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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아래 수북한 은행잎들. |
가을이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을이 가기 전, 경기도 양평에 있는 고찰 용문사로 가보자. 그 곳에는 지금, 황금기둥을 이룬 거대한 은행나무가 천백 년째의 가을을 황홀하게, 그러면서도 고즈넉히 맞이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우수수" 비처럼 날리는 노란 은행잎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천 년 전설을 간직한 은행나무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높이 62m, 둘레 14m를 넘는 동양 최대 거목으로, 그 모습이 자못 당당하고 위엄 넘친다. 한 해 은행을 16가마나 수확해내는 이 은행나무는 줄기 아랫부분에 큰 혹이 나 있는 게 특징이다. 전해 오는 얘기에 따르면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그의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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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사 대웅전. |
이 나무가 자라는 동안 많은 전쟁과 화재가 있었으나 신기하게도 이 은행나무만은 그 화를 면했다고 해 신목(神木), 천왕목(天王木)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선 세종 때는 정삼품보다 더 높은 당상직첩을 하사받은 명목(名木)이다.
천 년 넘는 세월을 견뎌온 만큼 나무에 얽힌 얘기는 많고 많은데,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어 그 변고를 알리는 영험함을 보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와 한일합방·한국전쟁 때 등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우우’하며 우는 소리를 냈고,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큰 가지가 갑자기 부러졌다고 한다. 이에 일제 때는 일본군이 은행나무를 자르려고 도끼를 휘둘렀는데 그 자국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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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집의 아름다운 굴뚝. |
이 유명한 은행나무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절 마당에 은행나무를 둔 용문사 또한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다. 일설에는 경순왕이 친히 행차해 창사했다는 말도 있으나 확인된 자료는 없다. 조선시대 후기까지는 사세가 융성했으나 1907년 정미의병과 6·25 때 전소된 걸 재건해 오늘에 이른다. 경내에는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지장전, 관음전, 요사채 등을 비롯해 정지국사부도 및 비(보물 제531호)와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절 마당 한쪽, 은행나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굴참나무 너와지붕에 황토 흙으로 지은 전통다원이 있다. 절을 찾은 사람들과 등산객들에게 운치있는 쉼터로 사랑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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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전 |
여유있는 걸음이라면 용문사에서 북서쪽 계곡을 따라 2km쯤 올라가면 산중턱에 위치한 용각바위와 마당바위까지 둘러봐도 좋다. 용각바위는 용의 뿔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고, 마당바위는 100여명이 쉴 수 있는, 말 그대로 마당처럼 넓은 바위다.
용문사 입구에는 소규모 놀이공원이 만들어져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나들이에 좋다. 놀이공원에는 급류타기, 바이킹, 회전목마, 범퍼카, 훼미리코스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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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기둥을 이룬 은행나무 |
또 지난 10월26일 문을 연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이 용문사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양평군의 역사와 문화, 전통적인 친환경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친환경농업박물관은 우리 선조들의 문화와 생활, 전통농법 등을 볼 수 있다.
*맛집
오가는 길에 붕어찜으로 유명한 분원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소문난 옥천의 유명한 옥천냉면(031-773-3575, 1612)도 맛볼 수 있다. 또 남한강변을 따라 분위기있는 맛집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요리예술가 임지호의 산당(031-772-3959)도 강하면 운심리에 있다. 용문사 입구에는 산채를 전문으로 하는 용문산중앙식당(031-773-3422), 송림식당 (031-773-4165 ) 등이 여러 토속음식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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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사 일주문 |
*가는 요령
서울 - 양수리, 6번 국도 이용(20km) - 신원리 - 양평 - 봉성 - 마룡 3거리(좌회전) - 331번 지방도 - 덕촌 - 신점 - 용문사주차장에 이른다. 혹은 중부고속도로 광주IC에서 팔당댐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308번 지방도를 타고 광동교 - 퇴촌 - 남한강 - 양평교 - 양평읍 - 용문 - 마룡 3거리(좌회전) 331번 지방도 - 덕촌 - 신점 - 용문사주차장 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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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찻집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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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농업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