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납품단가 인하가 임금인상 기반?

입력 2007년11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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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납품업체의 부품가격을 부당하게 낮추고, 대금은 늦게 지급하면서 이자를 주지 않는 등의 부당 하도급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벌어졌던 해 직원들의 임금은 계속 올랐던 것으로 나타나 납품업체 직원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는 2003년 1월 소형차 클릭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품자재비 242억원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6개 납품업체 789개 부품의 납품단가를 3.4% 인하했다. 현대는 또 2004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말까지 18개 납품업체에 해외수출부품(CKD)을 위탁제조하면서 실제 하도급단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책정, 대금 16억2,9000만원을 지급했으나 법정 지급기일보다 최대 956일 늦게 줬고, 이에 따른 지연이자 1억1,80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현대에 시정명령과 납품업체에 대한 법위반 사실 통지명령을 내리고 16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로 보면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는 2003년 클릭 부품단가 결정이 있기 전 2002년 5월부터 6월까지 13일간 파업을 벌였다. 현대에 따르면 당시 노사 양측은 직원들의 임금을 평균 9% 인상하고, 성과금 200%와 일시금 150만원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13일간의 파업으로 8만4,216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2,63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임금은 올랐다. 공정위가 발표한 클릭의 부품단가 인하가 이듬해 1월 시행된 걸 고려하면 2002년 임금인상분을 납품업체들에게 ‘단가 인하’라는 명목으로 일부 떠넘긴 셈이다. 게다가 2003년 6월25일부터 8월5일까지 노사는 또 다시 충돌했다. 이 기간중 10만4,895대를 생산하지 못했고, 손실액은 1조3,106억원에 달했다. 그 후 노사 양측은 임금 8.6% 인상, 성과금 300% 및 타결일시금 100만원을 지급하면서 충돌을 마무리했다.

울산지역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가 임금인상을 단행할 때 우리는 임금동결, 더할 때는 오히려 시간외 수당이 깎일 수밖에 없었다”며 “같은 근로자로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업체는 몸살을 앓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나치게 단가 인하 압력을 주기보다는 납품업체도 일정한 이익을 보장받고, 이익금의 일부가 품질향상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업체의 부품 품질이 곧 완성차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자동차에 있어 부품업체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부품업체가 주도적으로 품질을 관리, 완성차업체에 공급을 결정하는 추세다. 독일 자동차의 품질완성도가 높은 것도 부품업체의 탄탄한 기반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독일 자동차칼럼니스트인 이경섭 씨는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은 완성차가 아니라 부품업체로 이미 넘어가 있다"며 "부품업체 스스로 품질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생력이 없는 한 국산차의 품질완성도 또한 결코 높아질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완성차의 품질숙성을 위해서도 단가 인하 압력의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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