서와 후방카메라, 듀얼 자동 에어컨, 8웨이 파워 메모리 운전석, 히팅 시트, 문루프, 내비게이션까지 풀옵션의 편의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됐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미국차의 고질적 문제인 ‘약한 디테일’이 드러난다. 지붕이나 글로브박스의 마무리 처리가 부족하고, ‘고급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것치고는 대중차에 가까운 인테리어다. 또 비주얼에 강한 한국 소비자들의 눈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은 너무 구식이란 느낌을 준다. 뒷유리창 마감부분은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듯 들떠 있다.
실내 및 트렁크 공간은 상당히 넓다. 실내에 성인 남자 5명이 타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트렁크 용량은 600ℓ로 골프백이 8개나 들어간다. 반면 시트에 앉아 있으면 등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 약한 편이고, 트렁크는 넓기만 할뿐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성능
뉴 토러스의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다른 세단에 비해 시야가 넓다. 시트 위치가 10cm 정도 높은 커맨드 시트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SUV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어쨌든 이를 통해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먼저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한 번에 쭉 뻗어나가는 힘은 약하다. 응답성이 빠르지 않은 것. 그러나 일단 속도가 붙으면 엔진의 힘이 느껴진다. 이 차는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된 신형 듀라텍 V6 3.5ℓ 268마력을 얹었다. 최대토크는 34.4kg·m이며,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시속 130~150km까지는 계기판의 속도계가 잘 올라간다. 문제는 소음이다. 풍절음과 함께 바닥에서부터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량 설명자료에 따르면 포드는 실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방음자재인 소노소브(Sonosorb)를 A필러와 헤드라이너 등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또 새로운 공조 시스템 도입과 주행중의 바닥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디 설계 등 여러 면으로 노력했다. 그럼에도 실내 정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겐 소음이 신경쓰일 것 같다.
코너링은 안정적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경우에도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도 급하게 밀리는 느낌 대신 부드럽게 선다.
이 차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로 무장했다. 전자주행안전 시스템인 어드밴스 트랙을 비롯해 프론트 듀얼, 측면, 세이프티 캐노피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달았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전후, 좌우 측면 4개 부문 충돌테스트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5스타’를,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안전테스트에서는 ‘가장 안전한 대형 세단’으로 선정됐다.
▲경제성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뉴 토러스가 미국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 수 있는 세단으로, 다른 수입차는 물론 국산 대형 세단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풀옵션 사양에 여러 안전장치를 장착했으면서도 전륜구동 모델이 3,890만원, 4륜구동이 4,140만원으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정부공인연비는 ℓ당 전륜구동이 8.7km, 4륜구동이 8.2km로 각각 1등급과 2등급이다.
이 차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크고 힘이 강하지만, 자동차는 한두 달 타고 말 게 아니어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성을 담아내는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 대형 세단의 오너가 되고 싶은 이라면 한 번쯤 구입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
시승 /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