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터쇼에서 자동차회사들의 신기술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게 "친환경"이다. 지난 프랑크푸르트모터쇼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메이커들의 친환경기술 경쟁은 치열했다. 지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주제였던 "보라 내일을 움직이는 것들"의 총론적 의미는 미래 친환경차이고, 각론은 연료소비를 줄여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모터쇼에는 배기가스 저감장치 기술들이 주류를 형성하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엔진의 배기량을 줄여 연료소비를 낮추면 당연히 배기가스도 적게 나온다. 그러나 적게 먹으면 늘 배고파하는 괴물들도 있기 마련이다. 우선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트럭 등이 그렇고, 프리미엄급 대형 승용차와 강력한 성능을 앞세우는 스포츠형 자동차가 그렇다.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에서 휘발유엔진의 가장 큰 문제가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면, 디젤엔진의 문제는 바로 매연과 질소화합물(NOx) 그리고 미세먼지의 방출이다.
휘발유엔진에서 방출되는 유해가스인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화합물(NOx)과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질소화합물과 매연 등은 유럽 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유로1부터 4까지 정의돼 규제돼 왔다. 이들 유해가스를 정화시키는 기술로는 엔진연소를 최적화하는 엔진연소기술과, 배기가스를 정화 혹은 무해가스로 변환시켜주는 엔진후처리 시스템인 촉매컨버터 등이 있다. 벤츠의 "블루텍"은 바로 디젤엔진의 매연과 질소화합물을 정화시키는 엔진 및 엔진후처리 기술의 시스템을 말한다.
사실 배기가스 정화장치의 원조는 휘발유엔진에 처음 적용된 산화촉매장치와 환원촉매장치다. 그리고 이를 조합해 발전시킨 게 현재 보편화된 소위 3원촉매장치다. 3원촉매란 자동차가 배출하는 3가지 유해성분 중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산소를 더해주는 산화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산소, 물로 변환시키고, 질소화합물은 환원작용을 통해 질소와 산소, 물 혹은 이산화탄소로 바꿔주는 배기가스 변환장치다.
그런데 연료의 공연비(공기와 연료의 이상적인 혼합비율로 14,7 대 1을 공연비 1로 본다)가 1보다 큰 상태에서 연소하는 디젤엔진에서는 환원작용으로 정화하는 질소화합물(NOx) 을 줄이거나 없애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디젤엔진의 배기가스에 산소농도가 너무 높아서다. 그래서 생긴 방법이 배기가스를 다시 한 번 더 엔진으로 되돌려 넣어 태워주는 방안이었다. 산소농도가 높으니 한 번 더 태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질소화합물의 방출을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키는 방법(EGR: Exhaust Gas Recirculation)은 되돌리는 배기가스의 양을 엔진의 각 운행상태에 따라 매우 정확히 정해주지 않으면 엔진의 출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오히려 매연이 극심하게 나오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엔진이 낙후되면 이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00년대초부터 유럽과 독일 메이커는 물론 부품업체들이 치열하게 개발해 온 장치가 바로 "선택적인 촉매환원장치인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시스템이다.
