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07년11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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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의 가을.
느닷없이 쏟아진 첫눈에 쫓겨나듯 가을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다. 눈바람도 견뎌낸 단풍이 도솔암을 붉게 물들이며 막바지 아름다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수백 년동안 지켜 본 지상의 그 가을을, 칠송대에 새겨진 마애불은 오늘도 처음인 양 부신 듯 바라보고 있다.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선운산은 일명 도솔산이라고도 한다. 선운(禪雲)이란 말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兜率)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을 뜻하는 것으로 이 모두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옛날에는 이 곳에 89암자가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선운사를 비롯해 도솔암, 석상암, 동운암, 참당암이 자리하고 있다.



내원궁.
특히 천년고찰 선운사의 유명세는 산을 가릴 정도인데, 사실 선운산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곳곳에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이들은, 선운사 절집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관광객들과 달리 선운사에서 시작해 도솔암에 이르는 2.3km의 산길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 더욱이 늦가을이면 계곡을 따라 지치도록 물드는 단풍 숲길은 말문을 막는 아름다움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단풍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절정기를 지나, 이 맘 때의 선운산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작별을 앞둔 애처로운 낙엽과의 대화, 인적 드문 산길을 걷는 호젓함, 때때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만추의 서정이 눈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도솔암까지 짧지 않은 그 거리도 금세 오르는 느낌이다.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과 여덟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수령 600년의 장사송을 지나면 도솔암에 이른다. 천마봉 절벽이 건너다보이는 절경 속에 자리잡은 도솔암에는 한 채의 요사가 딸려 있고, 뒤편 산길 위에 나한전이, 또 거기서 오른쪽으로 난 바위계단을 잠깐 오르면 암반 위 좁다란 터에 날아갈 듯한 내원궁이 있다. 내원궁은 통일신라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나 확실치 않으며 여러 차례 중창돼 지금에 이른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사각형 건물로, 이 곳에는 조선조 초기의 미술품으로 유명한 지상보살좌상(보물 제280호)이 봉안돼 있다.



내원궁이 사뿐히 올라앉은 암반은 칠송대라 불리는데, 높이 40m의 이 절벽 바위면에는 거대한 마애불이 조각돼 있다.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연화좌대가 갖춰져 있어, 고려말에서 조선초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애불.
이 마애불에는 전설 하나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마애불의 복장감실에, 즉 석불 배꼽에 신기한 비기(秘記)가 들어 있는데 그 것이 세상에 나오는 날에는 한양이 망하고, 거기에 손을 대는 사람도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것이었다. 1820년 전라감사로 왔던 이서구가 마애불의 배꼽에서 서기가 뻗치는 걸 보고 뚜껑을 열어보니 책이 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벼락이 치는 바람에 도로 집어넣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가 하면, 구한말 전라도 땅에서 동학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을 때 동학의 무장 접주 손화중이 선운사의 스님들을 결박하고 비기를 꺼냈다고도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지금도 배꼽 부위를 봉해 놓은 흔적이 있는 마애불을 뒤로 하고 산길을 내려올 때면, 그 때 정말 마애불의 배꼽 안에서 비기를 꺼냈는 지, 그랬다면 그 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 지, 꺼냈던 사람은 벼락을 맞아 정말 죽었는 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전설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게 한다.



수령 600년 장사송.
*별미

고창의 특산물로는 복분자와 풍천장어, 고창수박을 꼽는다. 산딸기로 빚은 복분자술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술빛이 고운데, 예로부터 정력제로 각광받고 있다. 실뱀장어가 민물에서 7~9년간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의 합류지점에 머물게 되는데, 그 곳이 바로 풍천이고 그 곳에서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의 풍천장어는 특히 고단백 스테미너 식품으로 인기다. 선운산도립공원 들목에는 풍천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동백호텔, 연기식당 등 대를 이어오는 맛집들을 비롯해 꺼먹고무신(063-561-1564) 등 새로운 맛집들도 깔끔한 손맛과 친절을 보여준다.



*가는 요령

진흥굴.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국도 22번을 타고 부안 방면으로 향한다. 부안면 소재지를 지나 오산저수지 - 반암 3거리에서 우회전해 3km 남짓 더 가다 좌회전하면 선운산도립공원이 나온다.



호남고속도로를 탈 경우 정읍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가 정읍시내 반대편 도로를 타고 가면 국도 22번과 29번 도로 갈림길인 주천 3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국도 22번을 타고 흥덕면 소재지 - 흥덕검문소(우회전) - 부안면 소재지 통과 - 오산저수지 - 반암 3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 곳에서 3km 직진 후 좌회전하면 선운산도립공원 진입로가 나온다.



막바지 가을풍경.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풍천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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