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하면 떠오르는 단어 하나는 ‘정통 오프로더’다. 잘 닦인 온로드보다는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차들보다 상대적으로 덜했던 편의장치마저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97년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풀체인지모델인 2세대 뉴 프리랜더는 온로드에도 걸맞은 그리고 현대화에 발맞춰 각종 전자 편의장치로 무장했다. 과거의 마니아들에 의존했던 랜드로버가 이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뉴 프리랜더2의 디젤 모델을 탔다.
▲디자인
이 차를 처음 본 순간 ‘크다’는 느낌이 든다. 길이×너비×높이가 4,500×1,910×1,740mm로, 구형의 4,450×1,800×1,800mm보다 길고 넓고 높아졌다. 달라진 건은 크기만이 아니다. 앞부분에서 신형 레인지로버나 디스커버리에 적용된 패밀리룩을 찾을 수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를 조화시킨 흔적이 엿보인다. 구형의 조개무늬 보닛과 계단형 지붕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크고 강한 느낌의 앞모양은 날렵한 각도의 앞유리, 시인성을 고려해 컴팩트해진 A필러에서 만나 레인지로버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솟아오른 허리선으로 이어진다. 또 점차 가늘어지는 뒷모양에서 스포티한 모습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화려하다는 느낌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보인다.
인테리어는 조금 더 많이 바뀌었다. 구형은 좀 거칠었고, 오래 타면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새 차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고 편해졌다. 운전석에 앉으면 검정을 기본으로 한 대시보드의 알루미늄으로 포인트를 준 게 현대적이다. 부분적으로 플라스틱 소재의 질이 약간 떨어져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하다.
중앙에 자리한 모니터로는 리모컨 조작을 통해 한글 내비게이션 및 DMB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최신은 아니지만 편의장치가 별로 없던 구형에 비하면 소비자 지향적으로 바뀐 부분이다. 각종 버튼류 역시 운전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배치돼 있다.
차체 크기가 커져서인지 실내공간은 넓은 편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뒷좌석 역시 그렇다.
▲성능
새 차가 구형과 달라진 점은 시동을 거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키를 꽂고 계기판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랜드로버가 이런 작은 부분에까지 신경썼다는 것 자체가 고객들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뉴 프리랜더2 디젤엔진은 4기통 2.2ℓ 160마력의 터보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구형이 2.0ℓ 111마력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으며, 공인연비는 ℓ당 11.2km다. 변속기는 구형의 5단에서 6단으로 개선됐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가 들린다. 디젤엔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겠지만 민감한 운전자에게는 약간 거슬릴 것 같다. 세단을 주로 운전했던 이에게는 시속 100km 이상 달릴 때의 풍절음 등도 크게 들릴 듯하다.
먼저 온로드를 달렸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은 날렵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떨어진다. 실제 1,960kg의 무게를 이끌고 민첩하게 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에 쭉 나가기보다는 서서히 힘을 끌어올린다는 생각이 든다. 시속 100~120km대에서는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지만 시속 150~160km를 넘어가면 속도가 오르는 시간이 더뎌진다. 그러나 이 차는 고속주행을 즐길 차가 아니란 걸 감안하면 시내 운전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비교적 큰 돌과 자갈이 불규칙적으로 깔려 있는 급경사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일단 높은 차체에다 짧은 앞바퀴 및 뒷바퀴 오버행 등으로 자갈이나 돌에 빠지지 않고 경사를 내려갈 수 있었다. 또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 다양한 도로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트랜스미션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최적화해 불안하지 않게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
서스펜션 역식 구형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코너링에서의 쏠림현상도 거의 없고 DSC(차량자세안정장치)의 빠른 개입으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밀리지도 않는다.
▲경제성
뉴 프리랜더2 디젤은 구형에 비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많이 반영한 차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에서부터 파워트레인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또 파노라믹 선루프, 공기필터가 내장된 듀얼 존 에어컨 시스템과 습도 센서, 실내공기를 순환시켜 상쾌함을 지속시키는 공기품질제어 시스템, 정격출력 440W의 서브우퍼를 포함한 14개의 스피커 시스템의 돌비 프롤로직Ⅱ 7.1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등의 편의장치를 갖췄다. 7개의 에어백, 정속주행장치, 코너링 브레이크 조절장치, 경사로 브레이크 제어장치, 내리막길 주행제어장치, DSCl, EBA, ABS/EBD는 물론 듀얼 프리텐셔너 및 탈선적재제한 안전벨트, 전복방지시스템 등도 장착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가격은 구형의 4,890만원보다 오른 5,250만원이다. 그러나 보통의 수입 SUV보다는 좀 더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볼만한 모델이란 생각이 든다.
시승 /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