SCR은 암모니아를 촉매로 사용해 질소화합물을 물과 순수한 질소로 환원시켜주는 원리를 이용했다. 자동차에서는 암모니아 대신 요소수용액을 이용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2009년부터 적용되는 디젤엔진의 배기가스규제법인 유로5는 물론 앞으로 제정될 유로6를 맞추기 위해 자동차회사는 SCR 시스템을 가장 선호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실제 유럽의 각 메이커들이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개발과 시장선점을 위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정화 시스템인 매연필터를 처음으로 장착한 프랑스의 PSA는 승용차에도 이미 SCR을 장착, 시판하고 있다. 벤츠의 블루텍 핵심도 바로 SCR이다. 블루텍에 사용되는 요소수용액 "애드블루(AdBlue)"는 독일자동차공업협회가 등록한 요소수용액의 상표로 독일공업협회가 표준(DIN 70070/AUS32)으로 정했고, 독일자동차협회가 상표로 등록해 바스프(BASF), AMI, SKW 등 화학회사가 생산하고 있다. 기존 매연필터(DPF: Diesel Partikle Filter)와 비교할 때 SCR은 추가적인 연료소비가 없고, 질소화합물을 거의 완벽히 정화시켜 유로5 규정치를 만족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애드블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요소수용액을 다시 채워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아직은 소비자들이 요소수용액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문제다. 완벽히 상용화하려면 SCR 기술 자체도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요소수용액에 견딜 수 있는 합금이나 특수플라스틱 저장탱크의 경제성도 문제려니와 특히 희석했다지만 배기가스라인에 정확한 양을 분사시켜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넘치면 암모니아 형태로 그냥 길거리에 방출될 위험도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암모니아는 양이 매우 적더라도 냄새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형 트럭 한 대만 잘못 돼도 트럭이 지나간 도로와 그 주변은 한동안 화장실 냄새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러니 전체 SCR 시스템의 품질과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함부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벤츠가 소개한 블루텍에 적용된 SCR 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치인 BIN5를 가볍게 통과했다. 세세한 기술들의 확실한 내구성만 보강한다면 일단 상업용으로 일반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유럽과 아메리카의 선진 상용차업체들은 SCR을 이미 장착하기 시작했고, 이제 승용차부분으로 그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바야흐로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되는 상황이다.
물론 디젤엔진의 정화장치인 블루텍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연료의 전제조건도 있다. 디젤연료에 황성분의 함량이 15ppm 이하여야 한다. 탈황 혹은 무황경유가 전제조건인 이유는 휘발유엔진의 경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휘발유차에 부착된 촉매컨버터는 주성분이 백금이나 로듐, 팔라듐같은 귀금속이다. 이들 성분을 보호하기 위해선 휘발유 내의 납 성분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무연휘발유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황은 엔진의 실린더 내에서 연소돼 이산화황 같은 물질을 배출하므로 기본적으로 연료에서 황을 없애주는 게 환경오염방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과 아메리카에선 탈황연료가 보급돼 조만간 SCR 기술을 승용차분야에 적용, 확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탈황경유의 보급은 정부와 정유업체 그리고 환경관련 단체가 협력해야 가능한 범국가적인 사업이다. 그러니까 SCR 기술은 정부나 관련단체들의 뒷받침 아래 자동차회사가 주관하고, 부품업체들이 실현해야 하는 지휘자없는 관현악 3중주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휘자없이 연주하는 관현악 또는 재즈악단 내 연주자들의 관계는 평등하고 수평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연주자들은 상대 연주자들과 협연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실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분야에서 SCR이라는 환상곡을 성공적으로 협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업계와 부품업체 간의 종속관계가 끝을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동차회사가 먼저 종속의 고리를 끊어주고, 부품업체와 평등한 관계에서 협연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솔직히 그 동안 부품업체로부터 빼먹은 등골(?)을 생각하면 그런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곧 닥칠 제조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걸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 이미 제작사 내의 전문가들도 이런 경향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늘 그렇듯이 그 것을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 결국 지금의 현실은 이론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남는데, 대체 무엇이 걸림돌일까?
걸림돌은 여러가지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만 생각하는 유관단체의 "무조건식" 개념없는 법적 규제 남발도 그렇고, 제작사라는 큰 우산 속에 안주해 기술개발을 뒤로 하는 부품업체도 그렇다. 또 이를 그대로 묵인하려드는 자동차회사도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자동차제작사가 정부나 환경단체를 규제만 하려드는 귀찮은 방해꾼으로 알고, 부품업체를 종이나 머슴쯤으로 여기고 무시하는 한 국내에서 SCR의 환상곡은 계속 "속터질 환장곡"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부품업체들에게는 말이다.
이경섭 베를린 특파원
kyungsuplee@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