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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진 성곽을 따라 남한산성을 오를 수 있다. |
1636년 겨울, 청나라 10만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눈보라를 몰고 서울로 진격해 왔다. 병자호란이었다. 정묘호란을 겪은 지 불과 9년만이었다. 방비를 갖추지 못한 채 척화를 내세우던 조선 조정은 정묘호란 때처럼 다시 강화도로 파천하려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인조의 어가행렬은 청의 진격을 피해 남한산성에 들었다. 그 후 47일간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참담했던 날들의 기록을 김 훈은 장편소설 <남한산성>으로 토해냈다.
지난 11월18일 남한산성 남문주차장에서 <남한산성>의 작가 김 훈 씨가 팬사인회를 가졌을 만큼 남한산성은 최근, 소설 <남한산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찾는 곳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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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 남문인 지화문. |
조선시대 산성 중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남한산성은 서울을 지키는 4대 요새 중 하나다. 북쪽의 개성과 서쪽의 강화성, 남쪽의 수원성과 더불어 서울 동쪽을 지키는 요새로, 길이 9.05km, 높이는 7.3m다.
남한산성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백제의 시조 온조왕 때 쌓은 토성이었으나, 신라 문무왕 때 다시 쌓아 "주장성"을 만들고, 그 옛터를 활용해 후대에도 여러 번 고쳐 쌓았다. 조선조 광해군 때(1621) 후금의 침입을 막고자 석성으로 개축해 본격적으로 축성한 데 이어 인조 2년(1624)부터 오늘의 남한산성 축성공사가 시작돼 인조 4년(1626년)에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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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화문의 안쪽 모습. |
자연석을 써 큰 돌을 아래로, 작은 돌을 위로 놓아 견고하게 쌓은 산성은 동서남북에 각각 4개의 문과 문루, 8개의 암문을 내었으며 동서남북 4곳에 장대가 있었다. 성 안에는 수어청을 두고 관아와 창고, 행궁을 건립했다. 유사시에 거처할 행궁은 73칸, 하궐 154칸으로, 모두 227칸을 지었다. 80개의 우물, 45개의 샘을 만들고 광주읍의 행정처도 산성 안으로 옮길 정도였다고 하니 당시 남한산성의 규모와 중요성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지금 성곽에 남아 있는 건물은 몇 안 된다. 1894년에 산성 승번제도가 폐지되고, 일본군에 의해 화약과 무기가 많다는 이유로 1907년 8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는 동·남문과 서장대, 현절사, 문무관, 장경사, 지수당, 영월정, 침괘정, 이서 장군사당, 숭렬전, 보, 루, 돈대 등만이 남아 있다. 그 중 성곽의 모습을 잘 살필 수 있는 곳은 4대문과 수어장대, 서문 중간쯤으로, 성곽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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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상성 드라이브길. |
성곽을 따라 오르는 산행길은 완만하고 잘 정비된 터라 부담없이 걷기에 좋다. 산성종로(로터리)라고 하는 곳에서 출발하는 코스들로 쉬엄쉬엄 걸으면 두 시간 남짓하다. 대부분의 코스가 출발하는 방향만 다를 뿐 수어장대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대개 등산을 겸한 봄, 가을에는 성남시를 거쳐 오르는 남문 코스를 권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을 끼고 있는 동문 코스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성벽에 올라서면 가파른 산 아래로 치욕의 현장인 삼전동 일대와 탄천이 내려다보이며, 멀리 한강과 서울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별미
남한산성 주변엔 대물림을 하는 소문난 맛집이 즐비하다. 산채정식으로 유명한 벽제장(031-743-429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찾았던 집으로, 3대째 손맛을 잇고 있다. 한 모씩 면포를 이용해 손으로 빚어 만드는 주먹두부도 100년을 이어오는 손맛이다. 오복손두부집(031-746-3567)이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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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한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양재IC - 헌인릉 앞 - 세곡동 - 복정 4거리 - 약진로 - 남문 - 산성로터리에 이른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서울, 하남시 국도 43번) - 광지원 - 동문 - 산성로터리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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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남한산성을 갈 수 있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하차 후 2번 출구에서 좌석버스 9번을 타면 산성로터리까지 버스가 들어간다. 또는 동서울터미널 강변역에서 13-2번을 타고 남한산성입구에서 15-1번으로 환승해 종점에서 내린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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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없이 서 있는 비석들. |