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지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앞쪽으로 넘어져 흙 속에 묻혔던 마애불상이 ‘기적의 5㎝’ 공간으로 인해 제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1,300년의 세월을 건너 되살아났다는 내용이었다. 이 마애불상이 발견된 곳은 다름아닌 경주 남산 열암곡. 경주시 남쪽에 솟은 남산은 이 처럼 수많은 불교 유적들이 흩어져 있는 노천박물관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놀라운 유물이 이 곳에서 발굴될 지는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
| 노을 지는 경주 |
6세기초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후로 남산은 신라인들에게 부처의 산으로 신앙돼 많은 절과 탑이 세워지고 불상들이 조성됐다. 지금까지 발굴된 것만 해도 80여구의 석불과 60여기의 석탑, 100여개의 절터 등이어서 남산 자체가 그대로 신라의 절이며 신앙인 셈이다.
|
| 경주 남산 솔숲 |
여러 번 경주를 다녀왔다고 자처하는 이들도 아직 남산을 오르지 않고서라면 경주를 제대로 봤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 가을색이 더없이 아름다운 경주 남산은,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 흘려 올라라"라고 송창식이 목놓아 노래 불렀던 "토함산"보다 오히려 오르기 쉬운 편이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두 봉우리에서 뻗어내린 40여개의 계곡과 줄기들로 구성된 남산은 삼릉에서 용장까지, 부처골에서 관음사까지, 포석정에서 금오정까지, 약수골 거쳐 금오산까지 코스별 탐방로를 따라 오를 수 있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거서간이 탄생한 나정(蘿井)과, 신라의 종막을 내린 포석정도 이 곳에 있고, 왕릉들도 여러 군데 있어 잠시도 지루할 겨를이 없다.
낙엽이 흩어진 포석정에 들어서면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 927년 신라 경애왕이 이 곳에서 잔치를 베풀며 놀고 있다가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아 붙잡히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신라 천년 역사가 저 뒹구는 낙엽과도 같이 스러진 곳이기 때문일까. 원래는 왕이 술을 들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별궁의 하나였다고 하나 건물은 없어지고 마른 전복(포어:鮑魚) 모양의 석구만 남아 있다. 폭 약 35㎝, 깊이 평균 26㎝, 전체 길이가 약 10m인 수로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게 하되 술잔이 아홉 구비를 다 지날 때까지 시를 짓지 못하면 벌술 3잔을 마시게 했다는, 그 날의 풍류가 이제는 아득한 전설로만 전해진다.
|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
곳곳에 거대한 무덤이 공원처럼 펼쳐지는 경주시내를 거니는 기분도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터가 어쩌면 이리도 생생히 공존할 수 있을까. 발길 닿는 대로 거닐다보면 눈 앞에 나타나는 여러 유물과 유적이 수시로 천년의 세월을 오가게 만든다.
|
| 포석정 |
통일신라의 화려했던 영화를 짐작케하는 안압지, 밤하늘 별자리를 관측했던 첨성대, 발굴된 유물과 함께 무덤 속을 복원시켜 전시한 대릉원 천마총, 김씨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있는 숲 계림….
늦은 가을, 경주를 찾아 발길 닿는 대로, 이정표없이 헤매보는 역사의 나그네가 되어보자. 경주의 저녁노을이 술보다 더 진한 취기를 안겨줄 때까지.
|
| 불국사로 오르는 아이들 |
▲맛집
대릉원 주변 한정식집과 쌈밥집은 전국에 소문난 맛집들. 이 외에도 남산 등산을 시작하는 삼릉 앞에는 칼국수가 유명하다. 단감농원할매집(054-745-4761)을 비롯해 저마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우리밀 칼국수집 10여곳이 모여 성업중이다. 멸치와 보리새우, 다시마, 대파, 들깨가루를 넣은 국물에 우리밀과 콩가루로 반죽한 국수를 넣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선보인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는 순두부찌개로 이름을 날리는 음식점이 모였다. 순두부찌개와 녹두전, 해물전을 먹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 멧돌순두부(054-745-2791)가 유명하다.
|
| 다보탑에도 노을이... |
▲별미
경주를 다녀왔다면 이 것을 빼놓고 올 수 없다. 대릉원 담 모퉁이 시청 4거리에 있는 황남빵(054-749-7000)은 경주 특산품. 작고한 경주 토박이 최영화 씨가 1939년부터 만들어 온 황남빵은 6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얇은 껍질 안에 팥소를 가득 넣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한 상자에 1만원.
|
| 에밀레종 |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경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경주시내로 진입한다. 경주시내에서는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다.
|
| 무열왕릉비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
| 우리밀칼국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